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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뉴스를 즐겨 보지만, 경제 관련 기사나 해설이 등장하면 화면에 대한 집중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 이유는 대체로 경제 관련 뉴스에서 다루어지는 용어가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문제에 대한 진단이나 해설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대학 시절 교양으로 들었던 경제학 과목들에 대해서도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교재에 다양한 수식과 그래프들이 가득 차 있고, 그것을 설명하는 내용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이후로 경제학 관련 서적을 멀리했고, 경제 관련 소식을 접할 때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근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뉴스에 대한 나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중국과 미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경제 전쟁’과 관련한 뉴스를 챙겨보기는 하지만, 세세한 내용을 이해하기보다는 흐름을 좇으면서 따라갈 뿐이다. 무엇보다 과거 IMF나 여러 번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 접했던, 경제에 관한 진단이나 해설 등 다양한 경제 담론들에 대해 여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그동안 주류 언론에서 재벌과 부유층을 대변하는 논리를 설파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일반인들은 대체로 경제학이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거대 담론의 유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그동안 경제학에 대한 나의 무지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경제학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학이라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의 사상적 흐름과 주요한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그 태동 배경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대학 시절 교양 과목의 경제학 교재가 이런 내용이었다면 아주 재미있게 배웠을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경제학의 역사와 주요 경제학자들의 이론에 대해서, 그들이 살았던 사회‧경제적 환경을 제시하고 그들의 이론과 주요 활동 사항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경제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경제 현상들을 아주 알기 쉬운 상품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생각했던 각종 도표와 수식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아도,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주요 경제학자들의 활동과 이론의 탄생 배경 그리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장단점 등에 대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때문에 나와 같은 경제학을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부분(나오며)에 등장하는 다음의 언급은 가슴에 와 닿았던 구절이었다.
“우리가 이 책에서 만난 경제학자는 각자 자기가 앓던 문제에 대처하며 서로 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경제학에서는 수학 문제 정답처럼 길이길이 남는, 단 하나의 ‘참’인 대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 속 사상가가 서로 다르게 대응하며 접근한 덕분에 우리는 여러 영감을 받아 우리 나름의 새로운 이론을 정립할 수 있다.”
경제학도 사회과학 가운데 하나인 이상 단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명확하다. 하지만 우리가 대중매체에서 만나는 경제학자들은 자신이 내린 처방만이 옳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느끼고 있는 경제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기보다, 자신의 이론이 얼마나 정확한가에 대해서만 강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아마도 나 같은 대부분의 경제학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경제 관련 뉴스나 기사에 대해서 갖는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플라톤에서 피케티까지 상상력을 불어넣는 경제학자들의 도전’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자는 ‘처음 경제학이란 영역을 개척한 경제학자는 경제학자인 동시에 철학자이면서 정치 사상가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기술자와 더 흡사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아마도 과거에는 특정 경제 현상에 대해 진단하고 이론을 정립하더라도 당시의 경제 상황을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고 경제 구조가 다양화되면서, 경제와 연관된 문제들이 너무도 복잡해졌던 것이다. 이제는 상품과 화폐 그리고 금융과 지배 구조 등 경제에 관여하는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더 이상 하나의 모델이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들이 파생되고 있다고 한다.
고백하건대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학에 대한 친밀도가 증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경제 문제나 이론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 경제 관련 뉴스를 지금보다 눈여겨보겠지만, 정확히 이해할 것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다만 경제라는 것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며, 다양한 경제 이론의 등장 배경에 대해서 나름대로 나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말은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히 어렵고 거부감이 먼저 들었던 경제 문제들에 대해 보다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로 여기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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