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걸으며 굴러다니는 대나무 통을 하나 주워 걸었다. 현수아버님의 왈 "호박씨를 덮어둔 비닐(바닥에 붙여서 덮어 수분증발을 억제하고 나름 보온효과를 노린 장치)은 싹이 올라올 때 냉해를 입을 염려가 있으니 반드시 대나무를 휘어 꽂고 그 위로 비닐을 덮어서 내부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 말씀을 따라 고쳐볼 요량이다. 마음에 두고 보니 걸맞은 대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학교에 들어서서 공양간으로 향했다. 오늘은 금요밥상이라 학교를 찾은 줄기반 어머니들의 정성으로 공양간이 바쁘게 움직인다. 보기 좋다는 느낌! 요즘 부쩍 학교에서 자주 뵈는 은새 어머니와 내일 줄기반 토요울력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급식소 뒤를 돌아 농사에 쓸 미생물 배양통을 열었다. 발효가 되고 있는 것일까? 기포가 서너개 만들어져 있다. 통이 작아서 큰통을 하나 구입해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 3일 전부터 물에 불려둔 옥수수을 들쳐보니 아직 싹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나지 않았으면 집으로 가져와 따스한 방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밭으로 와서 주워온 대나무를 켜서 활대를 만들었다. 만드는 중에 은성이 어머님이 학교에 오셨다 가시며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학교에 같이 왔다 가신다고... 왼쪽 10개의 구덩이를 덮고 있던 비닐을 걷어내고 활대를 휘어 꽂은 후 다시 비닐을 씌우는데 몇군데는 벌써 콩 싹이 올라오고 있다. 어제 밤부터 찾아온 추위에 냉해를 입지는 않았을까 염려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두군데의 싹은 비닐에 닿아 노랗게 냉해를 입었다. 살아 있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왼쪽을 마치고 오른쪽 밭 다섯 구덩이(애호박을 심었다)를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나를 부른다. "응 왜?" "수학좀 가르쳐 주세요." "어어어 그래 그러자" 혼자서 4월에 있는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책을 들고 밭에까지 물으러 왔다고 한다. 쉽지않은 발걸음을 해 준 친구가 고맙다.
둘은 풀밭에 주저 앉아 야외수업을 시작하였다.
우선 이전에 배운 수학의 흐름을 분석하고 -초등과정은 자연수 중심의 공부이다. 1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다음은 2와 3 이렇게 수 전체를 알고나면 배우는 것이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이 때 곱셈과 나눗셈은 덧셈과 뺄셈의 빠른 계산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구구단을 잘 익혀 몸으로 알게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나눗셈을 배우면서 앞으로 배우게 될 모든수들의 공통된 표현법인 소수도 공부하게 된다) 으로 이야기 되는 계산을 공부한다. 하나하나 따로 공부하다가 다 같이 들어 있는 혼합계산까지 배운다. 그 후에는 1을 둘로 나눈 하나를 1/2로 표현할 수 있다는 좀 더 섬세한 수인 분수(중학교에서는 양의 유리수라고 함)의 개념을 공부하고 이들도 통분이라는 개념 (1/2와 1/3은 바로 더할 수 없으나 1/2=3/6이고, 1/3=2/6과 같은 수라는 것을 몸으로 익혀 1/2 + 1/3 = 3/6 + 2/6 = 5/6 나 1/2 - 1/3 = 1/6 으로 분모를 같게 하여 셈할 수 있다)으로 덧셈, 뺄셈을 배우게 된다. 더불어 곱셈, 나눗셈 그리고 혼합계산 순으로 공부를 한다. 자연수의 약수와 배수의 개념을 공부하고 각 학년마다 있는 도형 (도형은 대부분 아이들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도 한 학기씩 배운다. 초등과정에서 어렵게 느껴졌던 이러한 개념들이 시간이 지나 중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다시 설명하면 반복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대체로 그건 알고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공부에 지치지않게 수학을 놀이처럼 몸으로 익히는 방법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본다. 