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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모아 글담아 원문보기 글쓴이: 배수진
시아버지가 쓰는 모노드라마
-전화-
(대만 3박4일 여행 동영상)
나오는 사람들
아버지: 70대. 미담을 두 줄도 들려주지 못하고 눈시울을 적시는 감성 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무뚝뚝하다는 오해를 받는다.
진심을 말하려면 눈물이 먼저 나와 위기를 모면하려고 조크처럼 한다.
아내가 진정성의 무게가 떨어진다고 하나 속성상 못 고치는 남자.
아내 영이: 가족관계를 중요시하여 화목여행을 주선한 60대 끝자락. 궁금하면 탐구생활.
큰 아들: 최소한 아버지와 닮은 두 가지. 말이 없는 성격, 아내와는 대화를 잘 나누는 부부.
그러나 부모에게 일상 등을 좀체 들려주지 않아 아직도 속셈과 진심이 숙제로 남는 아들.
큰 며느리:멀리 떨어져 서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나 여건 부족으로 서먹한 사이. 사물을 응용하는 탐구 생활자.
작은 아들: 중간에서 넉살로 가정을 이끌어가는 지혜 지략가이자 티 나고 티 나게 잘하는 애처가.
작은 며느리:큰 며느리보다 먼저 결혼해서 시댁과 친근하고 하이톤 밝은 웃음과 리액션이 아주 좋은 며느리.
내레이터:
시나리오 줄거리: 온 가족이 해외여행에서 겪은 이야기.
여행 후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꺼림직 한 일이 있는 시아버지가 큰 며느리에게 전화로 대화를 하고 싶었으나
말 주변이 없어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홈드라마 시나리오.
내레이션: 아내 영이는 평소에 한가지 생각이 있었다. 며느리들과 가까이 지내며 화목한 가정 만들기였다.
그러나 일 년에 두어 번이나 만나는 관계로는 불가능했다.
작은 며느리를 먼저 얻은 영이는 바라던 대로 리액션이 좋아 사이가 빨리 가까워졌다.
하지만 큰 아들과 며느리는 말이 없는 편이라 다가가기가 어렵고 어쩐지 서먹해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관계였다.
그래서 추석 명절 연휴에 만났을 때 다음엔 집보다 해외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했다.
영이: 내년 설엔 해외여행을 가자, 여행 계획은 큰 아들이 세우고 자세한건 동생과 상의하고 연락하자.
큰 아들:예. 알았어요.
내레이션: 아들의 대답은 간단 명료였다.
엄마가 동생과 상의를 하라고 한 까닭은 형제가 좀 더 가까이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드디어 설을 앞두고 겨우 구한 서울 행 새벽 열차를 탔다.
밤새도록 한 잠도 못잔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은 오락가락 했다.
서울 역에서 마중 나온 큰 아들 부부를 만나자마자 영이는 배시시 웃는 며느리와 포옹을 챙겼다.
포옹 뒤엔 팔짱도 끼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공항에서 리액션이 좋은 작은 아들 부부를 만나 반가운 포옹을 했다.
며느리는 반가움에 그 특유의 긴 꼬리 웃음과 하이 톤으로 시어머니를 반겼다.
작은 며느리: 어머니~ 반가워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아 하하하하........
영이: 수정아~ 방가방가 하하하하.
내레이션: 점점 며느리를 닮아 가는데 성공한(?) 시어머니 웃음은 추운 겨울날 시시각각 길어지는 처마 끝에
고드름처럼 길어지는 웃음을 웃었다, 며느리와 깊어지는 관계처럼 점점 길어지는 따뜻한 고드름.
시어머니 작은 며느리: 하하하하. 아 하하하하하.....
내레이션: 시아버지는 리액션 좋은 며느리와 행복한 인사를 너무 오래 나누는 모습을 보자 괜스레 큰 며느리
눈치를 살폈다.
웃음은 길지만 포옹은 조금 짧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만행 비행기를 탔다.
