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중국의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의 짧은 글들을 번역하여 소개하고, 역자 자신의 감상을 간단히 첨부하여 소개하는 내용이다. ‘옛 사람 짧은 글, 명청청언(明淸淸言)’이란 부제에서 책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청언(淸言)은 격언(格言) 또는 경구(警句)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 술어로, 짧고 간결한 문장 속에 삶의 철리를 표현한 잠언 문학의 일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청언으로 분류되는 글 ‘한 편의 분량은 길어야 몇 줄, 아니면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러한 글들은 대체적으로 명나라와 청나라가 교체되는 시기 중국 지식인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주지하듯이 한족 중심의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는 북방의 여진족 출신이 새로이 세운 국가였다. 당시 한족 출신의 중국 지식인들은 북방의 오랑캐가 세운 청나라에 비판적이었고, 이러한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청나라는 적극적인 동화정책을 시행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식인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은거하는 경향이 있었고, 짧은 형식의 ‘청언’이 그러한 분위기에서 지식인들에게 유행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역자의 풍부한 독서 경험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책의 말미에 모두 13면에 걸쳐 인용서 목록에 첨부되어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역자는 <명청 문인 청언집>과 <명청 청언 소품> 등 두 권을 참고하여, 그 내용을 12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번역했다고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역자에 의해 편집한 내용들을 번역하여, 거기에 일종의 감상이라고 할 수 있는 ‘평설’을 덧붙여 엮은 책이라고 하겠다. 설명이 필요한 표현에도 별도의 주석을 달지 않고, 역자의 ‘평설’을 통해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저자의 평설과 상관 없이 자신의 느낌대로 감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목차의 항목도 역자의 분류에 따른 것이기에, 그저 하나하나의 청언을 격언 혹은 아포리즘의 관점에서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12개의 분류 항목은 ‘흐린 세상 건너가기’와 ‘삶의 예술, 예술의 삶’, ‘자연이 주는 선물’과 ‘한가로움’, ‘무욕의 길’과 ‘만남, 혹은 맛남’ 등 각각의 청언이 가리키는 바를 역자의 관점에서 이해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책 읽는 즐거움’과 ‘달인’, ‘말할 때와 침묵할 때’와 ‘마음 다스리기’, ‘통쾌한 것들’과 ‘티끌세상의 슬픔’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러한 분류를 참고하여 전체를 일독하거나 혹은 필요할 때마다 관련 항목을 찾아 읽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역자의 평설을 참고할 수도 있지만, 그저 자신의 관점에서 각각의 청언이 지닌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