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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 출연하기도 했던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던, 이미 같은 이름의 영화로 개봉되어 잘 알려진 같은 이름의 원작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이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2000년 11월 8일부터 2001년 4월 8일까지 모두 28편의 장문의 편지로 이뤄져 있다.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들 케빈을 낳고 기르던 과거를 회상하고, 이제 살인마가 되어 감옥에 갇힌 아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누구보다 아들 케빈을 아끼고 사랑했던 남편에게 어려서부터 케빈이 엄마에게 냉정했었음을 토로하고, 이른바 ‘사이코패스’ 기질을 타고났음을 뒤늦게 고백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아들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심지어 가족들까지 잃은 에바의 절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모호했던 사연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결혼을 하고서도 자식 낳기를 주저하던 주인공이 낳은 아들이 엄마와 주변인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는 설정이며, 태어나면서부터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발현되고 엄마인 에바는 그것을 일찍부터 알게 됐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젖을 거부했던 아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남편에게 이야기를 건네지만, 그 아들을 사랑으로 감싸는 아빠의 상반된 양육 과정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른바 ‘모성애’라는 단어의 의미를 음미하도록 만드는 작품의 설정이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나라인 미국의 경우 지금도 간혹 공공장소에서의 총기난사로 인해 많은 이들이 희생을 당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한 뉴스를 접하는 이들은 대체로 사건 자체에 관심을 갖거나, 혹은 희생자들의 사연에 공감하기 마련이다. 아울러 희생자의 부정적인 면모를 부각하면서, 그들이 지닌 반사회적 성향 곧 소시오패스 기질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곤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소시오패스를 자식으로 둔 부모의 입장에서, 마침내 범죄자가 된 아들의 성장 과정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의 작가 역량이 탁월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면, 바로 이러한 설정을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있게 펼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또한 충격적인 결말의 반전 또한 작품의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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