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사람들에 의해 고전으로 확립된 텍스트를 읽는 일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서 독법이 확립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러한 평가를 확인하는 것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된다. 국어시간에 배우는 수사법은 사전적으로는 ‘어떠한 생각을 특별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표현이나 설득에 필요한 다양한 언어 표현 기법’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원을 대체로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문법을 설명할 때 다양한 표현법의 특징을 총괄하는 단어로서 ‘수사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이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지고 있던 나의 상식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수사학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책을 썼던 것은 결국 그리스 시대의 웅변술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되었다. 구체적으로 ‘수사학’이란 결국 대중연설과 법정에서 상대와 맞서 자신의 논리를 설득력이 있게 펼쳐내는 기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라 하겠다. 때문에 상대의 말을 잘 듯고 그 논리적 허점을 적절히 따지면서 현장에 있는 대중이나 법관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수사학의 요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다양한 전거를 통해 자신의 관점을 부각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스 시대의 사회 상황을 이해하면서, 흔히 ‘궤변론자’로 인식하고 있는 소피스트들이 왜 이 시대에 각광을 받는 직업이었는지를 새삼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논리는 철저히 상대방의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는 것이라 하겠는데, 당시에는 그만큼 형식논리학이 중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설득력이 있는 논리를 통해 상대를 굴복시키기보다는 대중들을 향해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강조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말이 논리적 파탄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지라도, 오로지 상대의 논리를 깰 수 있다면 좋은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한 변론술을 배우기 위해 그리스 청년들은 그들의 휘하에서 기꺼이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그리스어로 된 원전을 완역한 것이라 하는데, 전체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1권에서는 수사학의 본질과 활용 방법 등을 규정하고, 2권에서는 그 세부 요인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3권에서는 대중들을 향한 연설에서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들을 거론하고 있다. 예컨대 2권의 ‘감정과 성격’을 논하는 부분에서, ‘연설가는 자신의 연설이 뭔가를 입증하기에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만 신경 써서는 안 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보여주어 듣는 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곳곳에서 연설가로서 제대로 된 연설을 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들은 이처럼 철저히 대중연설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리스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요 논점들은 당시에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던 소피스트들에 대한 대응 전략의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 책의 성격이나 의미에 대해서는 말미에 서술된 번역자의 ‘해제’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여기에서는 그 글에 소개된 내용을 반복하기보다는 독자의 입장에서 느꼈던 내용들에 대해서 주로 기술하고자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왜 그 시대에 소피스트들이 대중들에게 각광을 받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당시 소피스트의 변론술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소규모의 도시국가들로 구성된 당시 그리스의 상황에서는 대중들을 향한 직접적인 연설과 변론이 매우 중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말에 설득력이 있는 논리를 갖추는 것도 중요했지만, 자신을 향한 비판에 적절하게 대응하여 상대방의 논리를 무력화시키는 것도 더 중요했던 것이다. 아마도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았던 재판도, 결국 소피스트들의 맹렬한 비판에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기에 그러한 결론으로 귀결되었을 것이라 이해된다. 당시에는 법정에서도 상대방의 말을 비판하고 자기 논리를 설득력이 있게 펼치는 형식논리학이 득세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책에서 당시에도 고전으로 여겨지던 다양한 문헌들의 기록을 전거로 제시하면서, 자신의 논리에 신빙성을 보태고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 책에서 예시로 든 내용들 중 일부는 그다지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대의 지식인들에게는 그 문헌들의 내용이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기에, 그것을 통해 대중들을 설득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연설자로서 혹은 법정에서의 변론자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화법, 그리고 상대의 말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2차적인 텍스트들을 통해 알고 있었던 수사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이 책의 독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