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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 오준, `사람의 땅 시의 길` 원문보기 글쓴이: 해와
勺詩富林 67강
8장 시의 소재
1. 길 위에서 길을 묻다
2019년 10월 2일
돌아오지 않는 길
백무산
햇살은 부처
길은 법당
바람은 경전
길은 머물지 않고
머무는 것은 생명이 없네
햇살을 잡지 못하듯이
손에 잡히는 것은 언제나 어둠뿐이듯이
흐르는 강을 잡으니 강은 사라지듯이
나비를 잡으니 나비춤이 사라지듯이
진리를 잡은 손안에는 허위의 어둠만 가득하듯이
달빛은 부처
구름은 법당
물소리는 경전
구름은 머무는 법이 없네
달은 한번도 같은 달인 적이 없고
달의 등은 볼 수가 없네
둘 아니라 하나라 하다 하나에 빠지고
삼세근본이 공이라 하다 공에 빠지고
일체만물이 허망하다 하다 허망에 빠지고
길을 붙들다 길에 빠지고
길을 버리다 버림에 빠지네
풀꽃은 부처
들바람은 법당
새들 지저귐은 경전
꽃은 머물지 않네
길은 들바람과 같은 몸, 저 산모퉁이에서
사라지고 일어나네
내 목소리 크니 너의 목소리 들리지 않고
우리 목소리 크니 저들 목소리 죽고
사람소리 점령하니 짐승소리는 식민지 되네
평화는 숨죽이는 일, 내 자리 비우는 일
평화는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일
침묵해 작은 소리 귀 기울이는 일
내 자리 비워 너를 앉히는 일, 평화는
내 목소리 비워 뭇 생명의 소리 담는 일
평화는 너와 나를 방생하는 일
흰눈은 부처
설산은 법당
인간의 아비규환은 경전
내가 너에게 베푸나 교만하지 않고
본래 내 것이 아님을 배우는 일
내가 너에게 의탁하여 나를 낮추나 비굴하지 않고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님을 배우는 일
탁발은, 받아서 베풀고 주어서 의탁하는 것
그래서 놓아버리는 일, 마음에서 손에서 일체를
놓아버리는 일, 놓아버리는 일은 흐르게 하는 일
흐르게 하는 일은 살리는 일
모든 길과 모든 생명은 머물지 않네
모든 실제는 오직 흐를 뿐, 생명은 머문 실체가 없어
지킬 수도 없네 만질 수도 없네
다만 그냥 두지 않는 일과 싸울 뿐
스스로 그리하지 못하게 하는 일에 저항할 뿐
뜨거운 육신은 부처
환락의 거리는 법당
고통의 신음은 경전
이 마음 떠나서 어디서 구할까
이 길을 떠나서 어디서 구할까
아아, 이 피고름 물컹한 고깃덩이, 이 육신을
떠나서 어디서 무엇을 구할까
이 치욕과 분노와 욕망을 떠나서
내 고통 너의 슬픔 떠나서 무엇을 구할까
길은 들바람처럼 또 저리 사라지고 일어나는데
삶은 저리 잡힐 듯이 아지랑이 이는데
햇살 어린 물무늬인 양 인생은 저리 허망하고 찬란한데
흰눈 위에 흰눈 내려 저리 두근거리는데
이 길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죽어도 다시 오지 않으리
이 몸 이 마음 떠나 찾지 마라 하여도
이대로 끌고는 절대 다시 오지 않으리
부처는 부처
법당은 법당
경전은 경전
老子 道德經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無名天地之始, 有名萬物之母.
故常無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徼.
此兩者同, 出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 善之爲善, 斯不善已.
故 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是以 聖人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萬物作焉而不辭, 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 不去.
물길의 소리
강은교
그는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군, 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저항하는 소리, 물이 바삐바삐 은빛 달을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듬는 소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물이 햇살을 핥는 소리, 핥아대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
가만히 눈을 감고 귀에 손을 대고 있으면 들린다. 물끼리 몸을 부비는 소리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비늘 비비는 소리가……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르는 소리가. 물길의 소리가. 물길의 소리가.
흰 눈 속으로
여보게, 껴안아야 하네
한 송이 눈이 두 송이 눈을 껴안듯이
한데 안은 눈송이들 펄럭펄럭 허공을 채우듯이
여보게, 껴안아야 하네
한 조각 얼음이 두 조각 얼음을 껴안듯이
한데 안은 얼음들 땅 위에 칭칭 감기듯이
함께 녹아 흐르기 위하여 감기듯이
그리하여 입맞춰야 하네
한 올 별빛이 두 올 별빛에 입맞추듯이
별빛들 밤새도록 쓸쓸한 땅에 입맞추듯이
눈이 쌓이는구나
흰 눈 속으로
한 사람이 길을 만들고 있구나
눈길 하나가 눈길 둘과 입맞추고 있구나
여보게, 오늘은 자네도
눈길 얼음길을 만들어야 하네
쓸쓸한 땅 위에 길을 일으켜야 하네.
길
김소월
어제도 하로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웠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定州) 곽산(郭山) 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이외수 『길에 관한 명상』
길은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 길을 만들기 이전에는 모든 공간이 길이었다.
인간은 길을 만들고 자신들이 만든 길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들이 만든 길이 아니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인간은 하나의 길이다.
