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을 향하여
이옥진
은행잎이 걸어간다 초록에서 노랑으로
은행잎이 야위어 간다 유화에서 수채화로
제 갈 곳 아는 것들은 투명을 향해 간다
어머니가 걸어간다 검정에서 하양으로
어머니가 날개 펴신다 소설에서 서정시고
먼 그곳 가까울수록 어머니는 가볍다
이옥진 시조집 『 먼나무 숲으로 』,《동학사 》에서
사람이나 자연이나 보이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는 것은 유에서 무의 형체를 따라가는 것이다. 유에서 무의 형체를 따라가는 길은 자연이 주는 조화의 길이다. 이옥진 시인은 그 자연의 섭리에 대한 삶의 공식을 풀며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만 그 길이 아름다운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제 한 생의 길이 잠시 유화처럼 짙은 형체를 띠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점점 수채화처럼 자연의 길에 젖어들게 되어 있다. 그러하지 않은 것은 이 우주공간에 그리 많지 않다. 물과 공기와 흙과 시간이라는 공간 속에서 우리가 영원함을 믿는 건 믿음 뿐이다. 나이 들어가시는 어머니 모습, 초록의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늦가을 모습, 모두 내 마음의 투명한 유리병 속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유리병 속에 삶의 시간을 저장하며 그 유리병 꽉 채워지면 떠나야 한다. 그 투명한 삶의 유리병이 언제 채워질 지는 모르지만,
첫댓글 그렇군요. 누구나 뿌리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면 투명하게 되는군요. 멎진시 잘 읽고 갑니다.
맑아지면서 아름다운 투명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의 삶이........
먼 그곳 가까울수록 가벼워지는...
어디 어머니뿐이겠습니까?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수선화님! 반가워요. 어머니는 우리 모든 인생들의 대표로 썼습니다.^^
웰 다잉이죠,한 고비를 지나면 비우는 연습을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