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화재경보 오작동에 무뎌지는 경각심, 낭비되는 소방 인력
화재경보기의 잦은 오작동이 시민들과 소방서에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새벽 1시 춘천의 대학교 학생생활관 8관에서 비상경보와 함께 “화재가 발생했으니 대피하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잠들어있던 학생들은 일어나 비상계단으로 일제히 대피하였다. 현장에 있었던 대학생 정씨(23.여) “자고 있다가 갑자기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 깨어났고, 정신없는 상태에서 코와 입을 막고 빠르게 계단으로 대피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호실에서는 경보음이 희미하게 들리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대학생 김 씨(22.여)는 “경보음 소리는 듣지 못하고 친구의 연락으로 상황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만약 실제 화재였다면 경보가 울리지 않은 호실에 있던 학생들은 더 위험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오작동으로 인한 불편은 각 지역 아파트나 오피스텔, 학교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생활관 관리실에서는 오작동 원인은 파악이 어려우며, 직접 관할하지 않고 업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한 점검 결과는 12월 이후에야 알 수 있고, 일부 경보음이 작동하지 않았던 호실에 대해서도 추가 조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해당 학교의 생활관 4관에서 화재가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옥천면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관 이 씨(50.소방위)에 따르면 "실제 오작동으로 인해 출동하는 일이 빈번하며 연간 100건 이상에 달한다"고 전했다. 중랑구 소방서 소속 정 씨(46.소방위)도 "지난 11월 10일 오전 11시경, 망우동에 위치한 더하이어 오피스텔 전 층에서 경보기가 울려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결과적으로 오작동이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보 오작동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자연적 요인으로 높은 습도로 인한 기계의 오작동이다. 두 번째는 기계적 요인으로 기기의 노후화로 인해 감지기가 오작동하는 경우다. 세 번째는 인위적 요인이다. 의도적으로 발신기를 누를 경우에도 발생하거나 불법적인 기기의 오작동이 있다.
오작동 발생 시 다수의 인원이 피난해야 하며 그로 인해 인파가 몰려 다른 안전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계속 오작동이 반복되면 안전 불감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또 소방관의 출동으로 인력 및 자원을 낭비하게 되고 자원의 공백이 발생하여 정말 필요한 곳에 출동이 늦어지게 된다. 소방관 이씨는 이에 대한 대처로 '오보 방지 장치'와 같은 소방 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기적인 전문가의 시설 점검도 필요하며, 특히 기숙사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안전관리자의 상주를 의무화하고 학생들이 실질적인 대처 능력을 갖추도록 정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