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향연의 설국, 행복한 일본여행기
*여행 일시: 2023년 2월 7일(화)~14일(화) 7박 8일 *여행 인원: 문방사우 4명 *여행 지역: 홋카이도(北海島) *여행 일정: 1일차: 인천공항~신치토세 공항~삿포로~에어비앤비 숙소 2일차: 삿포로~후라노~비에이~대설산~백금온천~청의 호수 3일차: 홋카이도 대학~시계탑~오타루~삼각시장~운하~오르골당 4일차: 마루야마 공원~북해도 신사~오도리 공원~JR타워~스스키노 5일차: 삿포로~하코다테~모토마치 마을~국천다방~해광방 6일차: 고료카쿠 공원~전차~유노카와 온천지역~카네모리 쇼핑센터 7일차: 하코다테~노보리베츠~타마노유~지옥계곡 8일차: 노보리베츠~공항버스~신치토세 공항~인천공항 |
<둘째 날> 2월 8일(수)
아침 08시에 흰그림자투어 여행사 봉고차가 숙소 앞에 도착한다. 우리는 오늘 하루만 여행사 가이드를 활용하기로 예약을 한 상태다. 오늘 우리 일행을 단독으로 태우고 홋카이도의 꽃이라 불리는 후라노와 비에이 지역을 관광한다. 왕복 약 400km를 함께 여행할 金가이드는 부산 출신으로 이곳 홋카이도에서 20여 년째 가이드 생활을 하고 있단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진하게 쓰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웃음 제조기 베테랑 가이드님이다. 삿포로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설국(雪國) 세상이다. 한겨울의 눈부신 은빛 향연이 끝없이 펼쳐진다.
한참을 달리니 미카사시(三笠市)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은 눈이 10m 이상 쌓여 자기 집을 찾지 못한 경우도 가끔 있단다. 산에도 들판에도 온통 눈으로 덮여있으며 나뭇가지에도 목화송이처럼 탐스런 눈이 소복소복 열려 있다. 미까사 가스라자와 드넓은 호수 옆에서 사진을 찍는다. 원더풀 투더풀! 우린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연발한다. 흙 한 점 보이지 않고 인간의 흔적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순백의 세계요 최고의 설경이다. 동화 속에 나오는 눈의 왕국 그 자체다.
우린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눈에 가슴에 카메라에 원없이 담고 또 담는다. 남는 건 오로지 사진뿐이라는 듯~
이 지역 도로에는 야생동물이 많이 출몰하는데 특히 곰과 사슴이 많다고 한다. 가이드의 말을 듣는 순간 도로 옆 눈 속에서 야생 사슴 몇 마리가 우릴 쳐다보고 있다. 모가지가 긴 사슴이 아니라 비교적 목이 짧고 엉덩이는 흰색을 띠고 있다.
도로 곳곳에서 트럭과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제설작업을 한다. 이곳 차량들은 4륜 구동 스노우타이어를 사용하여 교통사고가 거의 없으며 도로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체인은 사용하지 않는다 한다.
끝없는 길, 끝없는 설경은 계속된다. 이제 아시베츠산 계곡길로 접어든다. 깊고 호젓한 산속에 우리 차량만 단독으로 신나게 달리고 있다. 가끔 스키장, 골프장도 보인다.
아름다운 계곡길을 벗어나 이제 후라노(富良野)로 접어든다. 광활한 들판에 끝없이 전개되는 설원(雪原), 바다처럼 가슴이 확 트인다. 단순함의 극치, 단 하나의 색으로만 덮여 전혀 때묻지 않은 신선하고 성스러움마저 느낀다.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에 가슴에 카메라에 멋진 풍경을 열심히 담는다. 마음속까지 하얗게 정화된 듯하다. 아, 표현의 미흡함이여!
우측 저 멀리 장엄한 대설산(大雪山)이 우뚝 서있다. 저 산은 홋카이도의 지붕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어떤 대규모 농장으로 들어서는데 라벤더 꽃밭으로 유명한 팜도미타 농원이다. 보라색 꽃밭이 바다처럼 넓게 펼쳐져 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데 지금은 온통 눈밭이다. 우리는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멋진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는다. 남기는 건 발자국만, 가져가는 건 추억만~~♬
이제 비에이(美瑛)로 접어든다. 아름다울 美, 옥빛 瑛,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정말 아름답고 멋진 곳임을 실감한다. 후라노가 평지의 도시라면, 비에이는 언덕·야산이 많은 곳이다. 인구는 약 1만 명으로 우리 강원도처럼 밭농사를 많이 지어 옥수수·감자·메밀을 많이 수확하고, 양목장도 많아 양고기를 많이 생산한다고 한다.
