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사례
"남쪽에서 성공하려면 돈을 떠나서 기술이든지 영업이든지 확실하게 배워야합니다."
2000년 같은 처지 새터민 10여명과 함께 김포시 통진읍에 '백두식품'을 세운 전영일(루카, 43) 대표. 회사 설립 7년만에 한달 매출액만 3000만원에 이르는 업체로 성장시킨 그는 "한번에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새터민들에게 조언한다.
여름엔 느릅냉면을, 겨울엔 느릅찐빵을 주로 생산하는 그는 전국 대리점을 16개나 확보, 탄탄한 영업망을 마련했다. 최근엔 인천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오용호 신부)가 구성한 '천주교 새터민모임' 회장으로 활동하는 그는 "최근 인천 논현동 임대아파트에 새터민들이 몰리고 있어 올해엔 식품이나 유통쪽 공동체를 세워 일자리 창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새해 구상을 밝혔다.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째이던 지난해 10월말 갓 입국한 새터민 여성과 혼인, 서울 신내동에 신접살림을 꾸민 그는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새터민들에게 희망의 방주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전 대표를 통해 2005년 백두식품 부산지사에 합류한 함경도 출신 새터민 정 아무개(36, 예비신자)씨도 2년간 매일 새벽 5시반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영업활동을 통해 영업망을 만들어 낸 뒤 "대기업에 취직한 것보다 낫다"는 말을 스스로 꺼낼 만큼 성공적 정착을 이뤄냈다. 이처럼 백두식품은 인천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연계해 성공을 이뤄내 보기 드문 새터민 정착 사례로 꼽힌다.
▶교회 새터민사목 어디까지 왔나
'새터민 1만명 시대'를 맞는 천주교회 새터민 사목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을까. 새터민 사목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운회 주교)를 중심으로 교구 민화위와 수도회가 주축을 이루고, 지역 종합사회복지관이 이에 동참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탈북 입국자가 국내에 들어오면 꼭 들르는 조사기관 대성공사와 적응훈련기관 하나원(안성 본원ㆍ시흥 분원) 사목은 주교회의 민화위에서 맡고 있다. 특히 주교회의 민화위에선 교구별 새터민 민박(home stay)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하나원 퇴소자에 대한 각 교구 및 인근 본당과의 연결, 새터민 지원소위원회를 통한 사목공조체제 보완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나원 퇴소 이후엔 교구 민화위와 수도회로 새터민 사목활동이 넘어간다. 하나를 이뤄가는 모임(약칭 '하이모', 서울 민화위)을 비롯해 새터민 가족캠프(수원 민화위), 부활ㆍ설ㆍ추석맞이 새터민 초청 만남의 장(대구 민화위), 새터민 교육지원 및 모임(광주 민화위), 지역별 새터민 담당 봉사자 양성 및 각 본당 및 단체와 연결사업(의정부 민화위), 천주교 새터민모임(인천 민화위) 등이 대표적 교구 민화위 활동. 수도회 중에선 살레시오수녀회가 2000년 새터민 소녀들을 위한 '꿈사리 생활공동체'를 조직, 만 20살 미만 무연고 새터민소녀들을 돌보고 있고,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꼬수녀회에선 새터민 가정방문과 함께 새터민 산모나 미혼모를 돌보는 일에 주력한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에선 여성 새터민자립지원활동에 힘을 쏟고 있고, 사랑의 씨튼수녀회는 청소년대상 교리교육과 함께 서울ㆍ대전ㆍ강릉ㆍ광주를 중심으로 새터민 정착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새터민 사목 왜 필요한가
월남 귀순용사(1993년 이전)→귀순자(94~97년)→북한이탈주민(98~2004년)→새터민(2005년 이후)…. 시대에 따른 새터민에 대한 호칭 변화가 암시하듯 정부의 새터민 지원제도는 수차례에 변화를 겪으며 보완돼 왔지만, '통일사목의 가교'로 꼽히는 새터민들이 느끼는 지원 체감온도는 춥기만하다. 하나원에서 손에 쥐고 나오는 최초 정착금 100만원에 2년간 지원금을 합치면 최고 1540만원에 불과하다.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는 하지만 숟가락 하나부터 스스로 모든 세간을 준비하고 은행 및 관공서 이용, 시장보기, 낯선 요리법 익히기, 교통편 이용, 학업과정 등은 물론이고 언어까지 새로 배워야 한다. 세월이 흘러 취업에 성공해도 낯선 업무수행과 강한 노동강도, 직장 내 원만한 인간관계, 사회적 편견 등은 새터민들에게 버겁기만한 과제다. 이러니 정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착과 관련한 기본조건(하드웨어)이야 정부에서 어느 정도 채워준다고 하지만, 정착에 꼭 필요한 노하우 전수는 사람끼리, 사람사이에서만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 여기에서 교회의 유기적 새터민 사목시스템 마련 필요성이 생겨난다.
