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지음
1부 기술적 도전
환멸(역사의 끝은 연기되었다.)
인간은 이야기 안에서 생각한다. 이야기는 단순할수록 좋다. 모든 사람, 집단, 민족은 자기 나름의 이야기와 신화가 있다. 20세기, 엘리트들은 파시즘, 공산주의, 자유주의 이야기를 만들었으나 파시즘, 공산주의는 무너지고 자유주의 이야기가 인류의 과거와 미래의 지배적인 안내자가 되었다.
자유주의 이야기는 자유의 가치와 힘을 신봉한다. 수천 년 동안 인류를 억압적인 정원 치하에 살면서 정치적 권리와 경제적 기회, 개인의 자유를 별로 누리지 못했으며, 개인과 사상과 상품의 이동에도 심한 제약이 있었다. 그렇지만 인류를 자유를 위해 싸웠고 한 걸음, 한 걸음 자유는 지반을 넓혀갔다. 민주정부는 야만적인 독약 체재를 대신했고 자유 기업은 경제적 제약을 극복했다. 사람들은 사제들과 완고한 전통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내면의 소리를 따르는 법을 터득했다. 우리의 정치와 경제체제를 계속 자유화하고 세계화하기만 하면 우리는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을 이룰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은 자유주의 이야기에 점점 환멸을 느끼게 되었고 자유화와 세계화라는 것이 결국에는 대중을 제물로 소수 엘리트에게 힘은 건넨 거대 사기라는 결론을 얻고 있다.
2. 일
높은 실업률과 숙련노동력의 부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19세기 마차 몰이꾼이 아닌 말의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직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동권을 확보하는 일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오늘날 선진국에서 생겨나는 많은 신규 일자리들은 비정규직이거나, 자유 계약직, 혹은 일회성 업무이다. 버섯구름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직업일 것이다.
스포츠와 종교에 이르기까지 의미 있는 일의 추구, 이스라엘 초정통파 유대교 남성의 약 50%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성경을 공부하고 종교의식을 수행하는 데 삶을 바친다. 그들이 굶어 죽지 않는 것은 부인이 일하기도 하고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유대교 남성들은 가난하고 직업도 없지만, 삶의 만족도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 비해 매우 높다. 이는 공동체의 결속과 성경과 의례 수행에서 나오는 깊은 의미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로 가득한 대형 직물공장보다, 남성들이 함께 모여 탈무드를 공부하는 작은 방에서 더 큰 즐거움과 참여 감과 통찰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