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4호선 당고개역에서 진접까지 연장 개통되었습니다.
그 사이 4호선을 이용해 진접 농협 농자재센터와 별내 농자재 센터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월요일(4월 25일)엔 당고개 다음 역인 별내별가람역에서부터- 별내역- 경춘선 숲길- 공릉역까지
걸어 보았습니다.
20세기 후반까지 먹고 자는데 주안점을 두었던 박스형 아파트들과 달리 요즘 세워지는 신도시들은
단지 내 편의시설은 물론 휴식 공간까지 부럽도록 잘 갖추고 있습니다.
예쁘지만 '역전앞' 같은 별내별가람역에서부터 용암천을 중심으로 경춘선 별내역까지 좌우로 산책로가
잘 구비돼 있었고 별내역에서 갈매역쪽으로 인도를 따라 조금 가니 경춘선 숲길이 또 나옵니다.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산책객들 특히 젊은 부부와 유모차 탄 아기까지 종종 눈에 띕니다.
지난밤부터 이슬비가 내렸던 탓인지 비는 오지 않았지만 길섶에는 작은 꽃과 풀잎에
초롱초롱 물방울이 맺혀 있습니다.
방금 샤워하고 난 머리를 타올로 닦으며 온기 머금은 채 욕실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산뜻한 비누 냄새를 맡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비가 오면 온몸이 젖은 담요를 덮어쓴 것처럼 불쾌할 텐데
오늘은 흐리지만 선선한 날씨로 걷는 내내 싱그러운 공기로 상쾌합니다.
공릉 도깨비시장에 한식뷔페가 있다했으나 찾지 못하고 공릉역 부근 김치찌개 전문집에 들어가니
지들끼리 밥을 먹으며 혼자냐 물어보더니 앉은 채로 '찌개 만 육천 원 밥 추가 천 원'이랍니다.
내게 빚진 건 없지만 달리 말할 수 없었을까?
기분은 구겨지고 창동역으로 와 간단히 이른 점심을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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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점심은 망치고 기승전, 먹이 없으면 섭섭하니 쌀국수나 한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쌀국수가 대중적으로 선을 뵌 게 아마 90년대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평소 접해 보지 못한 낯선 향과 맛에 '이게 뭐야?'가 자연스레 튀어나왔었지요.
외식문화가 대중적이 돼가던 60년대 후반 맵고 달고 시큼한 새빨간 함흥냉면이 오장동에서 선보였습니다.
'바로 이 맛이야'하듯 테이블에 놓여있는 다진 고추 양념과 설탕, 참기름을 경쟁하듯 추가로 퍽퍽 떠서
비벼먹던 광경은 그제까지 덤덤한 양념 맛에 길들여졌던 사람들에게 뻘쭘하면서도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평양냉면의 밋밋함을 제치고 선호도 선두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쌀국수 냄새와 맛도 이제는 사람들에게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쌀국수가 동남아에서 서민음식으로 푸짐한 양과 다양한 맛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짜장면과 달리 상대적으로 신분 상승된 것 같습니다.
마트에 갔더니 쌀국수 소스와 쌀국수 면을 나란히 진열해놓고 있습니다.
쌀국수와 나가사키 짬뽕을 시키면 숙주를 더 달라곤 해서, 내가 가면 말하지 않아도 의례
숙주를 한 그릇 듬뿍 담아 따로 내주곤 했는데 집에서 푸짐하게 만들어 먹어봐야겠습니다.
이미 반제품 재료가 있으니 라면 끓이듯이 간단히 병에 붙은 레시피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냉동실 만년설 속에 있던 양지를 유효기간에 미련두지 말고 꺼내 삶아 국물 내고 거기에 소스를 섞습니다.
고기 덩어리는 꺼내 편육으로 썰고 불린 면을 잠시 삶아 국물에 넣습니다.
거기에 숙주와 양파채, 고수, 쪽파를 넣고 스리라차 소스를 뿌립니다.
영업집에서 이렇게 먹으려면 밑줄 쫙, 볼드체로 '주방장 추천, 특, 수제 쌀국수 X마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뜨거운 국물에 익어가는 숙주와 양파, 보들보들한 면발, 거기에 고소한 양지까지 입 한가득 즐거워집니다.
기름 뜬 국물이 점막을 부드럽게 적시고 소스가 퍼지며 맛세포가 흐뭇해지니 쏘주 한잔 있어야지요.
원 없이 먹어도 아직까지 남아 있는 야채에 마음과 장이 편안해집니다.
차돌 1근 사면 서로 붙지 않게 층층이 포장돼 있어 한 층씩 서너 번 먹을 수 있습니다.
재미없게 소금구이로 구워 먹기보다 쌀국수 위에 올려놓으면 서로 궁합이 잘 맞습니다.
남아 있던 고수와 양파, 샐러리를 호출하고
차돌을 한 겹 뜯어내 프라이팬에 구우며 후추와 굴소스를 약간 칠까요?
커다란 보울에 쌀국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게 차돌과 각종 야채를 쌓아 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이게 길섶 총총이 물방울 맺힌 싱그러운 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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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4호선 당고개를 지나
연장된 구간에 볼거리들이 많겠네요
샤워까지 한 작은 풀꽃들에 비해서
유명하다는 식당은 참 형편없군요ㅉ
쌀국수마저 꽃으로 만드는 원장님
솜씨가 달인의 경지를 넘어섰네요
아점으로 먹는 단품 식사가 워낙 빤해서
함바집이나 시장통 백반이 최곤데
요즘 음식값은 작년에 오른 값이 올해 또 오르니
약이 좀 오르기도 하지요.
나의 값어치는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찾아주는 이도 없는데 말이지요. ㅜ
쌍문동 주방장 특선 쌀국수, 비주얼 굿 입니다
직장 다닐 때 전날 과음 숙취를 깨려고 뜨거운 쌀국수에
스리라차 소스 듬뿍 뿌려서 땀 뻘뻘 흘리며 해장 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 당시에 입맛이 맞았던 모양입니다.
워낙 해외출장이 잦으시니...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