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 3박4일
<첫째 날>
남양주문화원의 주최로 해외대외문화교류를 출발하는 엄숙한 순간이다. 문화원 가족 30명은 아시아나 항공기를 이용,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지 2시간 반 만에 중국 지린성(吉林省) 연길공항에 도착한다. 현지 가이드 김성환 씨가 우리를 반갑게 환영하며 맞이한다. 40대의 조선족 출신으로 쾌남형이며 자상하고 친절한 인상이다. 북경 시간을 중심으로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린다. 앗싸, 한 시간 젊어졌다.
날씨는 쾌청하고 한국에 비해 그렇게 덥지도 않은 편이다. 연길시의 도시 간판은 한글과 한자를 병기(竝記)하고 있다. 조선족 자치주로 우리 민족이 많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항 근처의 냉면식당으로 들어가 점심 식사를 한다. 찹쌀 탕수육과 함께 푸짐한 냉면 한 그릇을 먹으니 완전 포만감이다. 아침 식사는 비행기에서 기내식(機內食)으로 불고기 백반이었다.
식사 후 도문을 향해 1시간 정도 달린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우리 일행 30명은 각자 자기소개와 더불어 이번 여행에 대한 소감을 간략히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도문(圖們)에 도착한다. 도문(투먼)시는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위치한 도시로 인구는 약 14만 명이고, 이 중 58%가 한민족이라 한다. 버스는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接境地帶)로 넓은 두만강 강변공원에 정차한다.
아, 두만강! 어렸을 적부터 말로만 들어온 두만강(豆滿江)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강폭이 40m 정도로 생각보다 좁을 뿐만 아니라 요즘 가뭄이 심하여 수량(水量)도 아주 적게 흐른다. 구리·남양주의 왕숙천(王宿川) 수준이랄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건널 수 있겠다.
저 위쪽에 중국과 북한을 잇는 크고 긴 다리가 보인다. 중간지점의 변경선까지 직접 걸어갈 수 있다. 변경선을 기준으로 흰색과 검은색으로 나뉘어 있는데 흰색은 중국을, 검은색은 북한을 뜻한다.
강 저쪽 건너편은 북녘땅이다. 함경북도 남양시라 한다. 가깝지만 너무나 먼 곳이 바로 저쪽이다. 산에는 나무와 숲이 별로 없이 그냥 민둥산이다. 주민들이 나무를 땔감으로 많이 베어갔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준비한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단체사진도 찍는다.
자, 이제 두만강을 뒤로 하고 용정(龍井)을 향해 이동하는데 1시간 30분 정도 달린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우리 국민가요 ‘눈물 젖은 두만강’을 조용히 읊조려본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던 그 배는 어데로 갔소/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탁 트인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달린다. 우리 한국처럼 초록초록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는 녹음방초(綠陰芳草)의 계절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계속 씽씽 달린다. 강에서 한가로이 낚시하는 강태공들도 보이고, 방목하는 얼룩소들이 떼로 몰려 다니며 평화로이 풀을 뜯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사람의 키만큼 자란 푸르싱싱한 옥수수밭이 끝없이 전개된다.
지금 가는 용정엔 민족시인 윤동주(尹東柱, 1917~1945)의 생가, 기념관, 묘소도 있다. 그래서 내가 미리 준비한 윤동주에 대한 유인물 <잊지 못할 영원한 청년 시인 윤동주>를 일행에게 배부하여 간략히 소개한다. 아는 만큼 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윤동주의 생애, 학창시절, 일본 유학시절, 독립운동과 체포, 사망과 의혹,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의 정체성 등을 살펴본 후 대표적인 시 몇 편을 낭송하기도 한다.
용정시(龍井市)로 들어선다. 용정시는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위치한 도시로 인구는 약 26만 명이고, 이 중 67%가 한민족이라 한다. 용정은 만주족이나 한족이 아닌 조선족이 개척한 도시이다. 어느 마을을 지날 때 김 가이드는 차창 너머로 용두레 우물의 위치를 알려준다. 가곡(歌曲) ‘선구자’에 등장하는 우물로 이곳에 마을이 들어서 '용두레촌'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지금의 ‘용정(龍井)’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따라서 용정은 조선족의 뿌리가 자라기 시작한 연원이 되는 장소이다.
이 우물은 함경도에서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온 간도 개척 조선인들이 1879년 무렵에 발견한 최초의 우물로 조선인들에게는 의미가 각별하다고 김 가이드는 설명한다.
섬바위 근처를 지나는데, 안중근(安重根, 1879~1910) 의사가 1909년 거사하기 직전 이곳에서 권총사격 연습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곳이라 한다. ‘선구자’에 등장하는 해란강이 나타난다. 용정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해란강 다리를 통과한다. 상당히 넓고 큰 강이다. 우리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강물은 말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첫댓글 멋진 여행.. 축하하오
흥미진진~
연길~두만강~용정~해란강~명동촌~윤동주 생가
좋은추억 많이 맹글구 오세여~~
ㅎ 지난 여름에 다녀와 쓴 글이네유.
@한율(청풍명월) ㅎㅎ그러셨군요
오랜만에 카페들렸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