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동주를 대한극장에서 보고왔다.
심야 영화인데다가 알라딘영화할인 쿠폰까지 있어서, 1500원을 썼다.
보기 전부터 어떤 실망도 하지 않겠노라 단단히 다짐했다. 나는 윤동주를 매우 좋아하여서, 작년에는 "윤동주가간다"라는 글을 여기에 게시한 적도 있으며, 후에 비중있는 글을 써볼 생각까지 있는데, 이렇게 원작에 애착이 있는 사람은 관련 창작에 실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윤동주에 대한 새로운 측면의 조명 같은 것은 기대치도 않았다는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비난하지 않겠노라는 다짐을 지키는 일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이 영화는 너무나 성의 없이 만들어졌다. 카메라는 윤동주의 삶과 송몽규의 삶을 따라가는데, 그 삶의 단편들이 그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저 의미 없는 건조함으로 연대기표를 채워갈 뿐이다. 나는 연대기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서사를 긴박하게 밟아가는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단편들의 심도인데, 이 영화의 장면들에는 어떠한 심리선도 묘사되어 있지 않다. 또 의미들의 층위가 정교하게 횡단하고 있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상징성 있는 장면들이, 아름답게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다분히 지루하더라도, 그런 영화는 또 그런대로 맛이 있었을 것이다.
혹시 감독이 이러한 것을 영화상의 담백함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성의없음이다. 감독은 그저 윤동주라는 이름과, 시에 모든 것을 맡긴다. 이렇게 하려면, 그 많은 자본을 들여서 영화를 왜 찍는 것일까? 윤동주문학관에 홍보자료로 걸기에는 딱 적합하지만, 영화제에 걸리기에는 민망하기 짝이 없다.
덧붙여 강하늘의 연기는 훌륭하지 않다. 한국 시사상 아마도 가장 섬세한 감수성의 화신을 따라잡기에는 그가 아직 한참 덜 여문 배우라는 것이 너무나 쉽게 드러난다. 이 영화에서 강하늘은 그저 심각할 뿐이다.
특히, 윤동주 시 낭독을 할때의 그 발성은 정말 어울리지도 않고 듣기좋지도 않다.
다만 송몽규 역을 맡은 박정민의 연기는 주목 받을만하다.
그리고 윤동주가 자기 시집 제목으로 염두에 두었던 것은, 하늘과바람과별과시, 가 아니라, 병원,이었다. 이 시는 윤동주가 가장 아꼈다고 전해지는 시이다. 영화 내용상 이렇게 바꾸었다면 이해하지만, 조사가 부족해서 그랬다면, 정말 무성의의 증명인데, 아무래도 후자 같다.
첫댓글 ㅋㅋㅋ 분노의 후기
보통 좀 좋지 않은 영화라도, 애썼구나, 하는 생각 정도는 드는데, 이 영화는 참 무성의하다는 생각만 내내 들게 하더라.
부정할 수 없다... ㅋ 잘만든 영화는 아니었음. 다만 한국인이라서, 문학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감정이입이 됐을 뿐...
이 영화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문학만을 향하고 있는 윤동주와 행동하는 송몽규의 대비 같다. 송몽규가 시종 구박(?)하는데도 나름 소신을 가지고 있던 윤동주가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내가 꿈꿔서는 안될 것을 꿈꿨던게 아닌가 무너지는 모습이 참 슬펐다. 영화가 개판인 거랑 별개로 그 장면에서 감정이입이 너무 잘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문열의 들소에서도 주인공이 비슷한 성격의 고민을 하고, 그 소설에서도 송몽규처럼 세상에 힘을 보태는 예술이 되어야 한다고 주인공을 구박(?)하는 인물이 있었어서 비슷한 감동을 느꼈던거 같다.
나도 그 장면 자체는 충분히 시사성 있다고 본다. 나 또한 주목했다. 그밖에도 찾아보면 더 있을 텐데, 바로 그렇게 잘만 그렸으면 좋았을 장면들을, 그냥 무의미하게 흘러보냄. 내 생각에 이준익이 윤동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듯하다. 아직 강하늘은 이런 건조함에도 숨을 불어넣을 연기를 할만한 깜냥이 없고. 예를 들어 그 장면이었다면, 소품, 카메라 구도, 인물들의 표정 등등을 통해서, 둘의 갈등을 묘사 할 수 있었을텐데, 정말 웃음밖에 안나오는, 가장 하수들이 쓰는 기법인 웅변으로 대체함. 김수현 드라마 보는 줄.
