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묵상
서명남
지하철 2호선은 오늘도
우리를 포장된 정어리처럼 눌러 담는다.
내 앞의 남자는 어제와 똑같은 정장을 입었고
내 옆의 여자는 마치 어제의 나처럼
커피를 쏟았다.
“괜찮아요”라는 말은 자동응답처럼 튕겨 나오고
우리는 다시 아무 일도 없던 사람들로 돌아간다.
저 창밖엔 광고 속 미소가 싱그럽게 웃고
나는 가방 속 도시락이 터지지 않기를 바란다.
혼잣말처럼 되뇌어본다.
‘언젠가 이 기차는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출구를 나서며
오늘은 어제보다
반 발짝 더 가벼워졌기를 믿어본다.
언젠가는 꼭
아주 먼 곳이라도
퇴근이 없는 곳으로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고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