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아내를 터미널까지 실어다주는 길은,
걱정보다는 양호했다. 6시1분차 탓다는 전언이다.
어제 설악에서 돌아와 후기를 재촉하는 아내에게
"당신이 올리소, 내가 답글로 달테니" 했기에
약속지키려 창을 여니, 가슴에 [가족]이란 낱말이 차오른다.
가족여행. 애들이 크고나니 꾸리기 쉽잖은 과목이더만,
지엄마 떨어져 일하는 형편이 작용을 했는지
딸냄은 주말보딩도 접고 오히려 지가 서둘더니
아들은 그 귀한 휴가일정도 싹뚝 잘라 동행하겠단다.
그렇게 나선 1박2일 가족여행 다정이 차안에 가득이다.
엄마는 일터얘기로 자분자분... 나는 뿌듯하지? 맞장구로 추임새...
딸냄은 그 황당한 얘기 그만하자 가위질... 아들은 그래도 애들이 엄마 좋아한담서요...
아빠의 수상내역에, 엄마의 발가락 동상에, 딸냄의 보딩야그에, 아들의 군부대 눈치우기 등등
봄기운 묻은 듯한 화창한 겨울날씨에 다정이 흐드러진다.
그렇게 가는 길은 날씨처럼 킹왕짱이었다.
속초...ㅇㅇ리조트 1354호 숙소 방 둘에 주방 식탁...
너른 창 열고 테라스에 서니 촤악 코발트 빛 호를 그리는 수평선
와~ 좋타!~ 수평선이 둥글구나!~ 저 해변의 건물들 쏵 밀어불믄 더 좋겠타!~
워터피아 갔다오면 시장할테니 밥부터 앉혀놓고 가자! 수영복들 챙기고...
우리 네 식구 이렇게 함께 한 게 언제였드라? 아아 행보케!!
바부는 하는 말이 죄다 감탄사 연발이다^^
가족...시방일가(十方一家)라 하는데 그 가족 말고 우리 이 가족...다른 게 있긴 있나부다.
그냥 해석할 것도 없이 그냥 그득히 차오르는 만족감 친밀감 든든함...
하나뿐인 나, 하나뿐인 아내, 하나뿐인 딸냄, 하나뿐인 아들.
출가하여 큰 집 살림 함에도 이 살림이 바탕일 터...
소중한 만남이다. 지중한 인연이다. 고마운 사랑이다.
워터피아...매표소에 여러줄이 길다. 버그버글하단다.
할인하여 일인당 이만육처넌! 흐메 비싸다! 그래도 왔으니 들가자!
에이 한참더 기다려야것구만 그냥 회머그러나 가자! 까르르깔깔
합의! 동명항 자연산 수산시장으로 가요~ 그러까....
동명항 이층 회센터에도 사람이 가득이다. 그냥 싸가지고 가자! 오케!
그 복어처럼 생긴 시커먼 게 도치람서?
쫄깃달콤 수북한 회접시에 상추잎 하나를 세워 촛불삼고
생일추카합니다 생일추카합니다 사랑하는 영애씨 생일추카합니다~ 후~~
초장에 와사비 쌈장까지 죄 섞어 한 입 가득 우적우적 맛있게 먹는다.
와~ 진짜 마싯따~ 동해생선은 물이 맑아 싱겁다드만 빈말인갑따~
매운탕까지 끓여 아랫배 삿바맨듯 자빵하니 한그득 먹고
이 배가 횟배여? 아녀 가족배여! 행복배여! 하믄서 후후해해깔깔
무한도전을 보고 이란전 축구를 보고 휘영청 섣달 보름 둥근달을 보고....
이튿날 아침, 테라스 창으로 발그레 떠오르는 여명을 듣다.
이제 인나자! 늦은 아침 수저 들적에 체크아웃 안내 방송을 한다.
모든 물품은 제자리에, 쓰레기는 분리수거, 12시 넘으면 추가비용 등등등
챙기고 일어설 제, "나 이뻐?" 바부가 묻는데 "응, 당신은 안 입었을 때가 젤이뻐!" 킬킬킬
어디갈까? 검색해바! 도자기 박물관, 드라마세트장, 백담사, 속초해수욕장,....
일단 동해에 왔으니 해변으로 가자 하여 속초해수욕장에 가서
딸냄! 아빠가 엄마랑 나자바바라 할낑께 동영상으로 찍그라잉~ 흘흘흘
가는 곳마다 일정이 맞지 않아 돌아섰지만 그 자체를 즐기는 우리가족은
그때마다 까르륵대며 즐겁게 돌아서며 능동으로 헤매이는데 그도 별난 재미더라.
이때쯤 재난방제청 메세지가 "서울에 눈이 많이 오니 서둘러 귀가" 하란다.
그러거나말거나 가다가 가고싶은곳으로 길을 잡다보니 귀가길 일곱시간이더라.
38서 휴게소에서 소양강 빙어잡이 풍경도 즐기고
남양주 봉주르 모닥불카페에도 들르자 하여 국도로 접어드니
함박눈 풍성하여 가지마다 설화가 분분하니 길을 막혀도 참좋타!~ 연발
제멋대로 잡아든 길마다 차들이 가득이지만 그또한 명절기분처럼 누릴만 하였더라.
아~ 가족이란...한 몸의 팔다리처럼 그 존재만으로도 훈훈함이며
또~ 여행이란...한 삶의 여백만들기로 한호흡 고르는 넉넉함이라
여보! 나 숙제 잘햇찌? 흥흥흥
그바보.
첫댓글 1받2일 내내 다정이 가득하고 웃음이 가득하고 그리고 행복이 가득했네요 부럽습니다. 살면서 더러 가족과 더불어 이런 호사를 누리는거 그게 진정한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 우리도 아들 손자 며느리 손에 손잡고 여행 떠나기를 계획해 봐야겠어요.
숙제라고는 하지만 역시 그바보님이 쓰신 게 읽을거리가 더 많습니다. ㅎㅎ 우리 동네를 지나가신 그바보님...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