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A.C. 푸시킨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멀지 않아 기쁨의 날은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가는 것은 그리워지나니
<운산시평>
알랙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1799~1837)은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대한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그의 시는 낭만주의와 현실주의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위 ’삶‘이란 시도
현실주의적 표현이다. 옛날 이발소에 걸려 있는 그림에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시구(詩句)가 걸려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이 시를 읽으면서 인간적인 감성을 느꼈다. 이 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삶이 그대를 속이지만 역경이 있으니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온다는 것이다. 마음과 현실은 같을 수 없으나 모든 것은 순간 지나가고 지나가면 그리움이 된다는 평범한 내용이어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 시 속에 인간의 역사와 철학이 있고 감각적인 희노애락이 있다. 다만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돌이켜 보고 싶은 그리움이 남게 되고,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리움으로 남기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