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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연히 만났던 작가에게서 직접 받은 소설이다. 예전에 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오랜만에 만났다고 억지로 붙드는 지인들 덕에 몇 번의 술자리를 바꾸어 늦은 시각 홍대 앞 ‘두리반’에까지 가게 되었다. 두리반은 수년 전 강제철거에 맞선 시민들의 연대 투쟁의 결과로 승리하여, 이후 상가 세입자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문제의 식당이다. 지인 중 하나가 당시 연대투쟁에 적극 참여했던 인연으로 늦은 시간 전화로 부탁을 했고, 이미 영업이 끝난 시점이지만 우리들을 위해 기꺼이 기다려줬던 것이다.
나는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준 고마움에 그날 참여해서 받았던 행사의 기념품을 선물로 주었고, 그 답례로 자신이 쓴 소설과 다른 사람이 쓴 시집 한 권을 선물로 나에게 주었다. 아마도 내 명함을 통해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나에게 선물한 것이라 이해된다. 그렇게 내 수중에 들어온 책을 한참 동안 서가에 꽂아두었다가, 최근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겨 읽게 되었던 것이다. 밝은 느낌의 표지와 달리, 내용은 일제 강점기로부터 1970년대의 유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 인물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나아가 고문조작에 의한 사법피해의 당사자인 주인공을 위해 기꺼이 사건을 수임했던 변호사의 이야기가 사건 주인공의 삶의 궤적 앞과 뒤에 놓여진 이른바 ‘액자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작가가 지난날 작은 가게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이력이 절로 떠올랐고, 그의 사회의식을 견주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모두 3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제1장의 ‘이덕열 변호사’는 유신시절 사법파동의 주동자로 몰려 끝내 판사의 법복을 벗어야 했던 이덕열 변호사의 ‘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그리고 있다. 이덕열 변호사는 고문조작으로 인해 억울하게 수감된 2명의 사건을 변호하게 되는데, 두 사건 모두 명백한 조작 증거에도 불구하고 끝내 유죄 판결로 결론이 나게 되었다. 첫 번째 사건은 재심조차 불가능하여 분루를 삼킬 수밖에 없었지만, 두 번째 사건은 2심부터 수임하여 무죄를 밝히려는 노력이 그려지고 있다. 제3장 ‘중세의 신, 근대의 신’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주인공과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과정과 그 와중에 죽음을 맞게 된 이덕열 변호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당시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재심이 받아들여져 마침내 무죄를 받아내는 주인공과 변호사들의 분투의 결과가 그려지고 있다.
아마도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이른바 ‘오쿠바’라는 별명으로 불린 정원탁의 일생을 그린 제2장의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이 장을 통해서 작가는 한국의 현대사를 살아왔던 민중들의 삶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라 이해된다. 제목의 ‘오쿠바’는 어금니를 뜻하는 일본식 표현인데, 주인공의 아버지가 치과의사라 친구들이 주인공에게 그런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주로 가장 먼저 충치가 생겨 아이들이 치과에 가서 어금니를 뽑았던 경험을 떠올리고, 치과 의사인 아버지가 연상되어 주인공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던 것이다. 한글로 된 책을 읽다가 일본인 교사에게 빼앗겼던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젊은 시절 해방 후에서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대를 주인공을 통해서 펼쳐내고 있다.
아버지의 바람으로 고향 춘천에서 어머니를 따라 서울로 이사를 하고, 무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가 교회를 찾으면서 주인공도 덩달아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받은 사진기를 통해 사진에 대한 열정을 키워가기도 한다. 일찍 결혼을 해서 고향에 살고 있는 큰누나와 달리 작은 누나는 서울에서 선을 본 군인과 결혼을 하게 되고, 곧이어 터진 한국전쟁으로 형과 매형이 전사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피난을 가지 않은 주인공의 사연을 통해 전쟁 당시 처절했던 민중들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희망과 병역 연기를 위해 주인공은 신학대학으로 진학하지만, 여전히 사진에 대한 열정만은 버리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서 길 잃은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주는 과정에서 만난 여성과 군에서 제대를 한 후에 결혼에 이르게 되고, 첫아이의 탄생과 사진관을 열어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목사로서의 삶을 포기하면서 자신이 찍은 상이 대통령상을 받게 되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다. 이후 신학교 동기의 부탁으로 경북 봉화에서 교사로 생활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경험하지만, 뇌수막염으로 장남이 죽으면서 삶의 의욕을 잃으며 방황하게 된다. 아마도 육친을 잃은 슬픔이 너무 컸던 탓이었다고 이해된다. 주인공은 다시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가 겨우 만홧가게를 차려 살아가지만, 동네에서 일어난 어린아이의 살인사건에 범인으로 몰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2장의 내용은 현대사를 관통하는 정원탁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얼개는 오쿠바라 불리는 정원탁의 개인적 삶을 서술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독재 정권을 유지했던 현대사의 폭력적인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고 여겨진다. 과거 독재 정권 시절 무수히 많은 고문조작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최근 재심을 통해 속속 무죄 판결을 받는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실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책 후반에 서술된 ‘작가의 말’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통상 ‘넥타이를 매다’는 말은 목을 매어 자살을 하는 것을 일컫는데, 제목의 의미는 고문조작으로 수감 중 세 번의 자살을 시도한 주인공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이해된다. 수십 년의 지난한 세월을 통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주인공의 삶은 그것을 과연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자 한 내용일 것이라 짐작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세월 속에서 상처투성이로 지나간 세월이지만, 이제라도 이 사건의 주인공인 ‘오쿠바’의 남은 삶이 조금이라도 평안하기를 빌어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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