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香萬里 인향만리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가다
[사람 인(人/0) 향기 향(香/0) 일만 만(艹/9) 마을 리(里/0)]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다. 사람의 이성은 고귀하고, 능력은 무한하고, 행동은 천사와 같고, 이해는 신과 같아 위대한 걸작이라고 셰익스피어는 노래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럴까.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악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인심은 조석으로 변한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도 飜雲覆雨(번운복우)라 하여 손바닥을 뒤집듯이 인정이 변하기 쉬움을 경계했다. 그래서 인성이 좋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사귀려고 애를 쓴다.
훌륭한 사람의 인품은 향기가 머나먼 천리까지 이른다는 좋은 말은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 많이 인용되고 있다. 이 말의 앞에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花香百里/ 화향백리),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간다(酒香千里/ 주향천리)는 구절이 있다. 꽃 사랑하고 술 좋아하는 사람이 즐겨 읊을만한 명언인데 여기서 나아가 더 멋진 말도 따른다. 난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蘭香百里/ 난향백리), 묵의 향기는 천리를 가며(墨香千里/ 묵향천리), 덕의 향기는 만리를 가고도 남는다(德香萬里/ 덕향만리)고 한 것이 그것이다. 난을 사랑하고 사군자를 즐기는 사람이 더 고상하다고 치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 두 對句(대구)가 어느 것이 먼저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을 모방했는지 서로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모두 음미할수록 마음에 와 닿는 말이기 때문이다.
같은 성어는 아니라도 좋은 이웃, 좋은 사람을 가까이 하라는 말은 제법 있다. 덕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德不孤 必有隣(덕불고 필유린, <122>회)은 論語(논어)에 나오는 孔子(공자)님 말씀이다. 중국의 사서 南史(남사) 呂僧珍(여승진)전에 나오는 百萬買宅 千萬買隣(백만매택 천만매린)은 ‘세 잎 주고 집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는 우리 속담과 같다. 宋季雅(송계아)라는 사람이 벼슬에서 물러나 여생을 보낼 집을 구하러 다녔다. 잘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고 다녀도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지 못하다가 여승진의 집 이웃에 시세보다 10배나 되는 돈을 주고 집을 사 이사했다. 여승진이 의아해서 비싸게 산 이유를 물었더니 송계아는 선생과 이웃이 되기 위해 거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여승진이 따뜻하게 맞이할 만하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 선보공업이 父子(부자)가정에 월2회 밑반찬을 지원해주는 선행을 계속해 훈훈한 향기를 발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경기가 어려워도 나눔의 선행은 더 활발해 부산복지모금회 ‘희망나눔 캠페인’의 사랑의 온도탑은 지난 달 110도를 넘겼다고 했다. 헌신적 봉사의 손길 손길에서 성숙해져 가는 우리 사회 시민의식을 본다. 인품이 훌륭한 위인, 성인의 훈훈함도 중요하지만 이런 공동체 정신이 빛날수록 향기가 멀리 퍼져나가 사람이 살만한 사회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