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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판‧검사로 대표되는 법조인이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대명사로 인정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대변하는 자들로 여겨지고, 때로는 ‘적폐’의 대상으로까지 평가되기도 한다. 도대체 법조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왜 이렇게 형편없이 추락했을까? 아마도 그들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한마디로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주요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검찰 개혁’과 ‘사법농단’이라는 표현이다. 이른바 한 검사의 용기로 시작된 ‘미투(me too)’ 현상은 남성중심적 사고에 젖어있던 우리 사회에 커다란 경종을 울리며 아직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정권 시절의 정권과 결탁한 대법원의 행태는 법관들 스스로 탄핵을 주장하고 나설 지경이 된 것이다.
서두에 이렇게 장황하게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법계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울분 때문이라 할 것이다. 법을 떠나 지극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분명한 사건이 검찰과 법원을 거치면서, 대기업의 경제적 이익에 맞춰 판결을 내리는 현실은 비단 이 사건 하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검찰이나 판사 등의 법조인들이 사회 정의를 위해서 법을 집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제도 아닌 제도가 확립되어, ‘그들만의 리그’에 맞추어 검찰권을 행사하고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라는 자못 도발적인 부제가 붙어 있다. 그리고 자신이 수임했던 사건에 대해 진행 과정을 물론 각종 증거 서류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인해서 모두 18번의 재판에서 패소한 결과를 고발하고 있다. 책으로라도 사건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던 저자의 심정이 읽는 내내 그대로 느껴졌다. 이러한 법조계의 현실을 경험하면서 차라리 변호사를 그만두고 한때나마 다른 일을 찾으려 했다는 저자의 심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고 증거 서류를 갖추면서 ‘승소’를 확신하였던 저자는 끝내 연줄로 단단히 묶인 사법계의 현실 앞에서 ‘사회 정의’가 실종되어가는 현실을 목도하여야 했던 것이다. 비록 패소라는 결과로 귀결되었지만, 그래도 의뢰인과 함께 10여 년을 한 사건에 매달려 진실을 밝히려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읽히고자 하는 저자와 출판사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박근혜 정권 시절 경찰서 앞에 붙어 있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단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온통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현실이 ‘정상’이라고 강변하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섬뜩한 문구로 모든 사고의 책임을 운전자에게로 돌리는 현수막들에서도 그러한 ‘비정상’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저자가 수임했던 이 사건도 역시 ‘비정상’적인 결과가 마치 ‘정상’이라고 강변하는 법조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비록 이 사건의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법조계의 비정상적인 현실을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하는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사법계의 정의롭지 못한 현실이 하루 빨리 청산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저자의 노력에 응원을 보태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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