(보성 장흥 영암 등에 전송되는 모임 제안서 입니다. 참고 바랍니다. )
초대의 글
고흥의 장준환입니다.
많은 날들이 다 가고 12월은 그믐달 같이 앙상한 모습입니다.
산도 들도 사람살이도 그렇습니다. 어찌하다 보니까 그 긴 세월동안 달려온 사람살이가 저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달이 환하게 떠오른 처음에는 어울려서 좋았고 함께 해서 기뻤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츰 달이 기울고 반도 못남을 정도의 먼 후세대부터였을 겁니다. 게으름 피우며 뜯어먹고 사는 것이 습관이 되고 낯짝이 두꺼워졌던 것 같습니다. 간이 커져 슬쩍 슬쩍 돌라먹고 살던 것이 내놓고 뺏어먹고 살다가 아예 처 죽이고 강탈했을 테고, 잡아다가 부려먹고 살았겠지요. 대물려 노예로 삼는 것이 확실히 더 좋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을 ‘승리’라고 억지 쓰다가 차차 자랑스럽도록, 영웅으로 칭송하게 됐겠지요?
우월과 집중과 독점을 굳히고 법과 질서를 새웠을 겝니다. ‘위대한 승리’의 애국자와 독점의 지위를 숭상하는 규범 도덕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길게 길게 문명이 이어져서, 다 기울어진 그믐달 같은 이 시대는 구석구석 ‘세계화’가 되고 있습니다.
대낮 같은 세계화 불빛아래 열에 여덟은 근심과 궁색기가 가득한 빚쟁이 아니면 거지인 것 같은데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꼴입니다. 생명의 터전인 자연을 다 망쳐놓고도, 그 긴 세월동안 해 와서 너무도 쉬울 것 같은 의식주하나 해결 못해 난리들이 아니니 기가 차는 종자들입니다.
이렇게 궁시렁거린 것은 조상 탓이나 남 탓을 해보려는 속셈도 있지만 오늘 한두 점씩 내린 눈님이 참 고와서 솔직하게 누워서 침 뱉기를 해 본 겁니다.
이런 난장판에 땅과 하늘이 가까운 곳 농촌에 살아서, 더 춥긴 하지만 그래도 복 받은 인근 지역 벗님들께 벼랑 같은 시절도 망각할 겸 모여서 술 한 잔 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고흥에 마침 구들장 뜨근뜨근하게 군불을 지피고 시원한 막걸리에다 잘 익은 돼지고기까지 준비해 준다는 그저 그러한 절집이 있으니 따땃한 옷 걸치고 몸만 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야깃거리가 없으면 너무 심심하니까, 작은 보따리로 하나씩만 준비해 오시면 좋겠습니다. 시절가는 이야기도 좋고 꿈꾸는 이야기도 좋고 재미지게 놀아볼 이야기도 좋고 음담도 좋고 패설도 좋고, 뚝 까놓고 하는 이야기라면 다 쓸만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이야기판 벌이다가 술이 좀 과해지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때지어서 걸판지게 놀아보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감이 오지 않아 망설이신 벗님들을 위해 아래와 같이 순서를 잡아봅니다.
<농촌지역 생태 문화 동호인 송년회>
- 모임성원: 남도의 지역 생태 및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 장소: 고흥군 제석사( 대서면 봉두산)
- 일시: 2005.12.17(토) 오후7:00~ 12:00
* 7:00-8:00 식사 및 인사
* 8:00-10:00 토론( 1.이 시절 이야기, 2.지역별 활동 및 계획 소개,
3.함께 할 희망 제안 )
/ 10:00-12:00 어울려지는 시간( 노래, 장기, 담소 )
참고로 이날은 제석사에서 진행하는 ‘한국선요가모임’ 송년 수련회가 있는 날입니
다. (4:30 저녁공양 / 6:15 저녁예불/ 6:30 ‘한국선요가’수련/ 8:00 -12:00 ‘지역생태문화동호인’모임 참가/ 18일4:30 새벽예불 / 6:00 아침공양/ 7:00 해맞이 산책 / 9:00 ~ 10:00 다담 및 정리/ 下山)
한국선요가회원들은 8:00부터 12:00까지의 이 모임 행사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혹 시간이 되신 분은 제석사 수련회 일정에 참가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다음 취침공간이나 아침식사는 충분한 여유가 있으니 주무시고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의 계획에 첨가 수정을 바라신 벗님께서는 좋은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2월 17일 고흥에서 뵙게 되길 바라며 두서없는 글을 마칩니다.
2005. 12.12. 장준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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