하나의 사물도 하나의 길이다.
선사들은 묻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어디서 오십니까.
그러나 대답할 수 있는 자들은 흔치 않다.
때로 인간은 자신이 실종되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길을 간다.
인간은 대개 길을 가면서 동반자가 있기를 소망한다.
어떤 인간은
동반자의 짐을 자신이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인간은
자신의 짐을 동반자가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길을 가는 데
가장 불편한 장애물은 자기 자신이라는 장애물이다.
험난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평탄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님의 침묵(沈黙)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으로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The Road Not Taken 가지 않은 길
Robert Frost
노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던 겁니다.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먼먼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원당 가는 길
허수경
757 좌석버스, 세간의 바퀴가 나를 그곳까지 데려다주었다 딴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결국 내가 내 발로 그곳까지 갔을 뿐
라면 반 개의 저녁이면 나는 얼큰하게 먹어치운 저녁 기운에 이런 노랠했었다네 We shall overcome
버리고 떠나온 한 비럭질의 생애가 밀물지듯 서늘해지는 세월의 저녁 We shall overcome 우리 이기리라 넘어가리라 건설하리라 또 다른 생애에의 희망 이 무감동의 희망
그러나 세간의 바퀴여
잠깐, 나는 단 한번도 내 뒷모습을 용서하지 않았으나 내 그림자는 발목을 잡고 한번도 나를 놓아두지 않았도다 그리고
길 아닌 길 건설의 무감동이 나를 무너지게 했던 그 길에, 가끔 깃을 털고 때까치가 날고 나, 미류나무에 기대어 마을을 내려다보면 하나, 둘, 불켜진 창마다 가슴은 언제나 설리어 이런 날 종일 누군가를 기다렸으나
온전한 벗도 온전한 연인도 다 제 갈 길을 갈 뿐
나, 내 마음의 古老를 좇아 서둘러 떠났을 때 보았다
무수한 생이 끝나고 또 시작하는 옛사랑 자취 끊긴 길
그 길이 모오든 시작을 주관하고 마침내 마감마저 사해주는 것을
눈에서 지워진 그 길 원당 가는 길이었던
내 삶의 무너지는, 자취 없는 길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보다는
산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은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은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 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成三問 「臨死賦 絶命詩」
擊鼓催人命격고최인명 북을 두드리며 목숨을 재촉하는데
回首日欲斜회수일욕사 고개 돌려보니 해는 서산으로 저뭅니다.
黃泉無一店황천무일점 황천길에는 주막 하나 없다는데
今夜宿誰家금야숙수가 오늘 밤은 누구 집에서 묵어야 할까요?
서산대사(?) 「踏雪」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함부로 어지러이 발걸음을 내딛지 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리니
My Way
Frank Sinatra
And now the end is near 이제 끝이 다가옵니다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이제 마지막 커튼도 제 앞에 있어
My friend, I'll say it clear 친구여, 확실하게 말해두렵니다
I'll state my case of which I'm certain 저만이 알고 있는 제 얘기를
I've lived a life that's full 저는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I've traveled each and every highway 모든 고속도로를 다 달리면서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리고 더 중요한 건
I did it my way 저는 이걸 제 방식으로 해왔다는 겁니다
Regrets, I've had a few 후회를 저도 하기야 했지만
But then again, too few to mention 굳이 말할 만큼 후회한 건 없습니다
I did what I had to do 저는 해야 할 일만을 했고
And saw it through without exemption 그리고 있는 그대로 지켜봐왔습니다
I planned each charted course 저는 바른 길만을 따랐고
Each careful step along the byway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서 걸었습니다
Oh, and more, much more than this 그리고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I did it my way 그걸 제 방식대로 해왔다는 겁니다
Yes, there were times, 그리고 그런 때도 있었지.
I'm sure you know 아마 당신들도 아시겠지만
When I bit off more than I could chew 그렇다고 걱정할 만큼 많지는 않은But through it all when there was doubt 하지만 그동안 남은 후회들은
I ate it up and spit it out 다 씹어버리고 뱉어냈습니다
I faced it all and I stood tall 그 모든 걸 대면하고 그 앞에 꿋꿋이 섰습니다
And did it my way 그리고 그 모든 걸 제 방식으로 해냈습니다
I've loved, I've laughed and cried 사랑했고, 웃었고, 울었습니다
I've had my fill, my share of losing 고생도 했고, 쉬엄쉬엄한 적도 있었지
And now as tears subside 이제 눈물도 말라
I find it all so amusing 모든 게 재밌어 보입니다
To think I did all that 그 모든 것을 제가 다 거쳐왔다는 것이
And may I say, not in a shy way 그러니 이렇게 말해도 될까요
Oh, no, no not me 난 안 그랬다고, 당당하게
I did it my way 제 방식대로 해왔다고
For what is a man, what has he got 사람으로서, 그래서 지닌 것으로서
If not himself, then he has not 자기 자신이 아니라면,
To say the things he truly feels 진짜 느낀 것들을 말해야 합니다
And not the words of one who kneels 무릎 꿇는 자의 목소리가 아닌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당당하게 살아왔음을 세상은 알고 있으니
And did it my way 그리고 자신의 방식대로 해왔다는 것을.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세상이 나의 당당한 삶을 알 것입니다
And did it my way 제 방식대로 살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