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신규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보도되자 많은 이들이 슬픔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하며 한탄한다. 어쩌다가 우리 교육이 여기까지 온 것일까? 하지만 교육 현장에 관심을 주어 온 이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반응이 많다. 일부 몰지각한 진상 학부모의 왜곡된 자식 사랑이 도를 넘어서 빚어진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학교에서 늘 벌어져 오던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발표한 설문 결과에 의하면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교사는 24%에 불과했다. 주목할 것은 변화의 추이다. 2006년 첫 조사 때 68%였던 것이 해마다 하락하여 여기까지 이른 것이다. 그사이 수많은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모욕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심리적 위축과 자괴감에 시달려왔고. 변변한 보호도 없이 법정 다툼에 내몰려야 했다. 그로 인한 극단적 선택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권의 하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일까?
생각할수록 가슴이 먹먹하고 슬픈 일이다.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고질적인 문제가 모처럼 공론의 장에 오른 지금의 상황을 소중한 변화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오르내리는 이야기들을 보면 그 전망이 밝지 않음을 통감하게 된다. 해당 학교가 속한 지역의 특성, 신규교사에게 부과된 업무의 적정성, 특정 정치인의 권력 남용 의혹 등의 방향으로 논의가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관계를 무시한 억측으로 이어지기 쉽고, 하나의 사안에 매몰되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 전체가 처한 위기로 인식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현장의 경험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교권이 터무니없이 하락한 현실이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의 주장처럼 그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있을까? 교권은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받는 것을 전제로 하며,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 학대로 몰리거나 학교 내외에서 벌어지는 학생 폭력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강요받는 상태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을 포함한다. 학생인권조례에 명기된 학생의 인권은 차별과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복장과 두발, 사생활,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교육활동 등에 있어서 자유로울 권리이지,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거부하거나 방해할 수 있는 권리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어느 하나의 보장을 위해 다른 하나는 희생되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가 존재하는 지역에 비해 그렇지 않은 지역의 교권 침해가 더 늘어났다는 통계 결과도 제출된 바 있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함께 존중되지 않는다면
교사의 체벌을 당연시했던 야만의 시절처럼 제왕적 권위로 학생을 통제할 권리를 교사에게 부여하는 것이 교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교사의 인권과 학생의 인권을 상호대립적인 것으로 볼 여지는 없다. 그런데 교육부 수장이 나서서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제도 때문에 교사의 교육활동이 위축되었다는 진단을 내리고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천명하는 것을 보며, 뭔가 한참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앞서 인용한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든 것은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을 지도하는 일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에 대응하는 일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로부터 수업권을 보장할 권한과 장치가 교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91%에 달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서 손보아야 할 것은 애꿎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교사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제도다.
일선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관행도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특히 학부모의 민원이 교사에게 여과 없이 쏟아지는 것을 막는 일이 시급하다. 교사의 권위를 인정해 달라고 호소해서 될 일이 아니다. 민원의 창구를 단일화하고 학교장이 주도하여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공적인 절차를 거쳐 사안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해당 교사가 교육활동을 하는 데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나아가 악성 민원의 근거로 남용되는 아동학대처벌 특례법,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강요하는 학교폭력법 등 관련 법의 개정도 매우 중요하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함께 존중되지 않는 한 우리 교육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가슴 아픈 기회마저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 역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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