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에 대한 작곡가의 생각
최재혁 작곡가
시조는 글자 수에 비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이런 특징은 작곡가에게 분명 장점이라 볼 수 있다. 만약 시조시를 글 자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노래해야 한다면 전통적인 방식의 시조 창처럼 느린 가락을 붙여야 하지만 작곡자에게 시의 내용이 변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곡의 형식에 맞게 시에 약간의 변화를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고유한 음악 장르인 동요의 경우 시조의 초장, 중장, 종장처럼 대부분이 a-b-a’라는 비교적 짧은 형식으로 되어 있 어 시조와 비슷하다. 또, 동요가 갖고 있는 순수성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처음 작곡을 시작할 때 시조를 읽고 동요를 만들기 시작하 였는데 시조시인 이정환 선생님의 시조 2편을 곡으로 만들어 창작 동요제에 2곡 다 입상하여 금상과 은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은 경 험이 있다.
처음으로 작곡한 곡은 시조 '친구야, 눈빛만 봐도'라는 작품이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 내면의 울림이 강하게 일어나 바로 곡으로 만들어졌다. 시가 좋으면 쉽게 악상이 떠올라 단숨에 작곡을 했다는 경험을 작곡가들끼리 종종 하는데 이 시가 나에게는 그러했다. 시를 읽 는 동안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과연 나에게 이런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 경험을 하였고 그 느낌은 고스란히 멜로디로 표현되었다. 이 곡 또한 일반적인 동요 형식인 a-b-a'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분마다 8마디씩 총 24마디로 이루어졌다. a는 1행, b는 3 행, a'는 2행 순으로 전개하였으며 3행의 주제부분을 한 번 더 반복하여 강조하였다.
두 번째로 작곡한 곡은 '내 모습이'라는 시조로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동시조였다. 이 곡을 만들 당시 결혼한 지 얼마 되 지 않은 신혼이었는데 미래의 우리 집을 떠올리면서 곡을 만들게 되었다. 이 곡은 초장 부분이 4글자씩 딱딱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엄 마 얼굴"과 "아빠 얼굴" 그리고 “내 모습이”의 가락선이 같다. 가락선을 그려보면 농구 선수가 앞으로 공을 통통 튀기면서 걷는 모양이 나오는데 리듬도 밝고 발랄하게 만들어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1 절은 시조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만들었지만 2절은 변화를 주기 위 해 1절에 나오는 주인공의 동생을 등장시켜 시조에는 없지만 작곡자의 의도를 가지고 2절을 추가하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해 첫째 자녀가 태어났고 2년 뒤 동생이 태어나 가사내용 그대로 가정이 구성되는 경험을 하였다.
이렇게 시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계속 생각하게 하고 반복하여 읊조리게 하는 힘이 있다. 시의 내용에 완전히 몰입될 때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그 가락이 모티브가 되어 하나의 곡으로 완성되는 과정은 시인에게도 작곡자에게도 나중에 곡을 감상하게 될 이에게도 아름답고 유익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이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시인과 작곡자가 함께 소통하고 작품을 공유하는 기 회가 자주 생겨야 할 것이다.
최재혁
대구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졸업. 대구숙천초등학교 교사, 동요 작곡가
첫댓글 좋은 시조에 걸맞는 작곡을 하여 노래로 불리워지는 시조들이 많아서
참 기쁘고 좋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조금 더 많이 불리워지고 ,많은 사람들이 유행가처럼 불러 주었음 좋겠다.
시조 글을 작곡하는 작곡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라는 욕심도 첨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