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적는자가 살아 남는다
자서전은 진솔하게
생활 전반에서
존재의미를 찾아 적는다
적자생존(適者生存)-생물의 생존 경쟁의 결과,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되는 현상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 왜 디즈니와 맥도날드는 닮은꼴인가?
오늘날의 디즈니 제국을 세운 월트 디즈니(Walt Disney, 1901~1966)와 맥도날드 황제 레이 크록(Ray Kroc, 1902~1984)은 모두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다. 이들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야전 의무대에서 함께 복무한 적도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사업을 할 때에도 내내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둘 다 고등학교 중퇴자이며 후에 자신들의 회사에 ‘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직원 교육기관을 세웠다는 것도 똑같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주력했고, 나중에 사업 차원을 넘어서 미국 문화, 아니 전 세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똑같다. 또 디즈니랜드에선 맥도날드를 팔았으니 사업에서까지 돈독한 우정을 유지한 셈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세상과 경쟁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도 똑같았다. 디즈니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Don’t forget this, it’s the law of the universe that the strong shall survive and the weak must fall by the way, and I don’t give a damn what idealistic plan is cooked up, nothing can change that(잊지 마시오.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도태되는 것이 자연법칙입니다. 어떤 빌어먹을 이상주의적인 계획이 등장한다고 해도 이 법칙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1972년 크록은 패스트푸드 사업에 대해 고차원적인 해석을 늘어놓는 기자를 이렇게 비웃은 적이 있다. “Look, it is ridiculous to call this an industry. This is not. This is rat eat rat, dog eat dog. I’ll kill’em, and I’m going to kill’em before they kill me. You’re talking about the American way of survival of the fittiest(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단순한 동족살육의 게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이 나를 죽이기 전에 내가 먼저 그들을 죽여야 하는 이 일은 산업이라기보다는 적자생존의 미국적 해석이라 불러야 할 겁니다).” 심지어 크록은 경쟁자들에 대해 이런 말까지 했다. “If they were drowning to death, I would put a hose in their mouth(만약 그들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난 그 입에 호스라도 집어넣을 것이다).”
디즈니와 크록의 그런 생각을 가리켜 ‘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survival of the fittest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이 처음 한 말로 알려져 있지만, 1859년 11월 25일 영국에서 출간된 다윈의 『종의 기원(Origin of Species)』은 이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영국 철학자이며 사회학자인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1903)로, 1864년 나온 『생물학 원리(Principles of Biology)』라는 책에서였다. 스펜서를 가리켜 “나보다 몇 배나 나은 ‘선배’”라고 칭찬하기도 했던 다윈은 스펜서의 ‘적자생존’ 개념을 자신의 이론에 대한 적절한 해석으로 보고 제5판부터 이 개념을 삽입했다.
미국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F. Baumeister)는 ‘적자생존’이라는 용어가 진화론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생존’은 최근 세대의 진화론자들에게 점차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진화의 핵심은 생존이 아닌 ‘재생산’에 있다. 즉 모든 것은 재생산을 위한 것이다. 진화를 이끄는 자연선택의 결론은 결국 재생산을 위함이다.”
자연세계의 적자생존을 사회세계에까지 적용한 디즈니와 크록의 경쟁관은 두 기업의 관리법까지 똑같게 만들었는데, 그 공통된 핵심은 효율성(efficiency), 계산가능성(calculability),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 통제(control)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사회학 교수 조지 리처(George Ritzer)는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 사회와 그 밖의 세계의 더욱더 많은 부문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과 그것이 초래하는 비인간화를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라고 불렀는데,7) 맥도날드화는 ‘디즈니화(Disneyization)’라는 말로도 교체 가능하다. 이 두 기업이 세계적인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디즈니와 크록의 경쟁관이 현실 세계에선 설득력이 높다는 걸 말해주는 걸로 보아야 하는 걸까?
mcdonaldization
ⓒ 인물과 사상사 | 글: 강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