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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극우 세력들의 주장을 답습한 내용의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사회적 논란으로 부각되었던 적이 있다. 저자의 면면이 이른바 ‘뉴라이트’의 주축을 이룬 인물들인지라, 책을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애써 무시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그들의 책이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에서만 자그마치 38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의 극우 세력들은 그 책에 근거하여, 한국을 비난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그저 무시하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반일 종족주의>의 거짓을 파헤친다’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시의 적절하게 그들의 이론이 지닌 허구와 왜곡의 실상을 제대로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과 그들에 부화뇌동하는 자들을 일컫는 표현인 <신친일파>라는 제목을 내세우고 있다. 주지하듯이 일제 강점기, 일제에 빌붙어 동포들의 고혈을 빨던 자들을 일컬어 ‘친일파’라 칭한다. 예컨대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을 섰던 이른바 ‘을사오적’들이나, 일제의 헌병이 되어 독립운동가들을 잡아서 악랄한 고문을 자행했던 자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들이 우리 역사에 끼친 폐해는 이루 다 지적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제는 일본 극우 세력들의 왜곡되고 그릇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자들을 '신친일파'라고 지칭하는 표현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단순히 일본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극우의 헛점 투성이의 논리를 빌어 역사와 현실의 왜곡을 일삼는 자들을 일러 저자는 ‘신친일파’라고 규정한다. 거짓과 일본 극우의 논리에 맞춘 ‘노예근성’으로 무장되어 ‘반일 종족주의’라는 허구의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그들은 스스로 일본 극우 세력의 ‘노예’로 자처하면서, 역사적 현실과 객관적 사실조차도 눈감고 왜곡하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귀화한 일본계 한국인으로 호사카 유지는 특히 일본의 공식 기록과 다양한 자료들을 철저히 탐색하여, 이들 ‘신친일파’들의 논리가 얼마나 허무맹랑한가를 하나씩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는 ‘곡학아세’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세상에 아부하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왜곡해서 드러낸다는 의미이다. 학자로서 학문을 연구할 때 주어진 현실의 문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탐구하여,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그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자의 주관적 관점이 반영되고, 그 결과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을 얻는다면 그 사람의 독창적인 학설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반일 종족주의>의 집필에 가담한 자들에게 ‘세상’은 무엇일까?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오로지 ‘일본의 극우세력’이며, 이미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료조차도 무시하고 철저히 일본 극우 세력들의 입맛에 맞도록 거짓과 왜곡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저저가 저들을 일컬어 '노예 근성'에 사로잡혀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일본의 다양한 자료들을 근거로 그들의 주장과 논리의 허구성을 하나씩 깨뜨리고 있다. 전체 3부로 이뤄진 이 책의 내용에서, 저자는 ‘강제징용’(1부)과 이른바 ‘위안부 문제’(2부) 그리고 ‘독도’(3부)에 대해서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반일 종족주의>에서 다룬 문제들에 대해서도 추후 상세하게 비판적으로 분석하겠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어 이어지는 책의 내용도 기대를 품게 한다. 이 책의 1부는 ‘강제징용’의 문제를 호도한 이우연의 주장에 대한 치밀한 비판이며, 2부는 이른바 ‘위안부’에 대한 악의적 왜곡을 행한 이영훈의 그릇된 인식에 대해 다양한 일본의 공식 자료를 중심으로 그 주장의 허구성을 밝히고 있다. 3부 역시 독도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영훈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저자는 특히 독도 문제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로서, 독도에 대한 역사적 기록들과 올바른 이해를 이끌고 있다고 여겨진다.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아야만 했던 한국의 근대사는 우리 각자가 아프게 인식해야만 하는 역사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친일 청산’의 문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그 영향이 오늘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여겨진다. <반일 종족주의>의 대표 저자라 할 수 있는 이영훈이 이승만을 추종하고 영웅시하는 ‘이승만학당’을 이끄는 인물이라고 한다. 이제 법적 단죄는 이뤄지기 힘들지라도, 역사에서만큼은 이들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여 올본 극우에 추종하는 이들의 어리석은 주장이 낱낱이 비판되고, 다시는 발호하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연구를 빙자해서역사를 왜곡하고 거짓을 일삼은 ‘신친일파’의 적나라한 면모가 잘 드러나고 있다. 일본 극우 세력들과 그들이 던져주는 경제적 이득을 좇아 '주구(走狗)' 노릇을 하는 이들에 대해, 이 책의 내용이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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