장거리 비행은 처음이라 처음 먹는 기내식도 행복했다. 호텔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점심을 시작으로 여행이
시작 되었다.
춘수 당으로 우육 면을 먹으러가는 길에 이번엔 큰며느리 팔짱을 끼고 행진을 하고 늦은 밤이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영이: 큰며느리와 친해지고 싶어 가끔 팔짱을 끼기도 했어.
남편: 나도 봤어.
영이: 아들부부의 행복을 위해 아쉽지만 팔짱을 풀었지 하하하.
남편: 잘했어.
내레이션: 남편의 단답형에도 영이는 오늘 참 행복했다며 피곤함에도 작은 행복 꽃을 피웠다.
관광을 위해 정한 시간 9시에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영이는 남편에게 혹시 숙소에 두고 온 것이 있나 찾아보라고 했다.
남편은 숄더백 지퍼를 열고 서두르다 예리한 면도기 칼날에 손가락 끝을 베어 살갗이 움푹 패여 피가 났다.
남편: 피가 나네? 면도기에 손가락을 베었어.
영이: 어? 가만가만 많이 베었어, 어쩌까 어쩌까.
내레이션: 영이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피가 나는 남편의 손가락을 보았다.
곁에 있던 가족이 모여드는 호텔 로비에 가족의 웅성거림 속에 작은 아들이 놀라 묻고 작은 며느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작은 아들: 아빠 많이 베었어요? 오~피 나네~
작은 며느리: 어머님~피가 많이 나요~ 아버님~
아버지: 괜찮아, 괜찮아. 걱정 말어~
내레이션: 아버지는 손으로 지혈을 하고 영이는 놀라 어찌 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했다.
영이: 여기 어디 약국도 없고 어쩌지? 밴드라도 사야 하는데.....
큰 며느리: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내레이션: 모두가 안절부절 하는 사이에 큰 며느리가 무슨 생각이 난 듯 사라졌다.
하지만 시아버지는 지혈을 하느라고 보지 못했다. 잠시 후에 큰 며느리가 손에 일회용 밴드와 빨간 약이
묻은 솜을 들고 와 시아버지 손가락에 발라 주었다.
모두가 아프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큰며느리는 시아버지 다친 손가락을 애잔한 듯 안쓰러운 듯 찡그린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큰 며느리: 많이 베었어요, 많이 아프겠어요~
영이: 뭐야 어디서 약을 구해 왔어? 약국도 없는데.
큰 며느리: 데스크에 말해서 얻어 왔어요.
영이: 데스크?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했어?
내레이션: 영어와 중국어로 통용되는 이곳에서 제정 러시아 시대의 서구파 자유주의자를 이르던 말로
'지적 노동에 종사하는 사회 층에 지식인 계급'을 칭하는 ‘인텔리겐치아’ 사전적 인텔리는 알았지만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위해 외국에서 어려운 소통으로 저걸 얻어 왔다는 자체와 용기와 사랑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내레이션: 영이는 밴드를 감아주고 큰 며느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크하게 가족들이 여행지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러 갔다. 영이는 시아버지 손을 바라보며 아직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작은 며느리와 눈을 맞추고
활짝웃으며 말했다.
영이: 수정아 사랑한다.
작은 며느리: 어머니 저두 사랑해요. 어머님이 저를 사랑해 주시는 걸 생각하면 눈물이나요.
내레이션: 영이는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는 며느리 손을 잡았다.
친화력 좋은 고부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며느리의 말에 감동하여 눈시울이 뜨거워져 고개를 돌렸다.
늘 갬성 충만 이라고는 하나 버스를 기다리며 울 수는 없지 않은가.
아버지는 버스 안에서 밴드로 스미어 나오는 피를 화장지로 누르며 불편한 일정을 소화했다.
101층 야경 전망대와 시청이 가까이에 있다.
