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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광주의 비극이 일어난 지 벌써 40주년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진실이, 여전히 법적으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또한 지금 우리가 닥친 현실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형인 ‘전두환의 재판’은 그 역사의 진실을 법적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하나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여전히 단 한마디의 반성도 없이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다시 도지는 것만 같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들의 태도에 분노하고, 기나긴 시간 동안 여전히 한을 품고 사는 이들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는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1980년 이른바‘신군부’가 저지른 쿠데타의 준비 과정과 진행 상황,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양으로 ‘선택’되었던 광주항쟁의 진행 과정과 그 의미에 이르기까지를 기록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5.18 광주 혈사’라는 책의 부제는, 신군부의 총칼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영혼들의 고귀한 삶을 '피의 역사'라는 표현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근현대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는 저자에게, ‘광주항쟁’ 역시 반드시 기록하고 또 남겨야만 하는 의무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을 근거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고, 이를 통해 역사의 진실에 한결음 더 내디딜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마침내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인정하고 진솔하게 용서를 비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 책은 40년 전에 일어났던 ‘광주항쟁’에 대한 저자의 ‘부채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신군부 쿠데타의 전사(前史)’와 이들에 의헤 자행된 ‘광주학살의 배경’을 먼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항쟁과 학살의 전주곡’으로서 5.18전야의 광주 분위기와 신군부의 움직임 등을 서술하고, 항쟁이 진행되던 10여일 동안의 움직임을 꼼꼼한 자료들에 의거하여 기록하고 있다. 맨손의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한 계엄군들의 행위를 일컬어 저자는 ‘인간의 탈을 쓴 악귀들의 만행’이었다고 단언한다. 계엄군들의 총칼을 앞세운 위협 속에서도 질서를 지키면서 서로를 위해 마음을 썼던 광주시민들의 움직임도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결국 광주에서 일시 후퇴했다가 ‘재진입한 계엄군의 무자비한 살상’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신군부의 무자비한 진압 실상’이 다양한 기록과 자료들을 통해서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 희생자가 있다고 믿어지며, 최근 광주 일대 곳곳에서 암매장한 흔적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언론인 출신으로서 당시의 언론들에 의해 자행된 ‘왜곡 보도’의 실상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짚어보고 있다. 그리고 비록 40년이 지났지만, 역사의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남은 과제와 제언, 그리고 기억’의 측면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으로서 독일에서는 지금도 당시 나찌 정권에 협력했던 이들을 찾아서 법정에 세우고 있다고 한다. 비록 가해자들을 다시 법정에 세울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들은 반드시 진실을 확인하고 그것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40주년이 되는 이 때에 ‘광주항쟁’에 관한 진실의 한자락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저자의 의지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 역시 ‘광주항쟁’이 그저 역사책에 기록된 수많은 사건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치유 과정에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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