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숙지원
아직 여기저기에 겨울의 생채기가 남은 나무들이 보인다.
소생하기를 기원해보지만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
아마 소생한대도 예전의 수형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동상을 입지 않은 나무가 많지 않다.
추위에 강하다는 철쭉마저 잎이 타버렸으니 오죽하랴!
오는 봄에 꽃이나 제대로 필는지 걱정이다.
그뿐 아니다.
비닐하우스에 제일 먼저 심었던 강낭콩도 늦추위에 얼어버렸다.
너무 일찍 심은 탓이다.
숙지원의 매화
그런데 고구마마저 말썽이다.
순이 올라올 시기임에도 보이는 것은 너 댓 개 밖에 안 되어 주변을 살피니 한 달 전 넣은 씨고구마가 사라진 것이다. 얼어서 썩었다면 형체라도 보일 텐데 그나마 보이지 않았다.
갉아 먹다 둔 고구마가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들쥐인지 아니면 두더쥐인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그들 중 누군가의 소행임이 분명했다.
예전에 없던 일이라 당황스럽지만 그러나 가해자를 잡을 수도 없고, 잡는다고 한들 배상을 강요할 수 없으니 우리 먹으려고 남겨둔 고구마를 다시 종자로 쓸 수밖에
고작 장소를 바꾸어 넣었지만 대비책이 될 것인지 불안하다.
일요일,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 속에서 아내는 수 십종의 꽃씨를 뿌렸다.
금년에는 먹을거리보다 꽃 풍년이 들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종류의 꽃, 색색의 꽃을 본다는 일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적 감각이 부족한 멋없는 인간이기 때문일까?
나는 꽃보다 고구마, 야콘, 참외, 채소 등 농작물의 풍년을 더 기다린다.
아마 주리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불안이 반영된 어떤 증후군일 수 있다.
그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본능적인 대비 아니겠냐는 생각도 한다.
시금치 밭을 뒤집어 토란을 심고, 하우스 안의 무 밭에 꽃동이 선 무를 처내고 열무 심을 밭을 만드는 일은 내 몫이다.
풀에 덮인 숙지원 둘레 길의 풀을 치우고, 잔디밭을 헤매면서 풀을 솎아내는 일도 내가 할 일이다. 아내는 호미를 쥐고 나는 삽을 들고 바빴던 하루였다.
아내의 꽃밭 일부
직장인들에게 텃밭 농사는 가욋일이다. 주말이 아니면 삽을 들 수 없다.
그래서 봄, 여름에는 늘 시간에 쫓긴다.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내와 숙지원에 산다.
유명한 곳을 찾아 멋지게 놀러가고 싶은 유혹이 왜 없을까만, 내년부터는 시간이 넘칠 것이니 여행은 그때 하자고 미루는 나의 말에 묵묵히 참아주는 아내가 고맙다.
숙지원은 솔바람이 좋은 곳이다.
잠시 세상사에서 비켜갈 수 있는 곳, 그래서 몸을 힘들어도 마음은 편한 곳이다.
속지원의 한쪽의 사태가 심각함에도 그래도 다른 쪽에서는 봄맞이가 한창이다.
추위 때문에 미처 자라지 못한 수선화의 꽃대가 야물다.
마른 잔디를 헤집으면 연두색 새순이 옹알이를 한다.
텃밭에는 마늘과 쪽파가 힘차게 자라고 겨울 추위를 이긴 노지 상추와 부추도 몸놀림이 빠르다.
아무리 추워도 변하는 계절은 막을 수 없다.
권불십년,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고작 5년의 임기에 무슨 욕심을 그렇게 부려 많은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했던고.
내리막으로 달리는 mb의 정부를 보면서 헛된 욕심의 결과를 생각한다.
숙지원의 수양매화. 모습도 예쁘고 향도 좋다.
이봄에,
은퇴자 혹은 은퇴 예정자들이여, 텃밭 농사를 시작해보시기를!
농업을 미래의 산업이라고 확신하는 젊은이들이여 많은 고민 하시기를!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 도시인들도 귀촌을 생각보시기를!
귀촌은 임기 없고, 정년도 없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싶다.
2011.4.3.
첫댓글 숙지원의 일상 잘보았답니다..저도 서산에 집짓고 처음맞는봄이랍니다..
주말에만 남편과 함께 내려가는데 어디부터 해야할지 엄두가 안나네요..
잔디심고,텃밭시작하고,집 둘레에 꽃밭 만들고,(한종나씨앗나눔에서 씨앗받아서)
몇년안에 내려와 귀촌 하려고 하는데.. 마음만 앞선답니다..
