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강 샤를 보들레르
오라, 내 가슴으로, 매정한 영혼이여, 사랑스런 호랑이, 무심한 괴물이여. 내 떨리는 손가락 오랫동안 담그려 하네, 우거진 그대 갈기 속에.
그대 향기 가득한 속치마 속에 내 아픈 머리를 묻고, 들이마시리라, 시든 꽃처럼 죽어버린 내 사랑의 달콤한 악취를.
잠들고 싶네! 사느니 차라리 잠들고 싶네! 죽음처럼 아늑한 수면 속에서, 여한 없이, 멈춤 없이 입 맞추리라, 구리처럼 매끄럽고 아름다운 그대의 몸에.
삭아버린 나의 눈물 삼키려 하니, 그대의 침대만 한 곳이 없구나. 그대 입속엔 강력한 망각이 살고, 그대 입맞춤엔 망각의 강이 흐르니,
이제야 환희에 찬 내 운명을 나는 숙명처럼 받아들이리, 순종적 순교자, 무고한 죄인으로 열정 후의 형벌을 달게 받으리.
내 마음에 품은 한을 달래기 위해, 독당근과 마법의 네펜테스* 빨아 마시리, 단 한 번도 사랑이 담긴 적 없는 아름다운 그대의 오똑한 유두 끝에서.
* 고대 그리스에서 슬픔과 분노를 잊게 하는 마법의 음료, 또는 그 음료를 추출하는 식물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 프랑스 현대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 62세의 환속사제 아버지와 28세의 젊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사망 후 어머니가 미혼의 오픽 장군과 재혼하면서 결핍된 유년시절을 보냈고, 일생 금치산자로 불행한 삶을 살다가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어린 시절부터 라틴어로 시작 부문에서 수상을 할 만큼 문학적 자질이 남달랐고 미술평론, 문학평론, 번역 등의 활동을 하면서 시 작품들은 익명으로 발표하다가 1857년 『악의 꽃』을 출간했다. 철저한 계획에 따라 창작된 그의 작품들에 대해 많은 비평가들은 모호성을 이야기한다. 이 모호성이야말로 보들레르를 가장 현대적인 시인으로 평가받게 한 요인이 되었다. 시집 『악의 꽃』,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에세이 『인공 낙원』, 그리고 『내면 일기』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