또 하나, 웃긴 장면은, "별헤는밤" 읊으면서, 정말 창살 뒤 별 비추어 줄 때는, 감독이란 사람의 서사적, 그리고 영상적 상상력이 저것 밖에 안되나 생각하면서, 실소함. 또 무엇보다 중요한 시 "병원"도 완전히 반대되는 장면에서 사용하였고. 지적하다 보면 끝이 없다.
@나목 낭독을 너무 못했음... ㅋ 그래도 그중 나았던거는 참회록... ㅋ 시집 제목은... 사람들이 이 영화 보고 책 많이 사라고 그렇게 한거 아닌가 싶음... ㅋ
친구랑 친구 여친이랑 같이 봤는데 국어 강사인 친구 여친도 대략 나목형과 비슷한 지적을 하더라.
삼천포행이기는 하다만, 거기 왜 끼셨는가?
@나목 원래 셋이서 영화 자주 봄 ㅋ 아마 그 연인들에게 내가 훌륭한 악세사리가 되어 주지 않는가 함...ㅋ <우리가 이렇게 금슬 좋은 연인이라는 사실>을 내가 옆에서 지켜봐 주는게 걔네들은 행복한거지... ㅋ 사실 그 둘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행복해지는 느낌이라... 묘한사이임 ㅋ
실은 윤동주란 사람이 남긴 글자체가 워낙 별로 없어서, 이 인물의 심리 상태 등등을 파악하기가 쉬운 일이 아님. 반대로, 플로베르 이런 사람들은 편지부터 수기까지 남긴 자료가 워낙 방대해서, 이 인물 자체가 하나의 연구대상이 되기 충분함. 윤동주 평전을 봐도 그러함. 윤동주는 이런 사람이었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만, 그것도 많지 않게 남아있지, 본인이 직접 남긴 기록 자체가 굉장희 희박함. 이런 상황에서 영화 찍겠다고 뛰어들었으니, 나온 결과가 이것임. 그렇다고 감독이 있는자료 없는자료 다 뒤져볼 열정도 갖고 있지 않았고.///
사실은 또 그렇게 때문에 이 영화가 잘만 찍었으면 한 명의 존재성을 새롭게 창조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는데, 이준익이 그렇게까지 뛰어난 감독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기대는 안했음. 예컨대 '잔다르크' 같은 인물을 명감독들은 그렇게 창조했었지.
@나목 난 일부러 이렇게 만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사람들이 모두 나목형같은 안목을 가지고 있는건 아니거든... ㅋ 안그래도 상영관 없는데 이정도 타협도 안했다가는... ㅋ 이준익 왕의남자 평양성 사도 같은거 보면 꽤 괜찮은편 아닌가? ㅋ
@오른쪽이 평양성, 사도는 보지 않았다만, 사도는 볼만 하시던가?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잠깐 했었음. '왕의 남자'를 보더라도, 이 감독이 인물심리를 밀도 있게 묘사하는 것에는 별 흥미도 재주도 없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한국의 소위 잘 팔리는 영화가 항상 그렇듯이, 왕의 남자는 서사적 긴박감과 화려한 볼거리를 '보기좋게' 채워넣은 영화였기 때문. 그런데 그렇게 찍는 것도 분명히 재능이고, 나는 이러한 재능을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음. 사실은 나도 갖고 싶다.///그런데 이번 영화는 반대로 갔고, 이 감독이 본인은 이런 영화를 찍을 재능이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깨달았기를 바랄뿐이다.
@나목 난 어지간히 망한 영화도 후하게 봐주는 편이라... ㅋ 그런데 사도는 망한 영화도 아니니... 아무튼 ... 못 깨달을걸... 영화 본 사람들 평이 워낙 좋아서... ㅋ 내 생각엔,,, 이 영화 보러 간 사람들은 보기 전부터 <감동받으려고> 작정하고 간 사람들이고, 보다가 마음에 안드는 장면이 있어도 애써 눈감고 좋은 장면에만 <준비된 흥분>을 느끼고 영화관을 나왔을거야... ㅋ 사실 나 자신도 어느정도 그랬고... ㅋ 비슷한 대우를 받았던 영화가 아마 <명량>일거고... ㅋ 이런 영화에 쓴소리 하면 진중권 되는거지 뭐... ㅋ
영화감상문인데, 막줄과 댓글이 문학 토론이네, 다음엔 감상문은 양냠으로 쓰고 문학 내용의 비중을 늘리도록 해라, 책글 써라
아마 각본이 구려서이지 않을까 싶다.... 난 신연식 이 재능없는 인간이 어떻게 영화를 계속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임
안봤는데 안봐야지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영혼
윤동주의 영혼은 스치는 바람에도 아파했을 망정,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