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딱딱해지면서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지고, 수영장 바닥까지 가라앉을 때처럼 주위의 소음이 사라지더니 귓속에서 종이 울리는 소리만 들렸다. 누군가 내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무언가를 서둘러 알려주려는 것처럼.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십 초 내지 십오 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느닷없이 일어났다가, 정신을 차리자 이미 끝나버린 일이었다. 그리하여 그곳에 있었을 중요한 메시지는, 모든 꿈의 핵심들과 마찬가지로 미로 속으로 사라졌다.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여동생은 내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듯했다. 마주칠 때마다 묘하게 무표정한 눈으로 - 냉장고 안쪽에 오랫동안 처박혀 있던 건어물이 아직 먹을 만한지 점검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애는 나를 쳐다볼 때 외모는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고(하긴 그렇게 볼만한 외모도 아니었지만) 나라는 인간의 내면을 똑바로 투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것도 다 실제로 내 마음에 제법 켕기는 구석이 있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낮은 탁자 너머로 책을 건넸다. 그는 왼손에 잔을 쥔 채 오른손으로 책을 받아들었다. 커피가 책에 흐르지 않을까 나는 걱정이 되었다. 어디로 보나 흘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흘리진 않았다. 그는 잔을 유리 탁자 위에 소리나게 내려놓고, 양손으로 책을 들고 책장을 팔락팔락 넘겼다.
우리는 우연의 이끌림에 따라 두 번 마주했다.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을 사이에 두고, 600킬로미터쯤 떨어진 두 도시에서. 그리고 테이블에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고,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범한 담소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를 - 우리가 살아가는 행위에 포함된 의미 비슷한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우연에 의해 어쩌다 실현된 단순한 시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을 뛰어넘어 우리 두 사람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요소는 없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