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살아오면서 늘 그리움처럼 가슴에 맴도는 말
너무 용쓰지 말고 되는대로 살거라
봄에는 누워있어도 차밭에서 만납시더
내게도 고백하고 싶었던 진심 하나
무어든 일등하려 애쓴 적이 없었네
느림보 거북이처럼 뚜벅거리며 차만 축냈지
운남의 차를 마시며
오래된 작은 차실 속삭임이 분주하다
차 한 잔 마주함은 실로 전율하는 감동
초록의 꼿꼿한 삶이 온통 내게뫘기에
구름의 남쪽 나라 고차수에 내려앉던
별빛도 따라와서 노곤함을 녹인다
오늘은 우주의 용틀임 그대와 겨루려나
빛의 소식
새처럼 날아볼까
바람 타고 올라볼까
너울대는 연밭에
젖은 기억 내다 펴면
아득한 하늘 길 따라
네가 보낸 빛의 소식
어려운 일
오랜 차 살림에도 늘 찻물이 짜디짜서
손바닥 크기의 작은 저울 하나 샀다
눈여겨 계량질해도 간 맞추기 참 어렵다
시인과 반야로차를 마시다
어김없는 계절도
그냥 오는 건 아니다
작은 잔 어루만지며
넓은 세상 품으라니
삼매로 한껏 부빈 차
당도할 줄 아셨을까
환히 웃는 시인은
머리만 백발이다
깊은 곳 푸른 혈기
찻잔에 삭히니
맛이야 든 듯 만 듯이
향기마저 감췄다
지금은 소나기!
운두 깊은 방 숨은 듯이 차만 마시다가
댓돌에 누워있던 채송화도 일으키고
기어이 목화꽃 한 소이 찻상에 들앉혔딘
시처럼
비님이 따붓따붓 내리는 늦은 오후
나만이 즐기는 짜이 한 잔이 넉넉하다
내 몸이 달콤한 것을 요구할 땐 시처럼!
카페 게시글
회원신간
박남식 시조집《시인과 반야로차를 마시다》책만드는 집 2024.8.5.
김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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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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