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 오는 날 읽어 보면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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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어가는 가을날 비가 내리면 쓸쓸한 가슴에 그리움이 일렁입니다.
비오는 날 읽어보면 좋은 시 마음에 담아 보세요.
♣ 가을비 / 청송 권규학
토닥토닥 가랑비 푸른 바다 위에 장막을 치고 얼렁뚱땅 여우비 깊은 산속 호랑이 장가보내고 포슬포슬 가루비 파란 창공에 고운 수를 놓는다
자분자분 먼지잼 폴폴나는 먼지를 잠재우고 살금살금 도둑비 밤새 마당에 발자국을 찍고 포실포실 는개 뽀얗게 안개 무(舞)를 춘다
조심스럽게 장난스럽게 괴팍스럽게 짖궂은 모습으로 잿빛 대지 위에 못을 박는 가을비 비꽃이다, 기다리던 약비다.
♣ 가을비 / 정세훈
어찌하다가 절실하게 뜨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냉철하게 차갑지도 않게 되었니 사십 줄 나이 나에게 물으며 가을비가 지나간다 어찌하다가 줄기차지도 않고 그렇다고 세차지도 않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나를 적시고 간다.
♣ 가을비 / 목필균
때론 눈물나게 그리운 사람도 있으리라
비안개 산허리 끌어안고 울 때 바다가 바람 속에 잠들지 못할 때 낮은 목소리로 부르고 싶은 노래
때론 온몸이 젖도록 기다리고 싶은 사람도 있으리라
♣ 가을비 내리는 어느 날 / 현영진
오늘 마침, 가을비가 살짝 뿌렸습니다. 잠시 묶어두었던 마음과 시심을 작동하기 위한 마중물이 되었나 봅니다.
전혀 싫지 않은 그의 방문에 오히려 마음 들뜨게 하는 것은 가을에 동화되고 싶어 한걸음 마중을 나가는 것이 아닌가.
촉촉이 적셔주는 가을비 손길이 이파리를 닦아주는 듯 오히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습니다.
가을비, 누구는 시원하다고 하고 또 누구는 차갑다 하고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배불리 먹고 한 모금 연기 속에 질식하는 물음표들의 침묵을 털고 있는 오후의 세븐일레븐 파라솔 저 역시 마음의 힘이 되어줍니다.
내 마음엔, 오늘도 가을비가 촉촉이 적시어 주는 데..
♣ 가을비 내리는 날 / 허영자 하늘이 이다지 서럽게 우는 날엔 들녘도 언덕도 울음 동무하여 어깨 추스리며 흐느끼고 있겠지
성근 잎새 벌레 먹어 차거이 젖는 옆에 익은 열매 두엇 그냥 남아서 작별의 인사말 늦추고 있겠지
지난 봄 지난 여름 떠나버린 그이도 혼절하여 쓰러지는 꽃잎의 아픔 소스라쳐 헤아리며 헤아리겠지.
♣ 가을비 / 도종환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 가을비 / 정연복
가을비 추적추적 내린다
길 위의 단풍 물든 낙엽들
고분고분 온몸 비에 젖으며
고운 빛 한층 더 곱다.
한철 티끌만큼의 죄도 짓지 않고 살아온
속이 환히 비칠 듯이 맑고 깨끗한 영혼
가을비에 씻겨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 가을비에 / 운산 최의상 창문 너머 가을비에 젖은 길손에 묻고 싶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저리도록 고독해 보았느냐고 내 마음에도 가을비가 소리 없이 온다.
비에 젖은 단풍잎의 운명을 점쳐라 가지에 붙어 살랑거리는 단풍잎은 무엇이며 아스팔트에 떨어져 발피는 단풍잎은 무엇인가. 거리(距離)를 두고 하늘과 땅이 멀다.
무료한 시간을 침범하고 있지만 내일은 꿈꾸는 초동처럼 사랑이 지나간 징검다리를 건너 내 아름다운 삶의 곁을 지나련다.
인생을 빛바랜 낙엽이라 하여 쓸쓸한 마음으로 가을 길을 걷지 말고 나 그대를 위하여 인생은 살만한 것이기에 오래도록 그대 옆에 소중한 사람이 되겠노라.
옆에서 따스한 손 내밀며 내 손 꼭 잡아주고 말없이 웃어주는 그 사랑에 눈물겨워할 그런 순간이 그리워 가을비에 젖는다.
♣ 가을비 / 박인걸
초가을 빗줄기 나뭇잎을 손질하며 포장도로 틈새까지 말끔히 씻어 내리고
마음 한 구석 버리지 못한 욕망들 삶의 찌꺼기까지 모두 쓸어내린다.
자연을 가꾸는 정원사 마음을 다듬는 손길 넉넉한 가을을 맞이하라고 곱게 단장하고 있다.
비 그치고 나면 젖은 몸 털고 일어나 익어가는 열매들처럼 나도 더욱 여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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