▶교회 새터민 사목, 그 과제와 전망
주교회의 민화위에서 교구 민화위, 본당 및 수도회로 이어지는 새터민 사목시스템은 10여년간 활동을 통해 모양새가 갖춰졌다. 물론 지구, 본당별 민족화해분과 설립이라는 해묵은 과제는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이 숙제만을 붙잡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요즘 들어 특히 교회에서는 서울 중계ㆍ월계ㆍ상계ㆍ가양ㆍ신월동, 인천 논현동, 안산 선부동, 대전시, 부천시, 군포시, 대구 상인동, 부산 다대동 등 새터민 집중정착지에 대한 집중사목 필요성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새터민정착지원센터를 설립, 교구 15지구와 함께 관내 양천구 신월ㆍ신정동 등 새터민 집중정착지에서 900여명을 사목하는 서울 한빛종합사회복지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밖에 거주지역별로 특성화된 새터민 특별사목기구 구성도 고려해 볼만 하다는 게 일선 사목자들 지적.
그러나 결국은 새터민 정착에 '착한' 이웃이 되는 게 새터민 사목의 기본이자 선결요건이며 전부일 수밖에 없다. 새터민 사목을 통해 통일사목의 비전을 마련하는 것은 이 시대 교회 공동체에 맡겨진 책무이며 하느님의 부르심이다.
10~11일 '하나원 91기 새터민 민박체험' 행사를 치른 수원교구 안산 대학동본당 주임 서종엽(주교회의 민화위 새터민지원소위 간사) 신부는 "새터민이라면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있는데 인식 변화가 아쉽다"며 "전혀 낯선 체제, 새로운 땅, 익숙치 않는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새터민들에게 먼저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이젠 성별, 세대별 '맞춤사목' 시대 ]
새터민 입국자 총수는 2006년 10월말 현재 9565명이고 대성공사ㆍ하나원 조사ㆍ교육 인원이 400여명, 재외공관에서 입국을 기다리는 이들이 500여명이어서 새터민은 사실상 1만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중국 등 제3국 탈북자 또한 10만명이 대기 중이다.
하지만 확실한 새터민 통계가 공개돼 있는 것은 지난해 9월말 현재 통일부 통계가 가장 최근 자료다. 당시 입국자 총수는 9133명으로 이민ㆍ사망자를 제외하면 국내 거주 새터민은 8834명이다. 새터민 입국자를 성별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280여명 더 많다.
새터민 입국자들 특징을 보면, 1999년 이후 20~30대 청년층 입국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05년에는 전체 입국자 1383명 가운데 20~30대가 746명으로 53.9%를 차지했다. 또한 여성 새터민(특히 최근엔 여성 새터민 미혼모 급증) 비율도 2003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2004년에는 66.9%(1894명 중 1268명), 2005년에는 69.4%(1383명 중 959명)가 여성이다.
이와 함께 가족동반 입국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최근 추세다. 1993년까지는 대부분 개별 입국 양상을 보였지만 94년 이후엔 50% 안팎이 가족동반 입국 경향을 보였다. 2003년에는 전체 입국자 1281명 중 가족동반 비율이 44%(564명)에 이른다. 이는 아동과 청소년, 노년층 비율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에 맞춰 한국천주교회는 성별, 세대별로 새터민을 돌보는 맞춤사목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새터민 여성사목모임 신설이나 여성미혼모쉼터 개설, 새터민 소년ㆍ소녀 공부방 개설이나 멘토링 제도 도입, 새터민 노인 사목 특화 등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사목 차원에서 새터민 가정 해체에 대비, 남한 사회 적응교육과 함께 가정성화교육이나 ME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오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