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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취업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취업 성공담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부러움의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더욱이 그 대상이 ‘남자 간호사’이고, 한국을 벗어난 미국에서의 성공담이라는 사실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저자의 노력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성공’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알지 못할 공허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따져 보니, 이 책의 내용은 나에게 그리 '공감'을 던져주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되었다.
남자로서 간호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그동안의 한국 사회의 전례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이제는 대학의 간호학과에 진학하는 남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사람들은 그것을 매우 ‘특별한’ 현상으로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간혹 병원에 가서도 남자 간호사를 만나기도 되지만, 여전히 쉽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 한국에서도 쉽지 않다는 종합병원에 취업을 한 과정도 그렇고, 우연히 잡은 연수 기회를 활용해 미국으로 진출하여 취업에 성공한 것도 충분히 인정할 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책 속에 어느 정도 그 과정이 제시되어 있지만, 밤을 새워 공부하고 새로운 기회를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뚜렷하게 그려질 정도이다.
저자의 글 속에는 현재 자신이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누구든지 자신만큼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던져주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와 비슷한 노력을 한다고 할지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가 쉽지 않은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견 ‘하면 된다!’는 지나친 저자의 자신감은 존중하지만,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노력해도 쉽지 않더라’ 하는 열패감을 안겨주게 되는 것은 아닐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현재 미국에서의 병원 시스템과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비교하면서, 은연중에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대한 찬사를 다양하게 쏟아내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간호 시스템이 지닌 문제점을 직시하면서 책의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는데, 그러한 내용을 본 간호학과 후배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현재의 자신의 상황에 도달하기까지 모두 4명의 '스승'을 만났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에게는 그 '스승'들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겠지만, 그들이 저자에게 다른 사람들과 어떤 점에서 다른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저자 자신의 현재의 모습과 상황을 강조하면서, 그 길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서술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성공한다면 과거의 어려움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처럼 이해되기도 한다. 저자도 인정하고 있듯이 몇몇 대형 병원을 제외하면, 아직도 한국의 간호사들의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그래서 자격증을 가지고서도 병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것이다. 저자처럼 노력을 한다고 해도,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도달하여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노력과 성취가 더욱 빛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간호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저자 자신의 '성공담'을 후배들에게 들려주어 취업에 대한 자극과 자신감을 던져주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자칫 책 속의 내용이 대부분의 간호학도들에게는 이질적인 상황으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현재에 대해서 그동안의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반면에 읽는 내내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공감할 수 없었다는 것을 굳이 밝혀둔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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