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い出が詰まった石村湖
추억이 담긴 석촌호
패노우 위짜추 서류바 까토나 네명의 지기들이 2호선 강변역에서 빠져나온다. 오늘의 행선지는 송파구 잠실에 있는 석촌호수이다. 전철과 자동차가 통행하는 잠실철교에는 보행로와 자전거길도 구분이 되어있는 곳이다. 한강 상류에는 바로 올림픽대교가 있으며 하류쪽에는 잠실대교가 있다. 맞은 편에는 우뚝 위용을 자랑하는 123층의 잠실롯데월드 타워가 서울시내를 호령하는 모양새이다.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며 잉어떼가 유영을 하고 긴 날개에 목을 쭉 빼고 하얀 왜가리가 물가를 박차고 솟구쳐 오른다. 물오리도 일곱 여덟 마리가 열심히 자맥질을 즐기고 있는 모습도 노객들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방전된 밧데리와 같은 노객들의 육신을 도도히 흐르고 있는 강물 속으로 합류함은 어떨런지. 물 위를 날으는 새처럼 물 속을 주름잡고 있는 물고기처럼 말이다. 송파대로의 동(東)과 서(西)로 나뉘어진 석촌호수로 들어선다.
석촌호수도 옛 한강변 송파나루가 있던 한강 본류였는데 1970년대 초에 잠실구획정리사업으로 샛강이 매립되면서 내륙 인공호수가 조성되었다. 호수를 중심으로 1981년도에 석촌호수공원이 새로 조성되었다. 동호는 조깅과 자전거 산책 코스로 사랑받고 있으며, 서호는 롯데월드의 매직 아일랜드와 서울놀이마당이 있어 롯데월드타워와 더불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칭 잠실호수라고도 한다. 넓이는 약 20만㎡이며 둘레는 약 4km 수심은 4~5m로 한강물로 채워진다. 호수 물 속 여러 곳에는 물을 정화시키는 환기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주변에는 벗나무 느티나무 여러 종류의 수목들로 경관이 아름답게 조성이 되어있다. 80년대에는 호수를 에워싸듯이 포장마차들로 애주가들의 애환과 사랑을 받던 곳이기도하다. 호수 경관이라야 별로 볼 것도 없는 어느 시골의 저수지와 같은 곳이다. 아파트도 4층 정도의 잠실 주공아파트와 시영아파트가 전부이다. 도시가스 연료는 언감생심으로 19공탄 연탄불이 전부였던 시절이다. 재건축 된다고 아파트를 구입하라던 절친한 고교동기생 고(故) LSJ의 미망인의 간곡한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이재(理財)에는 멍한 문외한이었다. 지하층을 포함한 3층의 단독주택에서 살던 때이다. 마당에 잔디를 깔고 감나무 대추나무 포도나무 모과나무 등이 제철마다 튼실한 열매를 안겨주는 곳이다. 봉숭아 채송화 국화꽃 그리고 빠알간 넝클장미가 울타리를 장식하곤 하는 아늑한 보금자리이다. 이런 단독주택의 한채 가격으로 환산하면 잠실 아파트 서너채를 구입하고도 남는 장사이었을 게다. 단독주택을 떠나서 아파트 생활은 절대로 할 수 없다는 전근대적인 시골 영감님 같은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살아보면 알듯이 아파트는 별로 신경 쓸 곳도 없으며 편안하고 편리한 생활 터전으로 모든 것을 관리비가 해결해 주는 곳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후회한들 어쩔 수가 없으니 세상은 자신의 능력대로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니려는가. 지금은 롯데타워를 비롯한 마천루 같은 건물과 아파트들로 에워싸여 있는 빌딩의 성곽을 이루고 있다. 땅 속에는 거미줄처럼 이어진 지하철 노선들이 노객들에게는 타고 내리며 환승하는 자체가 헷갈리고 어지러울 정도가 아닌가. 어찌 보면 회색 빌딩속에 갇혀서 숨도 마음껏 들이키기도 힘든 공해에 찌든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강동구에서 약국을 경영하던 그 시절에는 약사 동기들과 즐겨 찾던 곳으로 한잔이 두세 잔이 거듭되노라면 갈지자(之) 걸음의 그늘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강남구 삼성동까지 승용차의 핸들을 잡고 올림픽대로로 진입한다. 자정이 가까우니 대로에는 차량들도 뜸한 상태이다. 한강 본류와 탄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경찰 순찰차의 경광등이 눈에 잡힌다. " 2018 차량 오른쪽에 정차하세요 "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경찰관이 옆 좌석으로 오른다. 면허증을 제시하고 빈 지갑을 보여주니 앞에서 집까지 호송을 해 주는 게 아닌가. 다음에는 절대로 용서가 아니된다는 경고성 당부도 잊지 않는다. 돈 몇푼이면 웬만한 사건은 마무리 되던 그런 허접한 세상이었으니 누구를 탓하리오까. 마라톤을 한답시고 약국 직원들과 달리기 시합을 하던 거칠은 숨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그 시절 그 때 그 모습의 석촌호수가 오늘 따라 그리워짐은 어이 된 이유에서일까. 지난 날의 어처구니 없는 추억이 담겨 있는 석촌호수를 30여년이 흐른 오늘에야 밟아 보고 있는 게다. 쉬엄쉬엄 걷다가 쉬다를 반복하며 한바퀴를 마음껏 즐기며 걷는다. 회식에 합류하기로 약속된 시간에 치빠흐와 함께 방이동 먹자골목으로 들어선다. 오랜만에 들어서는 거리는 낮설기도 하지만 주점만큼은 세련된 풍경이다. 숯불판 위에 올려지는 갈매기 고기의 육즙과 탱글거림은 술잔을 재촉하기만 하는구나. 먹음직스럽고 생각보다 많은 밑반찬과 친절한 접대에 노객들의 목청은 높아만 가고 있다. 월드타워 1층 대로변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아이스커피와 달작지근한 치즈빵으로 주독(酒毒)을 희석시켜 보련다. 알콜이든 음식이든 생체리듬의 흐름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이 당연지사인 줄을 알면서도 말이다. 귀가하는 지하철로 들어서며 삼십 오륙년 전의 모습과 지금의 이 노객을 본다. 석촌호수는 몰라보게 바뀌었으며 눈 깜짝 할 사이에 흐른 세월인데 손에 잡은 것은 무엇일까. 손에는 달랑 경로우대권 한장으로 " 삑" 단음(短音)이 아닌 "삑~ 삑" 소리를 들으며 이 밤도 공짜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언제나처럼 오던 길로 또 다시 그 곳 아내가 있는 집으로 말이다.
2018년 6월 28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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