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15)
시승과의 문답
노승
조등입석 운생족 (朝登立石 雲生足)
아침에 입석봉에 오르면 구름이 발 밑에서 일어나고
삿갓
모음황천 월괘순 (暮飮黃泉 月掛脣)
저녁에 황천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리도다.
노승
간송남와 지북풍 (澗松南臥 知北風)물가의 소나무가 남쪽으로 엎드려 있으니 북풍이 주는 것을 알겠고
삿갓
헌죽동경 각일서 (軒竹東頃 覺日西)
마루의 대나무 그림자가 동쪽으로 기우니 날 저무는 것을 알겠노라.
노승
절벽수위 화소립 (絶壁雖危 花笑立)
절벽은 비록 위태로우나 꽃은 웃으며 피어나 있고
삿갓
양춘최호 조제귀 (陽春最好 鳥啼歸)
따뜻한 봄볕 제일 좋은 때련만 새는 울며 돌아가네.
노승
천상백운 명일우 (天上白雲 明日雨)
하늘의 흰구름은 내일의 비가 될 조짐이요
삿갓
암간낙엽 거년추 (岩間落葉 去年秋)
바위틈에 떨어진 낙엽은 지난 가을의 흔적이네.
노승
양성작배 기유일최길(兩姓作配 己酉日 崔吉)
양성의 혼사일은 기유일이 제일 좋고
삿갓
반야생손 해자시 난분 (半夜生孫 亥子時 難分)
밤중에 애를 낳으려면 해자시가 어렵도다.
노승
영침녹수 의무습 (影侵綠水 衣無濕)
그림자는 녹수에 젖었으나 옷은 젖지 아니하고
삿갓
몽답청산 각불고 (夢踏靑山 脚不苦)
꿈결에 청산을 거닐었으나 다리는 아프지 않도다.
노승
군아영리 천호가 (群鴉影裏 天戶家)
무리진 갈가마귀 그림자 속에 천호의 저녁이 저물고
삿갓
일안성중 사해추 (一雁聲中 四海秋)
외기러기 울음소리에 천지는 사해에 잠겼도다.
노승
가승목절 월영헌 (假僧木折 月影軒)
가중나무 가지가 부러져 달그림자가 추녀끝에 어른거리고
삿갓
진부채미 산임춘 (眞婦菜美 山姙春)
참며느리 나물이 제맛이 든것 보니 산이 봄을 머금었도다.
노승
석전천년 방도지 (石轉千年 方到地)
산위에 돌은 천년을 굴러야 땅에 이를 듯하고
삿갓
봉고일척 감마천 (峰高一尺 敢摩天)
높은 봉우리는 한 자만 더하면 하늘을 찌를듯 하도다.
노승
청산매득 운공득 (靑山買得 雲空得)
청산을 사니 구름은 절로 얻은 셈이요
삿갓
백수임래 어자래 (白水臨來 魚自來)
백수에 다다르니 물고기는 절로 오도다.
노승
추운만리 어린백 (秋雲萬里 魚鱗白)
가을 구름이 만 리에 뻗쳤으니 고기 비늘처럼 하얗고
삿갓
고목천년 녹각고 (枯木千年 鹿角高)
천년 묵은 고목은 사슴뿔 인양 높구나.
노승
운종초아 두상기 (雲從樵兒 頭上起)
구름은 나뭇군 아이놈의 머리위에서 일고
삿갓
산입표아 수중명 (山入嫖娥 手中鳴)
산은 빨래하는 계집의 방망이 소리에 울더라.
노승
등산 조래갱 (登山 鳥來羹)
산에 오르니 새들이 쑥국쑥국하며 울고
삿갓
임해 어처병 (臨海 魚萋餠)
바다에 가니 물고기가 풀떡풀떡 뛰더라.
노승
수작은저 춘절벽 (水作銀杵 春絶壁)
물은 은절구공이가 되어 절벽을 찧고
삿갓
운위옥척 도청산 (雲爲玉尺 度靑山)
구름은 옥자가 되어 청산을 재는구나.
노승
월백설백 천지백 (月白雪白 天地白)
달빛도 희고 눈빛도 희니 천지가 모두 희고
삿갓
산심야심 객수심 (山深夜深 客愁深)
산도 깊고 밤도 깊으니 나그네의 수심도 깊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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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15)
권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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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0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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