패치워크길을 달리는데 특별한 모양의 나무들이 엄청 많다. 세븐스타 나무(일본 담배 ‘세븐스타’에 등장하여 유명세를 탄 나무), 오야코 나무(엄마·아이·아빠 한 가족이 나란히 서있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 켄메리 나무(우리 미루나무와 비슷), 나 홀로 서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하얀 자작나무 숲길, 그리고 파노라마 언덕길의 풍경, 호쿠세이 언덕 전망대, 15m 이상 높이의 흰 관음보살상도 보인다.
이 지역의 맛집 '학희(鶴囍)' 식당에 들어가 가츠도지(돈까츠) 소반을 먹는데 독특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다. 맛좋은 생맥주도 한잔씩 곁들인다. 점심 식사 후 스노우모빌 랜드 체험장으로 이동한다. 헬멧과 장갑을 지급받아 착용한 후 2명씩 1개조로 은빛 설원을 종횡무진 원없이 누빈다. 한 시간 정도 운전하는데 그야말로 스릴 만점이다. 낭만 한도 초과~ 이보다 더 즐겁고 유쾌할 순 없으리라.
비에이역 앞을 통과한 후 金가이드가 명명한 눈덮인 아우토반길도 달린다. 활주로처럼 시원스레 쫙 뻗은 시골 도로인데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가이드가 지급해준 스패츠를 착용하고 대설산(大雪山) 국립공원으로 들어간다. 뽀드득뽀드득, 사람 다닌 흔적이 전혀 없는 산길로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깊은 계곡에서 폭포수가 쏟아지는데 그 굉음(轟音)이 굉장하다. 아름드리 전나무 군락지에 눈을 하얗게 뒤집어쓴 나무들이 이등변삼각형 자태를 이뤄 아주 멋진 장관을 이룬다. 전나무를 흔드니 화르르 눈폭탄이 쏟아져 샤워를 한다.
우리는 은빛 심설(深雪) 속에서 이름하여 '혹한기 훈련'을 실시한다. 金가이드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온갖 장난을 다한다. 가이드는 그 장면을 카메라에 열심히 담아준다. 어렸을 적 고향에서 죽마고우(竹馬故友)들과 눈밭에서 뒹군 후 이렇게 나이 들어 박장대소하며 원없이 눈장난하니 일생일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보다 더 신명 나는 눈밭 체험은 없으리라.
이제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 금세 어두워진 느낌이다. 차를 달려 블루리버다리에 도착, 황홀한 야경의 긴 다리를 건넌다. 저 아래쪽 흰수염폭포(바위 틈에서 흘러내리는 물 모습이 마치 하얀 수염 같음)가 불빛 속에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근처에 위치한 유모토 시로가네 온천(白金溫泉)에 들어가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긴다. 유황냄새 연하게 풍기는 매끈매끈한 수질은 피부 미용효과가 있어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단다. 노천탕에서 목화송이처럼 탐스렇게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야외욕도 즐긴다. 우화등선(羽化登仙), 따뜻한 물로 온천욕을 하노라니 신선이 되어 날아갈 것처럼 개운하다. 삽시간의 황홀, 여행으로 인한 피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
돌아오는 길에 ‘靑의 호수’도 들른다. 비록 어둡고 눈덮여 물은 보이지 않지만 신비한 조명 속 호수는 아름답기 그지 없다. 원래 이 호수의 물빛이 에메랄드빛(옥색)으로 빛나 옥빛 영(瑛)자를 써서 아름다운 비에이 즉 '美瑛'이란 지명을 가졌다 한다.
오늘 홋카이도의 꽃이라는 후라노와 비에이 지역 이곳 저곳을 관광하며 아름다운 은빛 설원과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여러 마을을 구경하였다. 숙소로 돌아오니 밤 10시, 일본에서의 두 번째 밤으로 달콤한 꿈나라를 항해한다.
첫댓글 꼭 한번은 가보고 싶구료 설국의 땅을 밟고 싶소
우리 함께 가세나.
명월이 멋진 가이드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