맛있는 식사로는 시먼딩훠궈. 딤섬 만두 등등을 먹었다. 떠나 올 때 음식이 맞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이구동성: 배불러. 맛있다. 와우! 훠궈가 환상적이다,
내래이션: 먹는 데는 일가견이 있고, 김치는 손가락으로 찢어먹어야 김치에 대한 예의라고 말하는 큰 며느리는
다양한 체험 식사를 즐기는 편으로 훠궈의 뜨거운 국물까지 떠먹었다.
큰 아들: 먹지 마~ 대만 사람들은 그건 안 먹는 거라고 했어. 일부는 국물을 싸가서 재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국물로 먹는 것은 조금.....(생략)
아버지: 훠궈는 원래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바쁜 식사 조달을 위해서 물을 끓여 양을 잡아 포를 뜬 고기를 살짝
익혀 먹은 것이란다. 너도 알지?
큰아들: 모르는 데요 금시초문인데요?
아버지: 모른다고? 그럴 리가.....
내레이션: 큰 아들이 박식하지만 지식 방출을 하지 않자 아들이 이상해 보였다.
더 깊은 지식 방출을 들어 보려는 생각이 수포로 돌아가는 허탈함. 하지만 모를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형이 모른다는 말에 엄마의 바람대로 형제가 가깝게 지내 마음이 통했는지 형의 편을 들어 작은 아들은 자기
아내에게 한술 더 떠 더 거드는 말을 했다.
작은 아들: 수정아 잘못된 정보는 한쪽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라 하하하.
내레이션: 아버지는 워낙 넉살 좋은 아들의 조크라고 생각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훠거 쇠고기를 꺼내 야채와 소스를 찍어 먹었다.
작은 아들도 아내도 자꾸만 권하는 훠궈에 배가 불러 돼지고기 훠궈는 먹지 않았다.
기기묘묘한 세팅과 그릇들을 재미있게 바라보는 것도 배가 불렀다. 입구에 진열된 국자. 집게. 다기. 그릇들 값이
100만원이 넘어 혀를 찼다.
내레이션: 아버지는 평소에 말이 없는 아들의 긴~지식 대 방출에 뜨거운 훠궈 국물을 한 국자를 퍼 먹은 듯 가슴이
뜨거워지고 웅장해 졌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해. 배우면 무뚝뚝해도 쌓아둔 지적 언어가 많이 나오는 법이지’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레이션: 다음날 다시 여행은 시작 되었다. 하지만 큰 며느리는 훠궈의 뜨거운 국물이 발목을 잡아 배탈설사로
고생을 했다. 하지만 여행에 진심인 큰 며느리는 가끔 장을 비우는 일을 반복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나아 졌다며
야시장 관광은 다시 시작되었다. 대만에는 이런 야시장이 백 몇개나 된다고했다. 늦은 밤, 영이는 갑자기
남편에게 하소연을 했다.
영이: 아이고 다리야 발부터 허리까지 아파서 도저히 걷지도 못 하겠어 어쩌지?
남편: 어? 안 되겠어 그만 돌아가야겠어. 애들아 엄마가 많이 아프다 돌아가자.
영이: 발부터 허리까지 아파서 도저히 걷지도 못 하겠어.
작은 아들: 엄마 그렇지 않아도 지금 형하고 형수님이 마사지 하는 데가 어디 있나 찾아보는 중이었어, 대만에
왔으니까 엄마랑 아빠랑 마사지 체험? 좀 받아요. 그냥 숙소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에요.
아버지: 아니야 난 괜찮아 여자들만 모두 마사지를 받자.
큰 며느리: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시장 구경을 할 거 에요.
나레이션: 둘은 발 맛사지실에 들어가고 아버지는 아들과 큰며느리를 따라 또 야시장으로 향했다.
큰 아들부부는 먹 거리 탐색 후 시식을 했다. 작은 아들에게 대만 화폐를 건네주며 시장 구경을 하라고 했다.
