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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솔바람의 속삭임 원문보기 글쓴이: 임한율(청풍명월)
* 탐방 일시 : 2016. 7. 22(금) * 탐방 지역 : 전남 담양 일대 * 탐방 장소 : 죽녹원, 메타세쿼이아길, 소쇄원, 한국가사문학관 * 탐방 인원 : 45명(학생 42명, 교사 3명) |
아침 8시, 학교 앞에서 전남 담양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한다.
자. 지금부터 담양문학캠프가 시작되는 엄숙한 순간이다. 오늘 여름방학을 하는 날이지만 문학(文學)에 관심 있는 우리 학생들 42명과 함께 즐겁고 뜻 깊은 여행을 출발하는 것이다.
오늘 대서(大暑), 연일 살인더위 폭염(暴炎)이 계속되는데 오늘 최절정 34도를 오르내리는 정말 무더운 날씨이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며 도로 주변의 싱그러운 녹음방초(綠陰芳草)를 보니 한결 시원한 느낌을 준다. 노란 달맞이꽃이 손을 흔들며 반기고,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는 진초록 물결이 눈부시게 넘실거린다. 담양까지는 무려 300여 km, 네 시간을 숨 가쁘게 달려 마침내 담양에 들어선다. “대숲 맑은 생태도시 담양”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여기를 보나 저기를 보나 온통 푸른 대나무 천국이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
우리는 곧바로 예약한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식사를 한다. 대통밥, 죽순무침, 제육볶음 등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학생 녀석들 탄성을 지르며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맛있게 잘도 먹는다. 이 지역의 대표적 향토음식은 대통밥, 떡갈비, 죽순회... 주인 아주머니께 대통밥 하는 방법을 물으니 쌀을 씻어 불려서 대나무통에 넣은 후 압력솥에서 찐다고 한다. 그리고 대나무의 어린 순, 즉 죽순(竹筍)으로 무침 등 여러 가지 요리를 한다고 알려준다.
1. 죽녹원
식사를 마친 후 우리 일행은 걸어서 바로 근처에 위치한 죽녹원(竹綠苑)으로 들어간다. 오늘 우리들을 안내할 박00 해설사가 자신을 소개하는데, 목소리도 예쁘고 매우 친절 성실한 첫인상이다.
봉황루에서 설명한 그의 말을 요약하면,
-‘담양(潭陽)’은 못 潭, 볕 陽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이 풍부하고 기온이 따뜻하여 나무들이 잘 자라는 최적의 여건을 갖추었다. 영산강의 발원지가 바로 담양이다.
-담양의 대표적인 3대 나무는 대나무, 배롱나무, 메타세쿼이아 나무이다.
-특히 대나무는 강한 생명력, 번식력, 생장력을 가지고 대단히 잘 자란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처럼 봄철 비온 뒤에 죽순이 쑥쑥 자라고 생장 속도도 엄청 빠르다.
-80년~100년에 한 번 예쁜 꽃이 피는데, 그 열매 죽실(竹實)은 상상의 새 봉황(鳳凰)이 즐겨 먹는다.
-이곳 5만여 평의 죽녹원은 원래 개인 소유지였는데 2003년 담양군에서 매입, 관광지로 개발하여 날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나무 숲에서는 밖의 온도보다 5~6도 낮은데 그 이유는 산소발생량이 높기 때문이고, 음이온이 많이 발생되어 혈액을 맑게 해주고 저항력도 증가시킨다. 그래서 예로부터 구례, 곡성, 순창, 담양 네 지역은 장수 고을이다.
-담양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대나무를 빼놓아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는 해설사를 따라 울울창창 우거진 대나무 숲길을 걸으며 상쾌한 죽림욕(竹林浴)을 즐기고 무한한 청량감을 느낀다.
고산 윤선도는 대나무에 대하여 이렇게 노래하였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켰으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 하노라. -‘오우가(五友歌)’ 중에서
대나무는 매끄러울 뿐만 아니라 썩지도 부러지지도 않는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 예전에 죽세공품으로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이 쓰였는데, 80년대 플라스틱 제품에 밀려 천대받기 시작한다. 어렸을 적 우리 집 뒷밭 옆에도 넓은 대나무밭이 있었다. 사시사철 푸르러 보기에도 참 좋았고 바람이 불면 솨아솨아 파도 소리처럼 듣기도 참 좋았다. 봄에는 죽순을 낫으로 베어 죽순 나물을 먹고, 대나무를 깎아 방패연도 만들고, 잎으로는 나뭇잎 배를 만들어 놀기도 했다. 그때 그 시절 사무치는 회색빛 그리움을 어찌하리오.
2. 메타세쿼이아 길
버스를 타고 가까운 곳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로 이동한다. 이곳은 1972년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 가로수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8km에 이르는 길을 조성하여 지금 최고의 명품 숲길이 되었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 촬영도 이곳에서 많이 한다고 한다. ‘세쿼이아’는 원래 ‘영웅’의 뜻을 가진 미국 인디언 지도자의 이름이라 한다. 이 길에는 수령 40년생(높이 27m, 둘레 85cm) 약 500그루가 하늘높이 쭉쭉 뻗어 장관을 이루어 아이들도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한다. 잘 훈련된 병사들이 2열 종대로 도열하여 우리를 환영하는 것처럼 쭈욱 늘어선 자태가 참으로 보기 좋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숲터널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신라시대 향가(鄕歌) ‘찬기파랑가’에 나오는 높은 잣나무를 연상시킨다. 여기서 ‘높은 잣나무’는 기파랑의 고결한 인품과 절개를 상징하고 있다.
