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LWf1ciYGZpc?si=FlQ8L9iPXEfVjg-3
'가물가물 저 바다에 저녁노을 그린다…’
가만가만 따라 부른다. 느리지만 흐트러지지 않은 걸음걸이처럼.
노래가 아닌 피아노 연주가 고즈넉하다.
하긴 테너의 목소리로 들어도 마찬가지로 고요하다.
슈벨트의 그 바다는
포효하고 으르렁 거리며 사정없이 밀려왔다
미련 없이 물러가는 바다가 아니었다.
저녁 무렵
웬일인지 바다는 고요하다.
잦아질 대로 잦아진 작은 물결이 희롱하듯 끊임없이 모래톱을 적시고
따뜻한 장밋빛 노을이 하늘과 바다를 한데 뒤섞어 꿈꾸게 하는 시간.
붉은 저녁노을과 운무 사이로 저어 가는 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슈벨트의 바닷가에 서면 쓸쓸함으로 오히려 충만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여학교 시절에 이 노래를 배운 뒤
슈벨트의 바다는 늘 내 안에서 출렁거리며 뒤채이다가.
때로는 그리움이 되어 밀려오곤 한다.
높고 청아한 테너의 목소리
또는 자칫 멎어버릴 것 같이 조용하고 느린 피아노의 한 음 한 음으로.
가끔은 이토록 나른하고도 고요한 순간에
나를 온통 맡기다 보면 가슴 깊은 곳에서 물결에 흔들리는 수초처럼
덩달아 흔들리는 내 영혼이 수면을 미끄러져 흐르기도 하고 잠영을 하기도 한다.
그때 맛보는 아늑한 평온은 선물이다.
‘바닷가에서’는 내 치유의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