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산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
한쪽을 뽑아놓고 돌아서면 흙은 보이지 않고 풀만 보인다.
힘듦과 지루함을 벗어나려고 풀을 뽑으면서 나눈 이야기다.
쥔장, 살벌하게 호미를 들고 설치세요?
오늘은 괭이밥 너를 뽑을 거야. 그런데 쥔장이 뭐야?
그럼 어떻게 불러 줄까요?
아저씨도 있고 사장님이나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되잖아.
나하고 친척이 아니니까 아저씨라고 부르면 안 되고. 깜냥이 사장이나 선생은 아닌 거 같고.
뭐라, 깜냥이라고? 너 그 말 어디서 배웠어?
배우긴 뭘 배워요. 사람들이 하는 말 주서 들었지요. 우리도 알 건 다 알아요. 어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사바사바 하는 것도 봤어요.
너 사바시바가 무슨 뜻인지 알아?
몰라요.
허 이놈 이쁘다 이쁘다 하니까 수염 잡고 흔드는구나.
하여간 사람은 자기 분수를 몰라요. 쥔장도 끝에 장자가 붙었잖아요. 그냥 쥔장이라고 부를게요.
그래도 나이가 80고개를 다가가는데 채면이 있지 그냥 어르신이라고 불러.
어르신, 괭이밥이 작고 앙증스럽고 샛노란 꽃이 예쁘다고 했잖아요. 왜 마음이 변했어요?
오래 살아서 그래, 오래 살면 생각이 많아져 마음이 자주 변해. 그때는 취미로 너를 길렀지만 지금은 농사를 짓고 있잖아. 너는 번식력이 너무 강해 뽑아도 감당이 안 돼.
인간의 마음은 갈대라 드니 맞는 말이군요. 그리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의리나 믿음을 초개같이 버린다는 말도 맞고요.
너희들 세상은 안 그러냐?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계절에 따라 풀 종류가 달라요. 서로 양보하면서 사이좋게 살아 막말을 하거나 싸움 같은 거는 없어요. 사람도 옛날에는 부모님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고 친구 간에 의리가 있었잖아요. 지금은 출세와 돈 때문에 강상의 도리가 무너지고 형제간의 의리나 위아래가 없는 아귀들 세상 같아요.
얘가 모르는 말이 없구나. 강상의 도리라는 어려운 말 어디가 배웠어?
왜요? 제가 유식해 보이죠?
유식한 건 아니고. 강상의 도리가 무너진 것이나 아귀들 세상 같다는 말은 맞아. 세상이 자꾸 살벌하게 변해 나도 무서운 느낌이 들어.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더러운 줄 알아요?
그야 짐승이지.
땡, 틀렸어요. 사람이 제일 더러워요.
사람은 매일 씻고 옷도 자주 갈아입잖아.
그러면 뭘 해요. 어르신도 일하다가 가래침을 아무 곳에 뱉어버리잖아요. 며칠 전에도 어르신이 뱉은 가래침이 제 친구 잎에 떨어졌잖아요. 몇날 며칠 고생 고생하다가 비가 와서 겨우 씻겨내려 갔어요. 가래침을 뱉으면 흙으로 묻으면 되잖아요.
그러게 말이야. 다음에는 그렇게 할게.
어르신 똥 중에서 제일 더럽고 냄새가 많이 나는 똥이 무언지 알아요?
너, 사람 똥이라고 말하려고 그러지?
개똥 소똥 동물 똥은 냄새가 덜 나는데 사람 똥이 제일 더럽고 냄새가 나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는데 왜 그럴까요.
글쎄?
성질이 못돼서 그래요.
허, 이놈이 날 가지고 노는군.
사람들은 뻑하면 죽겠다는 말, 입에 달고 사는 거 알아요?
나도 그 말 쓰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는데 무심중에 그런 말이 나와.
우리를 뽑을 때 힘들어 죽겠다는 말 하지 마시고 마음에 안 든다고 욕하지 마세요. 우린 명대로 못 살다 죽잖아요. 다음 생에는 좋은 곳에 때어나 못다 한 복록을 누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뽑으세요.
오냐, 그렇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