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폭염에 폭우라고 하는데, 이곳은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작년 여름을 생각해보면 사뭇 다른 감정을 가진다. 작년 여름은 거의 죽음에 다다르는 고통과 정신적 우울을 경험한 시기였다. 수술 후 회복되지 몸은 다시 재발하여 아프고,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인해서 온 몸은 악화일로로 달렸다. 말이 어눌해지고, 불면증, 부종과 복수, 호흡곤란 등 ...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공포처럼 여겨진 여름 날들이었다.
그런 두려운 날 조차 어떻게 견디며 살았는지..
그렇게 아프고, 힘들고, 괴롭고 슬펐는데... 돌아보면 어떻게 그 여름 날들을 지냈는지 의아하기만 한다. 작년 여름, 현지 신분증을 갱신하기 위해 경찰서에 갔다가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사진 속에 내 얼굴은 "정말 이게 나인가?" 할 정도로 피폐하고 일그러져 있었다.
"16년 간 선교사로서의 내 얼굴이 겨우 이 꼴인가?" 라는 자괴감과 절망으로 속으로 엉엉 울었다. 그 괴로운 심정이 주일 설교에 고스란히 표현되었는데, 여행객으로 주일에 참석하신 어느 여성도분께서 떠나시며 교회와 날 위한 매달 헌금과 기도하겠다고 하셨다. 그분의 말씀이 성령의 위로로 느껴졌다. "하나님이 날 보고 계시구나!.."
근래 가끔 내 신분증을 꺼내야 하는 경우 그 사진을 본다. 시커멓고 광대가 툭 튀어 나오고, 생기가 전혀 없는 죽음에 그늘이 보이는 얼굴.. 사진을 볼 때마다 그 고통과 슬픔의 날들을 잊지 못한다. 심한 고통과 지독한 번뇌에 휩싸이며 영혼의 용광로에서 나는 죽었다.
십여년 전 내가 이 땅 선교사로 도착했을 때, 꿈 속 신비한 환상 중에 하나님은 '변화'를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의 불순종으로 변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님은 나를 다시 죽음의 공포까지 몰아가셨고, 요나처럼 깊은 고난과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진정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어야 함을 깨닫게 하셨다. 내가 죽어야만이 다시 살고, 새 피조물이 된다는 진리를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올 여름.. 평안하다. 병도 차츰 회복되고 있다. 평안이란 모든 것이 안전하고, 풍요롭고, 건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올 여름은 가장 곤핍하고 가난한 여름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임재아래 있음을 강하게 느낀다. 그래서 평안하다. 얼굴에 지난 여름의 어두운 그늘이 사라지니 웃음의 빛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