여러선배님에 조언부탁드립니다..좋은날 되세요 ^^*
밑 그림을 잘 그리고 천천히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텃밭 농사도 갖출 것은 다 갖추어야 하는 일입니다.
제 경험으로 농사란 시간과 씨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즐기면서 하십시오.
저는 주인 몰래 농땡이 부리는 머슴처럼 슬슬하고 있습니다.
꽃밭도 자주 김매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계절 맞으시기 바랍니다.
몇개월 전에 은퇴예정자로 ~텃밭을 구입하여서 지금 가꾸는 중입니다. 전에는 여행다니고 주말이면 어디 놀러갈때 없나 하면서 기웃거렸는데 주말 농장을 시작하는 봄은 참으로 바쁜것 같습니다. 부부간의 대화도 끝이없고, 토,일요일은 감자심고 야채를 심었더니 온 몸이 쑤셔서 파스 붙이고 찜질은 하였지만 전원생활이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것은 사실인것 같습니다. 밭에다 1년 야채 식비보다 더 투자 했지만 행복을 가져다주니 정말 시작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같은 처지인 듯 싶어 반갑습니다.
저도 내년이면 정년입니다. 5년전 현재의 땅을 구입하여 가꾸고 있지요.
채소만이라도 자급자족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스를 붙일 정도까지 무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 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텃밭을 가꾸는 중이라 나눔받은 꽃씨앗도 뿌리고, 각종 씨앗도 뿌렸는데 과연 싹이 나올지 키울수 있을지 궁금해지고 마음도 두근거려지는 요즘입니다. 빛돌뫼님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저희도 비슷하네요. 직장에 다니면서 주말에만 밭일을 하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릅니다. 캄캄하도록 일하고 집에 오면 온몸이 쑤시고 아픔니다. 하지만 하는 동안은 행복하고 기쁜마음에 아픔도 모르고 일하고 있지요. 집에 오면 언제나 밭이 그립고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답니다. 아마도 중독인듯 하네요.^^^
중독?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재미도 있고 보람있으니 나쁜 중독은 아닐 것 같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그것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겠지요.
가장 마음편하고 경제적인 일이요 놀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채소만이라도 자급한다면 그 점도 좋은 일이겠지요.
개인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텃밭농사란 희망을 가꾸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웃에게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열심히 재미있게 사십시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씨고구마 아마도 들쥐 소행이겠지요........
주인 몰래 농땡이 부리는 머슴처럼~~~ 이 말씀에 공감합니다^^*
수양매화 은은향 향에 취해보는 아침입니다
향기로운 하루 맞으세요^^*
감사합니다.
고구마를 다시 묻었습니다. 농사 초장부터 상서롭지 못한 일들이 보여 걱정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다소 손해를 입는것이야 감수할 수 있지만 나라 전체에 이변이 있을까 걱정이 더 큽니다.
일본 원전 피해가 우리한테도 영향을 주지 않을지 그 점도 걱정입니다.
아무튼 좋은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글도 풍경도 잘 보았습니다..저희 상황이랑 비슷합니다...바뀐게 있다면 전..농작물에 관심을..남편은 꽃과 나무에 관심이 있다는 겁니다..그러다 보니..전..삽과 괭이를..남편은 호미를 잡고 하루를 보냅니다...ㅎㅎㅎㅎㅎ
재미있는 이야깁니다.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삶 되시기 바랍니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전원생활의 기쁨과 어려움을 가름해 봅니다.
저도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요즘 개나리와 수선화가 활짝 피었고 서향(천리향)의 향기가 소리 없이 기분좋게 합니다. 좋은 날들 만드시기 바랍니다.
본글 댓글 답글 읽는동안 내내 저가 행복했습니다. 저도 작년8월 정년퇴임하고 올 봄에 누가 땅을 나누어 주기에 갖은 채소류 씨앗뿌리고 묘목심고 즐겁게 생활합니다. 사람마다 가치관 성취감이 다르겠지만 전 땅이 좋습니다. 그래서 지금이 좋습니다. 좋은 소식 자주 올려 주세요 모두가 행복한 글 말입니다.
우선 칭찬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그리고 땅이 좋다는 말씀이 반갑습니다.
요즘 부쩍 귀농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먹을거리의 불안이 첫째 이유이겠지요.
안전한 먹을거리와 일하는 기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이 농사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정년 연장의 효과도 들 수 있겠지요. 사는 이야기를 올려주시면 저도 참고 하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가족의 평화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