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남긴 환경의 대가... 망가지는 자연
축제나 행사 등에서 진행되는 일회성 이벤트는 순간의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그로 인해 불필요한 쓰레기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감정을 담기 위해 사용되는 일회용 물건들은 행사가 끝난 후 폐기물로 남아 환경에 심각한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환경 오염을 가중시키며 우리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연간 84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남산 N서울타워 야외전망대 난간에는 수 천개의 자물쇠가 매달려 있다. 많은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며 이 자물쇠를 걸지만 약 20년간 이어져 온 이 문화의 이면에는 큰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금속 재질로 제작된 자물쇠는 오랜 시간 야외에 방치되며 빗물 등에 의해 녹이 슬고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하고, 녹슨 자물쇠가 산 밑으로 떨어져 쓰레기로 쌓이게 된다. 단국대학교 오수남 석사의 2024년 ‘국내오염토양의 사례와 식물을 이용한 복원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는 중금속을 토양 오염원 중 하나로 꼽는다. 자물쇠와 같은 금속 재질이 부식되어 떨어지는 녹물에는 카드뮴, 구리, 수은, 납 등의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중금속이 토양에 일정량 이상 축적되면 사람, 동물, 식물 모두에게 직간접적인 해독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로 인해 토양은 오염되며, 녹물 속 중금속은 자연 분해가 어려워 환경에 큰 부담을 준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부식이 지속되면 토양의 산성화가 촉진되어 동식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한다.
남자친구와 함께 N서울타워를 방문한 대학생 이씨(22)는 “낭만적이라 생각했던 자물쇠들이 심하게 부식되어 까맣게 변해버린 모습을 보니 충격을 받았다”면서 “단순히 아름다운 장식물처럼 보였던 자물쇠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하며 미관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대학생 신씨는 "부식된 자물쇠들을 보면서 환경을 고려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N서울타워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자물쇠 판매, 열쇠 수거함 설치와 더불어 열쇠를 산 아래로 던지지 말 것을 안내하는 방송과 팻말 설치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풍등 날리기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의 소망을 담아 하늘 높이 떠오른 풍등은 아름답게 밤하늘을 수놓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산불 위험과 더불어 자연 파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전북 익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백제왕궁’에서는 매년 추석 연휴 '백제왕궁 소원등 날리기' 행사가 진행된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매년 1000여 명의 관광객이 참여해 풍등을 띄우고 있다. 그러나 하늘로 날라간 수백 개의 풍등은 높은 고도에서 빛을 잃고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고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하늘에서 떨어진 풍등은 산이나 바다 등에 닿아 다양한 해양생물과 야생동물들의 터전을 더럽히고 있다. 2017년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하늘을 떠 다니는 풍등에 다리가 얽혀 빠져나오지 못해 끝내 목숨을 잃은 올빼미 한 마리의 사진을 공개하며 풍등 사용을 금지시키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해양동물과 야생동물은 풍등의 잔여물을 먹이로 착각하여 섭취하거나 몸에 감겨 질식하거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는 자연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풍등이 떨어진 후에는 이것을 수거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이 상당히 크며, 이 처리에 대한 명확한 책임 소재가 모호하기에 처리에 관한 실질적 해결책 마련이 어렵다.
이에 익산시 문화유산과 김선호 계장은 “소원등 날리기 행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매우 많지만 이에 못지 않게 환경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의견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현재 시에서도 소원등 날리기 행사의 환경적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는 만큼 현재는 화재와 환경을 고려해 분해가 빠른 LED전등을 사용해 행사를 진행 중이며, 추후 더 변화가 필요한 부분임을 인식하고 소원등을 날리는 대신 지면에 설치하는 등의 다른 방안들도 강구하고 있다”고 답하며 “행사 진행에 있어 환경오염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23년 서울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는 키오스크와 미디어월을 활용한 ‘디지털 풍등’ 날리기 체험을 진행했다. 방문객들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이를 하늘에 띄우는 듯한 효과를 제공하는 이 체험은 기존의 풍등 날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며. 환경과 사람들의 마음을 동시에 고려한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는 환경을 염두하면서도 의미있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다.
축제와 행사가 남기는 환경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환경을 고려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