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기 앞에서서 절로 핀 웃음꽃
김 우현 명예교수
소변기 위에 붙은 그 짧은 문장 하나가 하루의 주름을 슬며시 펴 준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수원에 있는 어느 빌딩 화장실을 들어 갔는데 소변기 위의 글이 나를 빵 터지게 했다.
“당신이 소지하신 총이 장총이면 그 자리에서 쏘고 권총이면 한 발짝 다가 와서 쏘세요.”
순간, 웃음이 터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짝 다가서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참 우습다.
경기도 여주의 골프장 근처 식당 화장실에는 “OB 날 수 있으니 한 발짝 앞으로 와서 샷하세요.”
기분좋게 웃었다. 좀전에 냈던 OB가 생각이 나서,...
인생(人生)도 너무 멀리 서서 힘만 주고 살았던 건 아닐까?. 조금만 다가서면 될 일을,...
무안 어느 식당 화장실엔 ''조금만 가까이 서 주시면 나는 내가 본 당신의 물건 크기를 소문내지 않을 것입니다.''
근데, 이 글을 작게 써놔서 읽어 보려면 자동으로 한 발짝 다가 서게 되 있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남들이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취미 하나를 갖게 되었다.
소변기 위에 붙은 표어를 모으는 일. 참 별나다 싶지만 그 짧은 문장 하나가 하루의 주름을 슬며시 펴준다.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다.
거창한 위로보다 이렇게 엉뚱한 데서 더 쉽게 풀린다.
참 묘한 일이다. 그렇게 심각하던 일이 한 발짝 거리에서 보면 웃음이 된다니.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혹시 너무 멀리 서서 힘만 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조금만 다가서면 될 일을 괜히 긴장하고 폼만 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소변기 위의 짧은 문장들은 참 신기하다.
볼일을 보는 몇 초 사이에 사람을 웃게 하고, 마음을 가볍게 하고, 때로는 조용히 등을 두드려 준다.
대단한 교훈은 없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나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또 하나의 문장을 만날 것이다. 그리고 또 한번 소리 없이 웃겠지.
인생이라는 라운드에서도 너무 멀리 서서 애쓰지 말고, 그저 한 발짝 가볍게 다가서 보라고,...
그래, 오늘도 너무 힘주지 말고 재미있게 살자.
= 옮겨온 글 =
漢陽 Jun.
|
첫댓글 "당신은 지금 가장 위대한 것을 붙잡고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