중등 7학년 과정은 집합이라는 단원으로 시작한다. -올해부터는 7학년 과정에서 집합이 사라졌다. 고등과정과 중복된다는 판단을 했을까? - 개인적으로 집합은 중요한 단원이라고 본다. 분류의 개념이 들어있고 관계를 생각하는 논리의 개념이 들어있기도 하다. 그리고는 또 다시 수의 개념을 공부한다. 음수개념이 포함된것을 제외하면 초등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수의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공부하곤 유리수(분수로 표현되는 수)도 음수개념까지 확장하여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공부한다. 그다음은 x, y가 들어가는 문자가 들어간 식을 공부하고 이들이 포함된 식의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연습한다. 이렇게 해서 수와 문자의 사칙연산연습이 끝나면 이를 이용하여 일차방정식을 배움으로서 7학년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다. 뒤에 함수의 개념정도를 언급하여 이후 배우게 될 함수와 인사하는 정도가 1학기 분량이고 이것을 몸으로 받아 들이는 시간을 주려는 듯 2학기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형을 공부하게 된다. 8학년과정은 7학년때 배운 일차방정식을 활용한 연립방정식 풀이와 이를 함수개념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공부하고 9학년 때 배우게 될 이차방정식 풀이를 위해 곱셈공식과 인수분해를 공부한다. 이학기는 확률과 도형으로 마무리된다. 9학년이 되면 유리수로 표현될 수 없는 수인 무리수를 공부함으로써 수의 완성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가령 넓이가 2인 정사각형의 한변의 길이를 제곱근 2 라고 하는데 이는 그전에 알고 있는 유리수로 표현할 수 없는 수이다. 이렇게 유리수가 아닌 수를 무리수라고 한다.) 다음은 무리수의 사칙연산이다. 그다음은 중등 8학년에서 배운 곱셈공식과 인수분해를 활용해서 2차 방정식을 1차 방정식으로 변환하여 풀어가는 방법을 공부한다. 2차함수까지 공부하고 나면 도형쪽 공부로 넘어간다. 그전과 달리 3학년 도형은 피타고라스정리, 삼각비, 원의 성질과 같은 굵직한 대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나름 초등부터 중등까지의 배움의 흐름이 느껴진다.- 친구가 궁금해 하는 부분까지 설명하는데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던것 같다. 놀고 싶은 점심시간을 쪼개서 물으러 온 친구가 고마워서 나름 열강을 하고보니 벌써 오후 수업시간 시작 징이 울린다. 나도 점심시간에 한 약속이 떠올라 급히 일어섰다. 그러나 물음을 들고 나를 찾아준 친구가 고마웠던 울림은 지금도 설램으로 남아있다.ㅠㅠ
오후에는 토요일 부모 울력에 들어갈 장비를 점검하고 컨테이너 박스에 따로 분류해 두었다. 창고에 들어 올때마다 너구리 얼굴이 떠오른다. 적지않은 연장을 분류해서 정리하는 그의 고뇌가 느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토요 울력이 끝나고 온전히 그 전 자리에 이 장비들이 되돌아 가 있게 하리라! 각오?해 본다.^^
두더지와 함께 면 사무소를 찾았다. 올해부터 농사지을 논은 길에서 들어가는 진입로가 없기에 를 만들어 볼 생각에 담당자를 찾아 나선 길이다. 다행히 인근 수로정비(농촌생활환경개선사업)를 하고 있어서 검토 후 시에 건의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면장님께도 관련사항을 이야기하고 학교로 돌아오니, 선생님들이 스스로 배움일정을 정성스럽게 진행하고 계신다. 일부님이 선생님들께 드린다며 사신 풀빵(오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난 풀빵 봉지는 홀쭉해져 있었다.)을 전해 드리고 엄숙함이 감도는 교실을 빠져 나왔다.
"어진아 밥먹어러 가자!"
내일은 무슨일이 벌어질까?
내일 할일
1. 울력 도우미
첫댓글 와 수학은 진짜 어렵다. 그래서 이과 과 아닌 문과를 선택한....,(지금 봐도 뭔소린지 당최알 수 없는)
학교라는 곳을 졸업하고 생명평화 탁발 순례길에서 정해숙 선생님 께서 해 주셨던 말씀 수학은 거짓말이 없거든 국어, 사회, 윤리, 정치경제, 역사(국사, 세계사) 다 거짓을 가리치고 거기에 순응하라고 하잖아 수학은 그게 없어서 정직한 과목이야
그 말씀이 떠롭니다.
오랫민이네요.
반가와요 샘!
좋은날 놀러오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