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형사6부 판결
사 건 2012노4820호 사기
피고인 정옥숙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공소사실]
피고인은 피부관리샾을 운영하면서, 보험설계사 팀장인 박미옥으로부터 29회에 걸쳐 1억원이 넘는 돈을 차용하였으나 갚지 못하여 차용사기를 저질렀고, 또한 위 박미옥이 운영하는 순번계에게 가입하여 3회 2,410만원의 계금을 수령하고도 계불입금을 불입하지 아니하여 사기를 저질렀다.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경찰, 검찰의 조사 때 위와 같이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였으나, 그 돈 중에는 일부 다른 명목의 돈이 들어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검찰은 기소 단계에서 이 부분을 제외하였다. 따라서 기소된 부분에 한정하면, 피고인이 전부 자백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었으므로, 1심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 다만 피해자 박미옥과 합의할 시간을 달라며 몇 번 변론기일을 연기하다가 끝내 합의서를 받지 못하였으며, 이 상태에서 1심 판결이 선고되면서 피고인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으면서 법정구속되고 말았다.
[항소심에서 주장 변경]
피고인은 항소하면서 공소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였으며, 자신이 자백하게 된 것은 피해자 박미옥과 합의를 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며, 실제 피해자 박미옥도 "고소사실을 인정하고 5,000만원을 가져오면 합의해 주겠다"고 회유했다. 그러나 5,000만원을 준비하지 못하여 끝내 합의서는 받지 못한 것이다.
피고인의 주장에 따르면, 위 돈은 (1)박미옥이 모집한 보험에 가입하면서 초회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주기로 한 약정에 따라 받은 돈 (2)박미옥이 운영하는 계에 가입하여 계금 중 일부로 받은 돈 (3)박미옥에게 의료기기를 판매하여 받은 대금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4)계금 2,410만원을 받았다는 것은 실제로 받은 것이 아니라 계산상으로만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변제하지 못한 금원이 있지만 차용 당시 변제능력과 변제의사가 있어서 편취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이다.
[판 단]
가. 초회 보험료 대납약정
피고인은 본인과 가족 등 명의로 박미옥이 모집한 보험에 최소 9개의 보험에 가입해 주었고 1개월분 보험료 합계액이 800만원에 가까운 점, 박미옥도 돈을 빌려 준 것이 피고인이 보험료 납입을 위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주장대로 받은 돈 중 일부는 초회 보험료 대납금액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 계금 일부로 받은 것이라는 주장
피고인이 박미옥이 운영하는 계에 가입한 것은 기존 대여금을 갚기 위한 것이다. 박미옥은 계금을 모두 현금으로 지급했고 피고인도 검찰에서 현금으로 지급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으나, 한편 박미옥은 최초 고소장에서 국민은행 계좌로 송금했다고 기재한 바 있고, 이 법정에서도 현금이나 통장으로 입금해 주었다며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점, 그런데 피고인의 계좌를 보면, 피고인이 인정하는 범죄일람표 24,25,28,29 금액 외에 계금을 지급했다고 볼만한 금융거래자료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박미옥도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범죄일람표 24,25,28,29 금액은 별도의 대여금이 아니라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받을 계금에서 차용원리금을 상계하고 남은 금원을 받은 것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 의료기 구입대금으로 받은 것이라는 주장
피고인이 박미옥에게 2,824만원 상당의 의료기기를 판매하여 대금을 받았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박미옥은 그 금액 자체는 다투지 않으면서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였다거나 차용금 이자로 대체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지만 박미옥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받은 돈에는 위 의료기기 판매대금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라. 편취의 고의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최초 대여 당시인 2007. 4. 경 은행 대출금 4,000만원, 뷰티샵 운영을 위해 사채업자 차용금 1억원, 마이너서 대출 300만원 정도 있었으며, 사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진술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피고인이 제출한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은행 대출금 4,000만원은 피고인의 남편이 집을 매수하면서 주택을 담보로 설정한 것이고 (2)사채 1억원을 썼다는 것도 공소사실 기재 범행 이후인 2009. 8.이 확인되며, (3)돈을 빌릴 당시 사정이 매우 어려웠다고 진술한 것도, 이는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하지 아니한 막연한 진술일 뿐 아니라 피고인과 박미옥의 오랜 기간 상호간 거래관계에 비추어 볼 때 원만하게 신속히 수사를 종결짓고 싶은 마음에 허위 자백했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4)피고인의 남편 소유 주택에 경매가 진행되었으나, 이는 피고인의 빚이 아닌 남편의 빚일 뿐 아니라 얼마 후 곧바로 경매취하가 된 점 (5)오랜 기간 돈을 주고 받은 것이 분명한데, 처음부터 편취의 고의가 있다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 (6)피고인은 2003년부터 2009년도까지 활발하게 피부관리샵을 운영해 온 사람으로서, 2007년도에 일시적으로 영업자금이 부족했다 하더라도 변제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7)피고인은 박미옥을 통하여 매월 보험료 합계액이 800만원에 육박하는 보험에 가입하여 박차옥이 모집수당을 환수당하지 않을 때인 13회차까지 모두 납입하였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편취의 범의에 관하여 한 자백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마. 계금 사기에 대하여
박미옥은 2,410만원을 전부 지급했다고 주장하나, 이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존 대여금의 원리금으로 공제하고 범죄일람표 24,25,28,29번만 계좌로 입금받은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다.
설령 박미옥이 실제로 계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바. 결론
피고인은 무죄
[느낀 점]
이 사건은 수사기관과 1심에서 자백을 한 것을 항소심에서 번복하는 것이라서 매우 어려웠으며, 판결 결과가 과연 무죄가 나올 것인지 확신할 수도 없었다.
본 변호사가 구치서에 접견을 가면 피고인은 억울하다고 했고, 본 변호사는 "수사기관과 1심에서 다 인정해 놓고 이제 와서 억울하다면 판사가 인정해 주겠느냐?"며 피고인의 대응 방식을 나무랐다.
그런데 수사기록을 꼼꼼히 읽어보고 피고인의 말을 들어보면 이 사건은 처음부터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는 고소인 박미옥과 신속히 합의해서 남편과 다른 가족 몰래 사건을 종결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었으며, 만일 피고인이 처음부터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했더라면 기소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사건을 접하다보면, "돈이 없어서, 챙피해서, 상대방의 회유에 말려들어서, 수사관이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더 큰 벌을 받게 하겠다는 엄포에 속아서 ....등등" 허위자백을 하는 이유가 많은데, 일단 허위자백을 해버리면 빼도박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자백을 하는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무조건 변호사를 찾아가서 진실을 말하고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은 무료로 상담해 주는 곳이 너무 많다.
이 건으로 피고인은 무려 5개월 이상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석방되었고, 2013. 5. 23. 결국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강동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