이 나무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상쾌한 산소와 피톤치드가 풍부하여 연인끼리 가족끼리 많이 찾는 명소이다. 40여 년 전 당시 이곳 사람들은 나무 이름이 너무 어려워 그냥 “거시기 나무”라고 불렀다 한다. 가평 남이섬에도 이와 같은 메타세쿼이아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우리는 시간 관계상 끝까지 다 걷지는 못하고 일부 구간만 걸으며 삼림욕을 마음껏 즐긴다. 학생들도 친구끼리 삼삼오오 사진도 찍고 즐거운 대화도 나누는 등 까르르 웃음소리가 저 나무 꼭대기로 날아오른다. 비록 날씨는 무덥지만 마음만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3. 소쇄원
이제 우리는 소쇄원(瀟灑園)을 향하여 이동한다. 이곳 남도에는 유난히 누정(樓亭)이 많다. 누정은 산모퉁이나 언덕, 마을 뒷동산에서 볼 수 있는 누각과 정자를 말한다. 면앙정, 송강정, 식영정, 명옥헌, 환벽당, 지금 찾아가는 소쇄원 광풍각 등 60여 개가 넘는 누정이 존재한다. 담양에는 조정에서 밀려나 낙남(落南)한 선비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누정에서 자연스럽게 토해낸 주옥같은 작품들이 수없이 많아 시문(詩文)의 공장이 된 것이다.
가는 길에 도로 양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배롱나무 꽃길 가로수가 참으로 아름답다. 예쁜 핑크빛으로 곱게 피어 지금 최절정을 이루고 있다. 담양의 또 하나의 명물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도 배롱나무가 있었는데, 나무에 올라가 동요도 부르고, 만화책도 보고, 꽃잎을 따서 장난도 치곤하였다. 추억이 묻어있는 나무... 목백일홍, 간지럼나무, 쌀밥나무 등 이름도 여럿 가진 재미있는 나무이다.
드넓은 광주호(光州湖)를 지나 마침내 소쇄원에 도착한다. 소쇄원은 조선시대 급진개혁주의자 조광조가 기묘사화(己卯士禍, 1519년)로 유배된 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자 그의 제자였던 양산보가 크게 낙담하여 모든 출세의 뜻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고요한 자연 속에 지은 정원이다. 제월당(霽月堂), 광풍각(光風閣), 대봉대(待鳳臺) 등의 건물이 있는데, 지을 당시의 양산보 심정은 과연 어떠하였을까. 불멸의 선비 스승을 잃은 큰 충격과 함께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비통 착잡한 마음에서 지었으리라. 하지만 ‘광풍제월(光風霽月)’이 의미하듯 비 갠 뒤의 청량한 바람과 맑은 달빛처럼 고상하고 의연한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을 담았으리라.
해설사로부터 소쇄원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를 듣고 단체 기념촬영도 한다.
4. 한국가사문학관
오늘의 하이라이트 가사문학관으로 이동한다. 소쇄원에서 차로 2분 거리... 맑고 넓은 광주호변에 자리 잡은 ‘한국가사문학관’은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2000년에 완공, 각종 가사문학 자료를 비롯하여 송순의 ‘면앙집’과 정철의 ‘송강집’, 친필 유묵 등 귀중한 유물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2002년부터는 영남의 규방가사를 비롯하여 기행가사, 유배가사 등 수많은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먼저 시청각실에서 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 ‘가사문학’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조선 초기 사대부 계층에 의해 확고하게 자리잡은 문학의 한 갈래로 주로 4음보 율격이며 길이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 형식이다. 내용도 까다로운 제한 없이 다채롭게 전개되었으며, 주요 작가는 사대부 계층이며, 부녀자, 승려, 서민 등 모든 계층이 참여한 문학양식이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과서를 통해 배워 잘 알고 있지만, 여기 현장을 탐방하여 직접 보고 듣고 느낌으로써 이해가 훨씬 잘되고 실감날 것이리라. 문학 시간에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관동별곡’, ‘속미인곡’ 세 작품을 익히 배웠다. 누가 언제 왜 썼으며, 작품의 성격, 주제, 의의 등에 대하여 상세히 학습하였다.
뭐니뭐니해도 이곳 담양이 낳은 가사문학의 대가 송순(宋純)과 정철(鄭澈)을 빼놓을 순 없다. 해설사는 해박한 배경 지식으로 두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학생들의 소감을 물어보니 날씨는 엄청 더웠지만 즐거웠고, 많은 걸 보고 배우고 느꼈다며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학교 측에 많이 감사하다고 말한다.
녀석들... 그래, 됐어 됐어. 바로 그거야!!
신나는 여행, 즐거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