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빗소리를 들은듯 하다. 아님, 내 귀에서 나는 소리 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리 신경쓰지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까 정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부슬비가 아니라 제법 많이 내리고 있다. 이정도면 잠결에도 들리는게 당연하다. 귀에서 나는 소리는 참 다양하다. 빗소리가 있는가 하면 바람소리도 있고, 병원에서 듣는 심박기 소리에 기계음도 있다. 어떤땐 내 심장소리도 있는데, 정말 심장소리인지, 귀에서 나는 소리인지 구별이 안된다. 치료가 있을까? 이제 다 와가는데 그냥저냥 살다가 말지 무슨 치료씩이나? 싶어서 그냥 지켜보고 있다. 사실 불편한게 그뿐아니다. 여기 아니면 저기가 늘 손을들고 여기요! 하고 부른다. 어제는 하나로마트엘 갔다. 건고추를 살까 해서다. 별로 먼거리에 있는것도 아닌데 아마 10년은 넘은 것 같다 (10년전쯤에 딸이 출산하기전 미역을 사려 갔던 것 같다). 동네 마트보다는 깔끔하고 쇼핑 분위기도 한결 위인듯 했는데, 가격은 동네 마트보다 비쌌다. 어쩌면 품질이 위에 있었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역시 우리동네 사람이 맞다. 쇼핑카에 담았던 건고추를 도로 내려 놓았다. 용량과 가격에 혼동을 이르켜서 하마트면 잘못 구매를 할뻔 했다. 동네에서도 정말 헷고추인지 처음 딴 고추가 섞이진 않았는지 알수는 없다. 그동안 최여사가 사줘서 좋았는데,,, 이 나이가 되고서도 고추하나도 제대로 못산다면 말도 아닌데,,, 내가 그 말도 안되는 사람중 하나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 건고추 5근 사는것도 어렵다면 한심한것인지 어리섞은 것인지 모르겠다. 고추 가격이 동네에서서는 2만원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하나로마트에서는 26천원이 넘는것 같았고 친환경이라나 하는것은 3만원이 넘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과 코너를 지나면서 보니까 선뜻 손을 내밀 정도가 아니었다. 아들은 필요한게 있으면 사라고 권했지만 사양했다. 기갑 사정 고려 안하고 사고싶은 것을 살수있으려면 얼마나 경제력이 높아야 할까. 내게 그럴수있는 기회가 있기는 할까. 다들 힘들게 살고있다고 한다. 어린 초등학교 교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밖에 없을만끔 힘든 세상을 누가 만든것일까. 아니, 죽는것 말고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 누군 쉽게도 직장을 바꾸더구만. 내 최초의 직장은 수금 사원이었다. 받으려 다니는 일이 내 적성에 맞지않았다. 억지로 1년 10개월인가를 버티다가 그만뒀다. 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입이 나았는데도 너무 힘들었다. '돈이 없어요. 다음에 오세요'. 나는 그말을 늘 공감했다. 나 자신도 늘 돈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받으려고 하는 돈이 꼭 내야하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실적은 늘 바닥이었다. 바닥? 바닥은 그때 부터도 생소한게 아니었나보다. 늘 나와 함께 동행하고 있었던 것을 몰랐다. 결국 사려고 갔던 건고추도 못하고, 다른 어떤 것도 사지않고, 구경만하고 돌아왔다. 충동구매 안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이게 내 모습이고 나 자신이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8월의 마즈막 주에 접어들었다. 무덥던 여름도 드디어 끝이 나려고 한다. 무탈하게 지나갔으니 됐다. 어제는 밥을 지었고, 오늘은 보리차를 끓였다. 밥과 보리차를 몇일간격으로 하고 끓이는지 모른다. 일주일? 아님 열흘? 따질것도 알아야 할것도 없다. 그냥 해야겠다 싶으면 하면되지 꼭 알아야 할것도 없다. 여름이 간게 맞나보다. 국수가 안당기는 것을 보니 말이다.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 더 먹긴 먹어야 하는데,,, 내 삶이 좀 풍요로웠으면 좋겠다. 죽기전에 말이다. 가령 갑질도 해보고 싶고, 우쭐대보고도 싶고, 생색도 내보고 싶고,,, 주님, 귀엽지 않나요? 늘 바닥에서 흘린게 있나 살피면서 살아온 누추한 여자가, 더는 희망이 없이 늙어버렸는데,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귀여운척을 하고있네요. 제발 귀엽게 봐주십시요. 은혜를 배풀어주시고 긍휼히 여겨주십시요. 오늘이라는 선물 감사합니다. 잘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