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미자 시집 작은 위로 129 * 209 * 9 mm 136쪽
시들었던 생을 다시 살리는 살피마당의 시詩 행복하려면, 헛된 꿈을 가지기보다 현실에 만족하고 기쁨을 즐기는 게 좋다 했던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시인은 행복이 뭔지 미리 알아차리고 처지에 맞는 삶을 선택해 살아온 듯하다. 전통적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3대가 사는 살림살이와, 30여 년의 직장생활을 잘 지켜왔음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꽃을 가꾸어 의미를 부여하고, 사계절을 보내며 마음의 여유를 가졌던 마당은 그녀만의 쉼터이기도 했다. 대갓집 너른 마당도 아닌, 담장에 붙어있는 좁다란 마당, 소위 살피마당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마당에서 하얀 발자국 남겨두고 가버린 목련꽃을 아쉬워하며 꽃 지는 목련나무를 안아 보기도 하고(「목련나무를 안아보다」), 주근깨가 안 핀 것은 진짜 나리꽃이 아니라며 깜장깨 뿌리며 소나기 지나간 뒤, 어머니 닮은 참나리꽃을 들여다보기도 한다(「참나리꽃」). 비비추, 비비추 노래하듯 자라서 가녀린 꽃대 허공으로 쏘아 올리더니, 입추날 유서 쓰듯 시든 비비추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비비추」). 살피건대, 검은깨를 깜장깨라고 표현한 생동감 있는 언어 감각도 돋보이지만, 모티브 대부분을 자신의 마당에서 채집하여 시로 빚었음이 보인다. 소재가 봄, 꽃, 새, 고향, 가족, 이웃 등이 주를 이루는데 유독 꽃에 대한 시가 많다. 꽃 좋아하는 사람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꽃이 사람의 생존과 관계되는 사물임을 알 수 있다. 원시 시대 유목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꽃을 발견하면 거기에는 늘 물이 있고 곡식과 열매가 있었다. 그러므로 꽃 주위에 안착하면 생존하는 데 용이했던 경험을 한 것이다. 그런 습성이 사람의 DNA에 내재되어 사람은 누구나 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화론적 이야기이고, 현대에 와서도 꽃은 그 아름다운 빛깔과 모습으로 사람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고, 고유의 향기로 심신 치유의 효과를 주기도 해서 존재만으로도 사람에게 행복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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