난생처음 작은 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구워지는 오징어를 기다렸다가 휴식 장소애서 만난 큰아들
부부와 나누어 먹었다.‘짜다’ ‘맛있다’ ‘진하다’는 논평. 늦은 밤 마지막 지하철을 타려고 마사지 장소로 갔다.
영이: 와 신기해요 하나도 안 아프고 발이 허공을 짚고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아.
작은 며느리: 어머니 저도요 하하하...... 처음엔 너무 세게 했나 발이 너~무 아프고 그랬는데 정~말 하나도
안 아파요 어머니~ 신기해요 정말요 대~박 하하하.......
내레이션: 두 아들과 큰 며느리의 탁월한 선택과 훌륭한 처방! 그리고 큰아들 부부 덕분에 오늘도 식사와 커피
구매 등등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졌다.
관광 중에 잊지 못할 여행 장소는 ‘박물 원’이었다. 국보급 보물이 가득한 그곳은 아주 귀한 보물 이라고 그들은
박물관이라는 이름대신 ‘박물원’이라고 부른다고 큰 아들이 설명해 주었다.
대만의 역사를 종이에 남기는 것도 있지만 이런 그릇을 만들어 새겼다는 세공의 놀라움.
내레이션:글자 모양에 따라 보물의 모양을 일치시켜 만들었다는 놀라움도 한눈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대만의
역사 등등 설명을 들으며 평소에 말이 없는 아들이 이렇게 유창하게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의 성찬에 훌륭한 성배를 받아든 기분이었다.
내레이션: 지식 방출 대 성찬!
차 주문을 하는 큰 며느리의 유창한 영어 솜씨에 작은 아들부부는 혀를 내두르고,영이는 식당에서 직원이
주문이 어려우면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큰 며느리가 당당하게 거절하며 주문서에 써내려가는 모습을 마음의
깊은 혀를 내두르며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영이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와 지적 상위 계급층
인텔리를 언급했다.
영이: 역시 사람은 배워야해 한문으로 줄줄 써 내려가던데?
남편: 나도 보았어.
내레이션: 지식추구 자 영이는 관광지에서 보물이나 역사 설명서까지 정독을 하느라고 뒤를 따랐다.
그런 영이에게 비친 큰 며느리는 오래도록 자신의 보물 함에 소중하게 간직될 인텔리였다.
내레이션: 예정된 식물원은 비가 와서 못가고 공원산책을 했다. 알림이 큰 아들은 습도가 높은 대만은
과일들이 성장은 빠르고 달지 않다고 했다. 공원의 나무를 보아서도 비가 잦은 것을 알 수있다.
나무 가지가 아래로 자라 뿌리가 되는 나무들이 공원 숲에 가득했다.
내레이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인천공항,
지하철을 타고 서울 역으로 향하는 동안 두 며느리는 쌓인 피로에 지쳐 있었다.
큰며느리는 배탈로 고생을 해서 더욱 피곤해 보이고 가끔 일그러진 얼굴이 안쓰러워 보였다.
허리가 불편해서 앉지도 못하고 서 있는 작은 며느리 얼굴이 부어있었다.
영이가 말했다.
영이: 안되겠다. 무아가 너무 아픈 것 같으니 너희 부부는 집으로 가고, 작은아들은 우리를 역전까지
안내해 주라. 수정이는 너무 피곤하니까 집에 가서 쉬어라 응?
작은 며느리: 아니에요 어머니~집에서 혼자 기다리면 언제 오나~걱정되니까 함께 가는 게 더 좋겠어요.
어머니~
내레이션: 결국 작은 아들 집 가까운 역에서 내렸다.
집으로 모두 가기는 번거로워 아들이 차를 가져오는 동안 기다리기로 했다.
눈발이 날리고 몹시 추워 빌딩 안에서 찬바람을 피했다.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차가 왔다.
작은 아들: 차가 얼어서 시동이 안 걸리고...녹이느라고....여기 이거 하나 드시고 피로를 푸세요.
