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시원한 바람
하얀 구름 잔잔한 강물
마치 감옥 밖 풍경처럼
더이상 꽁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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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입대해서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 받고 며칠 뒤 첫눈이 내렸다.
군기 바짝들어 곁눈질도 못하고 내무반에
조각상처럼 앉아 있는 일상이 반복되던 난,
무심코, 아무 생각없이, 그냥 반사적으로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려 고개를 돌렸다.
12월 창밖에 내리는 첫눈을 1초도 감상할
시간 없이, 일병도 상병도 아닌 말년 병장이
신병이 빠져서 눈을 보고 사제생각을 한다며
욕을 하며 얼차레를 주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의 감옥같은 군생활은 시작되었었다.
당시에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 하지 못하고
그냥 군대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땀 뻘뻘 흘리며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했었지만 나중에
이 탈영과 자살을 부르는 감성이 얼마나 위험한지
몸소 겪은 고참이 앞날이 창창한 신병에게 주는
진심어린 조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감옥에 가본 적이 없다. 단지 감옥같은 고등학교,
감옥같은 군대에 대한 기억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폭염, 질식할 것 같은 연기를 경험하면서
이제 지구는 거대한 감옥으로 변해 간다는걸 부인할 수 없다.
학교도 군대도 그냥 인생에 거쳐야할 관문이었을 뿐
난 아무런 잘못도 죄도 지었던것이 아니었는데
지금 이 상황은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잘못해서
발생했고 우리는 변호불가한 죄인이다.
스스로 죄를 짓고 스스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 갇히는 죄인.
한번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없는 저 당연히 일상적인 풍경이
감옥 창문 밖으로 보이는 찰라같은 풍경이고
우리는 죄를 뉘우치게 얼차레를 줄 고참도 없는 불쌍한 죄인인것만 같다.
첫댓글 시작 노트를 보니
군대는 딱 한 번 동생 면회 가 본 적은 있지만
뭔지 알 것 같은 느낌..... 감옥 같은....
지은 죄가 많아 숨도 쉴 수 없을 것 같은 멈춤, 갇힘...
우리가 판 무덤.......
저 고요한 풍경마저 가두어 놓고 있는 감성......
공감합니다
우리 모두는 수감 생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