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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기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할 일들의 목록)
인생을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면, 버킷리스트는 목차와 같은 것이다. 대략적인 목차가 있는 책과 아무 목차도 없이 그냥 내리 씌어진 책과의 차이는 크다. 그래서 막연하게 어떠어떠하게 살아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일상에 파묻혀 허겁지겁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목표를 세워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게 된다.
과거엔 60세 이후를 여생이라고 불렀다. 세상 살만큼 살았으니 남은 인생은 덤이란 것이다. 그런데 환갑이후 남은 생이 30~40년이나 되는 때가 오고 있다. 생의 3분의 1이상이나 되는 시간을 덤으로 얻는 자투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죽음을 기다리며 편히 보내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다. 여생이라 하여 허송세월 보내지 않고, 새로운 인생 설계도를 만들어 참 인생의 맛을 느끼는 분들은 오히려 60세 이후를 본생이라고 말한다.
유럽에서는 생애주기를 네 단계로 나눈다. 퍼스트 에이지(First Age)는 배움의 단계(Learning),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는 배움을 통해 사회적 정착을 하는 단계(Doing), 서드 에이지(Third Age)는 40세 이후 인생의 2차 성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해가는 단계(Becoming), 포스 에이지(Fourth Age)는 노화의 시기로, 60세 이후 성공적인 삶을 이룩하고 젊게 살다가 삶을 마감하는 단계(Integration)로 나눈다.
그래서 은퇴인생도 설레는 인생이다.
새로운 성장을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은퇴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인생의 후반기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성장과정을 자신의 인생에 끼워 넣는다. 세상 밖으로 밀려나와 죽음만을 기다리는 의미 없는 여생이 아니라 새롭게 펼쳐지는 인생후반기를 자기 의지대로 설계하고 진화해가는 제2 도약기로 만드는 것이다.
버킷리스의 예를 들어본다.
1. 마음 다스리기 -인간의 근본가치와 인류가 축적해 온 경이로운 문명에 관심을 갖고 창조성을 위해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나기(여행예정지 목록) -다양한 세상,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경청하기(수필집 목록) -고전 명작 다시 읽기, 최신 소설 읽기(소설 목록) -옛날 명화 다시보기(DVD 목록) -매월 연재 글쓰기(연재 목록)
2. 시간 잘 활용하기
-용건 메모하기(메모장, 비망록 목록) -합리적으로 시간 계량하기(월, 주, 일간 활동 계획 목록) -자투리 시간 이용하기(여가에 할 일 목록) -더 느리게, 더 작게, 더 단순하게 걸어가기(휴식 방법 목록)
3. 친구 만나기
-친구끼리 자주 만나기(만날 친구 이름 거명) -모임 늘리기(모임 명칭 거명) -친구 간에 자주 연락하고 만나기(전화번호부, SNS 목록)
4. 취미 살리기
-나의 취미 이어가기( 취미 목록) -이루고자 하는 취미 생활(새로운 취미 목록)
5. 건강 지키기
-병의 치료보다는 예방에 힘쓰기(예방 처방 목록) -친자연, 친환경, 친인간적 성장을 지향하기(웰빙 목록) -화려한 집보다 친환경의 소박한 집 가꾸기(환경구성 목록) -지속적 운동하기(등산, 헬스 등 구체적 횟수)
노년의 하루는 일생이다. 햇살도 바람도 서녘의 낙조도 눈물겹다고 한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한 시간을 너무나 많이 보낸다는 말에 공감이다. 저 멀리 있는 행복을 기다리느라 눈앞의 행복을 외면하고 있다. 행복을 유예하는 것. 그러나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어제도 내일도 아니고 지금, 여기에 있다. 행복은 순간이다. 행복은 걸음이 느리기 때문에, 우리가 속도를 줄인다면, 행복이 우리를 따라잡을 것이다. 인생 후반기엔 급할 것도 없는데, 너무 빨리 달려 행복을 느낄 새가 없다는 것이다. 행복의 물결은 너무나 잔잔하고 아련해서 숨을 헐떡이며 달리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노년의 과제다. 그동안 만족을 유예했던 경이로운 문명에 관심을 갖고 창조성을 위해 여행을 하면서 세상사는 것에 감사하고, 다양한 세상,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며 재공감하고 그들이 남긴 글을 읽고 아름다운 세상을 맛보는 것으로 즐거움을 얻는다면 다행 중 다행한 일이다.
이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시간을 잘 활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꼭 필요한 일은 메모해 두고, 자투리 시간을 잘 할애하고, 시간 배분을 좀 더 합리적으로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바쁘게 가는 것보다는 더 느리게, 더 작게, 더 단순하게 가도록 단단히 마음을 써야 한다.
노년에 갖추어야 할 세 가지가 있단다. 첫째 건강, 둘째 돈, 셋째 친구. 친구는 항상 곁에 두어야 한다. 친한 친구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들과 만나야 한다. 그리고 모임도 더 결성하여야 외롭지 않다. 이리저리 빠지고 핑계대고 기피할 이유가 없다. 물론 만나고 싶지 않은 친구는 가릴 필요는 있다. 친구 간에 자주 연락하고 지내면 외롭지 않고 또 만나고 싶어질 것이다. 요새는 만나지 않더라도 SNS를 자주 활용하는 것도 무방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취미는 살려야 하겠다. 즐기는 일이 많으면 인생이 부유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으면 더욱 좋고, 한 가지라도 집중하면 즐거움이 열리리라.
뭐니 뭐니 해도 건강 챙기기가 빠질 수 없다. 병에 대하여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병의 치료보다는 예방에 힘써야 한다. 평소 음식과 운동에 각별하게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발병한 후에 치료하기란 쉽지 않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노년이 되면 잠자리에 허리가 아프고 무릎도 뻐근하다. 그럴 때마다 아픈 다리에게 감사하여야 한다. 온종일 내 몸뚱이를 무사히 옮겨 줘서 고맙다고. 인생 후반부 축복은 지금 있는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일이다. 삼라만상을 예지와 정령이 깃든 것으로 본다면 감사할 뿐이다. 아무래도 친자연, 친환경, 친인간적 성장을 지향하여 소박하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버킷리스트는 자주 보이는 곳에 붙여 두거나 스마트 폰 화면에 저장해 두는 게 좋을 성 싶다. 왜냐하면 우리 노인네들은 처음과 끝이 다르기 쉽고, 한 번 맘먹은 일을 잘 뒤집기 쉽고, 말과 행동이 다르기 쉽고, 쓸 데 없는 것에 몰입되기 쉽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20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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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생 후반기의 버킷리스트를 읽고 문득 자신을 돌아 보며 다짐합니다. 나의 하루가 일생이다. 햇살도, 바람도,
저녘의 낙조 그리고 아내, 친구들, 자식들--- 아침, 낮, 저녁 이 모두를 눈물겹도록 감사해야 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