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달리고 싶다 외 2편
김진희
1
날 키운 명자언니 틈만 나면 도망갔다
반세기 전, 내가 울던 골목길을 따라서
사막의 망망대해로
손 닿지 않는 대로
2
차례를 기다리던 낙타가 달려간다
한 무리 반란군이 사구를 넘어 간다
저 반기 침묵의 오랏줄에
묶인 줄도 모르고
모래바람 휘돌아 낙타가 돌아왔다
부은 발 닳은 뒷굽 거친 호흡 뱉으며
뼈 같은 모래 등 뒤로
저녁 해를 끌고 온다
구석의 힘
제 집을 벗어놓고 달아나던 매미도
가을을 벗기려고 안간힘 쓴 귀뚜리도
마지막 남은 생을 위한
몸부림의 울음일까
몸 하나 소리뿐인 벌레의 소명처럼
지치고 생기 잃은 노숙의 잠자리
후미진 틈에서 버틴
긴 밤이 뒤척인다
햇빛은 그의 등을 얼마나 비추었을까
어둠 속 명멸하는 주름 잡힌 시간들
숨은 듯 보이는 꼬리
한 줌 빛이 새어든다
낮달
미로 같은 긴 그림자 걸려있는 천 길 벼랑
한 술 공양 모시듯 연꽃 위의 보리암
난간에 살얼음처럼 박힌 날 선 비수 한 자루
- 김진희 시조집 『구석의 힘』2026.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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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낙타는 달리고 싶다 / 구석의 힘 / 낮달 / 김진희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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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3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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