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4/30) 연등 구경을 핑계 삼아 한잔 걸친다는 것이 임계점을 넘어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니 비몽사몽입니다.
사우나 가려고 하니 탕 속에서 운동하는 놈과 마주칠 시간이라 포기하고 아무 생각 없이 광릉으로 향했습니다.
집에서 전철로 의정부역까지- 다시 버스로 고모리 입구까지- 거기서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잘갔습니다. 가장 최근에 광릉을 가본 게 2014년입니다.
광릉수목원에 들어가지 못하면 인도가 없는 수목원 담장과 도로 사이 비좁은 길섶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옛 울타리 너머로 데크 숲길이 생겨 이젠 그런 염려 끝입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친구로 하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f.kakao.com/_hKuds
그렇게 만들어 놓은 지 꽤 오래 됐는지 데크는 군데군데 오일스테인이 바랠 정도였습니다.
숲길은 나무가 울창해 따가운 햇볕도 막아주고 피톤치드가 콧구멍 속으로 솔솔 흘러들어
가슴을 연두빛으로 물들게 할 것 같은 쾌적한 아침 공기, 그동안 겪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 즐겁습니다.
산책길은 걷는 사람 입맛에 맞게 데크길과 흙길이 나란히 뚫려 있습니다.
전에 비좁은 찻길을 걸으며 '울타리를 한번 넘어가봐?'했던 위반 충동도 속시원이 다 해결해놓았습니다.
얼마나 흡족했으면 다음에 누구와 이 길을 한번 걸어 볼까나 하는 궁리를 내내 했습니다.
광릉 숲길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봉선사는 일주문 부근에서 꼼지락대다 허기나 때우고 지나치곤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연못이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부처님 그림자가 비친다는 불영사를
세속으로 옮겨온 듯한 느낌입니다. 연꽃이 만개하는 7월을 기약했습니다.
봉선사부터는 예전처럼 인도가 없어 걷기 힘들겠다 했더니 그것도 잠시.
군부대를 지나치니 다시 산책로가 나타나고 왕숙천과 이어져 넓직한 자연습지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제 진접읍까지 걸어가 아점 먹고 새벽에 못한 사우나를 꼴불견 없이 마무리하고 4호선 진접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렵니다. 다음엔 진접까지 와서 봉선사- 수목원 입구까지 왕복하는 게 편하겠습니다.
요 몇 주간 연장된 4호선 덕을 톡톡히 봅니다.
진접읍(장현)으로 가니 <ㄱㄹ정육식당>이란 곳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육개장을 들고 어떤 분은 갈비탕을
맛나게 들고 있습니다. 호흡기는 피톤치드로 청소했으나 내장은 갈비탕보다는 얼큰한 육개장으로
달래주려 합니다. 밑반찬을 보니 때깔도 좋고 마르지도 않았습니다.
일단 육개장 나오는 걸 보고 해장을 하든지 말든지...
숟갈을 넣어 팔팔 끓는 국물을 식혀 진정시키고 한 숟갈 뜨니 아~~여기가 천국일세, 그려어~.
"빨간 거 하나아~", 대파가 들어가 달달하려니 했던 국물이 칼칼하고 얼큰합니다.
간만에 육개장 같은 육개장을 먹어 봅니다.
닥다리 블로그
http://blog.daum.net/fotomani
<닥다리로가는길> 카톡친구
첫댓글 2주전에 국립수목원에 갔었는데
데크길 만든 거 처음 봤습니다
연장된 4호선 진접역으로 가면 되는군요
버스 배차 간격이 깁니다.
그냥 걸어 수목원 입구까지 갔다 봉선사까지 와
버스 시간 맞춰 절 구경하고 나오면 괜찮습니다.
손윗 처남이 진접에 살아 몇년 전에 수목원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시내에서 멀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 전철이 들어가니 복잡해 지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