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소설이다.
새의 선물을 읽고..... 아아, 생각이 안난다.
똑똑한 여동생을 두었던 어리숙한 소년, 난독증이 있었던... 어렴풋한 기억만을 남긴 후에
책은 읽어서 뭐하냐는 푸념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남은 터라.... 소설읽기가 쫌 거북했다.
그런데, 누가 던진 한 마디 “아들 키우는 사람이 꼭 읽어봐야해”를 또 그냥 무심히 넘기지 못하고 소설책을 집어들고야 말았다.
재미가 없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2%부족한,..... 어색한 느낌은 왜일까?
읽으면서 년의 마음이 되는 게 아니라
응 이건 엄마가 바라본 혹은 원하는 소년의 마음 아니야? 하는 느낌.
엄마가 술취해서 주절거린 인생철학을 이렇게 마음속깊이 기억하고 내재화시키는 아들내미가 어딨어....--!
- 연우야 잘들어.
서로 사이가 좋아서 가족이 행복한 게 아니라, 각기 제 인생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가족이
사이가 좋아지는 법이야. 그러니까 내가 내 행복을 찾고 있는 건 너를 위한 일이기도 해. 알겠지?
물론 있겠지. 그러니까 남자다움이라는 세상의 틀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모든 질문에 “별로”라는 대답으로 뒤로 물러서는 미스터 심드렁이라는 캐릭터가 된 것이겠지. 근데, 이상하다. 나 왜 이렇게 이 소설에 부정적 마인드가 되지?
우리 모두는 낯선 우주의 고독한 떠돌이 소년.......이란다.
경쟁.... 시스템....틀속에 들어가기 싫은 피터팬들
그러고보니 소년의 엄마 신민아씨나 그녀의 애인 재욱, 그리고 g그리핀, 채영, 태수까지 모두가 끼리끼리 유유상종이다.
소설에 삽입된 낸시 스미스라는 여자의 시에 나올 법한 마이너리티.
-스스로는 강한데도 약한 척 해야하는 게 지겨운 여자가 한 명 있는 곳마다
상처받기 쉽지만 강하게 보여야만 하는게 피곤한 남자가 하나 있다.
항상 모든 걸 다알아야 한다는 기대에 부담을 느끼는 소년 한 명이 있는 곳에
자신의 지성을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지쳐버린 소녀가 하나 있다. 그리고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게 지겨운 소녀 한 명마다,
자신의 연약하고 흐느끼는 듯한 감성을 숨겨야 하는 소년이 한 명 있다.
그렇다면 나역시 동질감을 느끼고 함께울고 웃고싶어져야하는데
자꾸만 거리를 두고싶은 건 왜지?
이렇게 너무 준비된 마이너리티라, 가진 게 쫌 많은 똑똑한 마이너들이라 그런가?
- 그렇구나. 공부잘하기 싫은 애도 있을 수 있지 뭐. 근데 귀찮아서 그러는거지?
한 번 잘하기 시작하면 계속 잘해야하고, 듣자하니 공부란 끝이 없다는데, 시간도 엄청 뺏길테고,
그러다가 공부밖에 잘하는 게 없게 돼서 평생 공부만 해야하는 거 아냐. 뭐 이런 식이니?
- 근데 그게 훨씬 더 어려울 걸.
내가 남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그거 몹시힘든 일이야.
모든 게 다 자기 책임이 되거든. 안전한 집단에서 떨어져나와 혼자여야 하고,
정해진 가치에 따르지 않으려면 하나하나 자기가 만들어 가야해.
또 무리에서 떨어져나가면 끊임없이 자기에 대해 설명해야 해.
경쟁을 피하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남과 다른 방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일이라면 말야.
어쨌거나 나는 네 선택이 마음에 들어. 우리, 재미 없는데도 꾹 참으면서 남들한테 맞춰살지는 말자.
혼자면 재미없다는 것, 그것도 다 사람을 몇 무더기로 묶은 다음 이름표 붙이고 마음대로 끌고 다니려는,
잘못된 세상이 만들어낸 헛소문 같은 거야. 혼자라는 게 싫으면 그때부터는 문제가 되지만
혼자라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거든.
이건 작가의 삶에서 나온 통찰일까? 갑자기 은희경, 그녀의 삶이 궁금하다. 그리고 이건 정말 완전 100% 공감했던 것.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처음 도토리를 데려올 때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어.
애지중지 진짜 애틋하게 귀여워했거든. 근데 익숙해지고 나니까 좀 식어버리데?
가끔은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존재감 자체가 신경이 쓰이더라구. 우리 도토리들,
특별히 보살펴줄 것도 없잖아. 근데도 괜히 성가신거야. 부담스러우니까.
그러다보니 또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해지고. 그럼 말야 내가 잘해주면 되는 거잖아.
근데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아. 나 때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호감은 아니거든.
내가 못해줄수록 더 부담이 디고 그래서 오히려 피하게 돼.
그러다보면 또 나를 매정한 삶으로 만들기 때문에 좀 미워지려고 하는거야.
처음에 극진했던 마음이 떠오르면 나 자신이 가증스럽고...악순환이지.
- 어떤 좋아하는 마음이라도 변하게 돼 있어. 그걸 받아들인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불편한 일이야.
변해버린 나 자신도 꺼림칙하고.... 그토록 원하던 결혼이었는데 어떻게 마음이 변하냐고?
너무나 원했던 결혼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느슨해졌을 때 그 상투적 상황을 받아들이기 오히려 힘들었을지도 몰라.
도토리들을 대하는 내 마음처럼. 잘해주긴 해야겠는데 그게 묘한 압박이 되어 부담스럽고 결국 짜증이 나고....
다시 책을 읽게된 동기로 돌아와서
이걸 아들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읽는다?
오, 노 ..... 우리 아들 캐릭터와는 너무 거리가 먼 소년이다.
차라리 영원한 우주의 떠돌이 소년이라
나이를 먹어도 나이값을 제대로 못하고, 엄마가 되어서도 엄마 노릇에 어색해지기만 하는 에니어그램 4번들..... mbti infp들인
나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다.
첫댓글 어, 나도 샘이 했던 말을 기억하면서 책 빌려 와 반신욕하면서 쫌 읽었는데..일단 다 읽고 나서 샘의 글을 다시 읽어 보렵니다...판단 유보..나도 새의 선물을 읽었는데 정말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네요...왜일까요?? 고민 접고 일단 읽죠, 뭐
ㅋㅋ 우린 이렇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지~ 책향기 모임 시작했나? 그리워라........그 이름이여
책모임 아직 시작 못했구요..제가 빵구냈어요.ㅋㅋㅋ 그래서 '불편해도 괜찮아'를 노골적으로 추천하고 5월 둘째 주에 모일까 해요..자운이 정말 빡빡해져가요.내년에 옮기는 이들을 아마 부러워할지도 몰라요, 남은 자들이. 그리고 소설 5/4쯤 읽었는데, 난 자꾸 연우 엄마 말투에서 명랑한 샘을 발견하게 되네요? 샘이 싫어할지 모르지만서도. 긍정적인 면(무겁지 않게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게)에 방점을 찍으면서요...살짝 연우 엄마를 닮고도 싶은데 저랑은 너무 멀죠,그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