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뿔인문학연구소 나무랑문학아카데미 -매주 목요일 - 2020.4.23 (임시휴강)
(시감상 자료)
완벽한 당신
박두규
상황은 어떤 상황이라도 완벽하다.
오늘밤 떠들며 술 마시는 내가
내일 아침에 졸지에 이승을 떠난다 해도
사실은 완벽한 상황인 거지.
꽃망울 주렁주렁 올라온 어느 봄날
느닷없는 눈사태가 설중매를 만들듯
그래, 그런 거지.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두가 필연이고
세상살이가 이토록 처연하다 해도
사실은 완벽한 상황인 거지.
이 완벽한 나, 완벽한 현실은
늘 아니라고, 아니라고 불평하는 것도
사실은 완벽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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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없지만, 해도 된다고 시인은 부추긴다. 왜? 완벽한 말일 테니까. 내가 언제 이렇듯 모든 걸 허락받았던 적 있었던가? 하물며 늘 불평만 해댔던 그 순간들까지도 완벽하다! 그대 스스로 안절부절 못했던 사랑, 완벽한 사랑을 두고 늘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아니야... 싫어 싫어 그건 싫어... 빈틈없는 사랑 해주면 안 돼? 빛나는 태양 그대가 좋아 바람 불면 흩날려서 싫어, 비 오면 젖어 싫어 눈 오면 추워!
**上善若水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흐를 줄 몰라 고여 썩는다. 흐르면 되는 것을, 흘러가고 있으면서 스스로 그 흐름에 역행하는 ‘아니야’를 연발한다. 완벽하다는 건, 빈틈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흐르면 완벽하다. 가자 그냥 흘러가는 대로! 어디로든 가면 되는 일... 이승을 떠나는 지금조차(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그대는 완벽한 삶을 살았다! 그 풍경 속에서 그대는 아름다웠다. 시인은 덧붙인다... ... 그대를 위한 내 삶의 진정은 이렇다고 속삭인다. 눈물겨운 아침이다.
“숲길에서 꽃 한 송이에 걸음이 멈추면/나는 그 꽃입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다 별 하나 눈 마주치면/나는 그 별입니다.// 세상의 어떤 슬픔 하나 마주쳐도/나는 그 슬픔입니다.// 어느 순간, 그대가 오면/나는 그대일 뿐입니다.// -<그렇게 그대가 오면> 전문
--『가여운 나를 위로하다』/박두규 /모악 시인선 106
글/ 이민숙/ 20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