우리가 애용하는 피로 회복 음료수에요 이거 하나면 피로가 끝~
작은 며느리: 어머니 정~말 좋아요 우리도 매일 먹어요~ 드세요~
영이: 차가워서 먹으면 더 추울 것 같은데? 기차 안에서 먹을게. 고맙다 고마워.
내레이션: 서울 역에서 헤어지고 광주에 도착하니 북풍찬바람이 숫돌에 눈을 뿌려 칼을 갈다가 왔는지
얼굴이 베인 듯 싸하고 눈이 엄청 내리고 있었다. 지하철도 끊기고 택시를 잡을 수도 없었다.
겨우 콜택시를 불러 집으로 오는 내내 기사님은 친절 모드였다. 감사함에 팁1만을 드렸더니 여행가방까지
친히 내려주셨다. 배도 고프고 급히 떡국을 끓여 먹고 간단한 여행 후기를입으로 쓴 다음에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내레이션: 며칠이 흐른 사흘 전 이었다. 그날 아내가 들려준 한마디에 슬쩍 살폈던 며느리의 모습이 갑자기
선명하게 다가왔다. 큰며느리가 응급처치로 묻혀온 빨간약과 얼굴 표정이었다. 시아버지 손가락에 약을 발라
주며 초롱초롱 눈망울이 애잔한 듯 안쓰러운 얼굴로 상처를 바라보며 말했던 순간과 그 말.
큰 며느리: 많이 베었어요, 많이 아프겠어요~
내레이션: 시아버지는 그날 며느리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했는데 경황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평소에 감사의 표현이 입에 붙지 않은 탓이었다. 그래서 벽스위치처럼 누르면 켜지는 반응을
하지 못했다, 무뚝뚝 해서라고도 변명을 하면 안 되는 말이었다.
그때 한 가지 걱정이 튀어 나왔다. 큰 며느리는 자신이 남편보다 조금 더 말을 잘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버지: 내가 이 나이 먹어서도 이런데 큰 아들이 이런 것까지 나를 닮았으면 어쩌지?
내레이션: 핸드폰을 들었다. 큰 며느리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울컥! 말문이 턱 막혔다.
미담 한줄 시작도 못했는데....‘서두에 뭐라고 꺼내지?’ ‘잘 지냈니?’ ‘별일 없니?’ 아무리 생각해도 화합의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지만 익숙하지 못한 며느리와의 관계는 조금도 개선되지 못한 것 같았다.
인사말부터 막혀 슬며시 전화를 내려놓았다.
아버지: 아! 어렵다 시아버지와 장 며느리 관계.
내레이션: 아버지는 전화로 할 수 없는 가족 화합의 행복 여행과 응급 처치에 고맙고 감사했다는 말을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그리고 만약에 돈을 더 많이 벌수 있다면 이번엔 유럽 여행이라도 한번 가자고 두서없고
대책 없이 튀어 나올 뻔했던 순간을 만들지 않은 것에 큰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전화를 걸지 않아 실수실언을 만들지 않았던 것에 무게를 두다보니 어려운 며느리를 향한 소심함도 실수를
만들지 않고, 나를 지킨 것이 최고의 방패라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마음 한곳은 전화로 주절주절 하는
사람들이 몹시 부러웠다.
전화로는 못했지만 글로벌 시대니 글로라도 말해야지 하고 혼자 주절주절 모노드라마를 썼다.
늘 배시시 웃던 무아야!
늦게 출발한 며느리로 나의 가족이 되어 주어서 고맙고 상처를 싸매 주어서 고맙고 사랑한다.
리액션 좋은 작은 며느리야! 늘 긴 꼬리 웃음 들려주어서 고맙고 사랑한다.
행복산실을 추구하는 엄마와 두 아들 모두 고맙고 사랑하고 너희부부를 위해 늘 기도한다.
-2025년 2월23일 일요일 11시4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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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모아 글담아 원문보기 글쓴이: 배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